이렇게 빨리 계약하다니…ML 꺾고 네일 붙잡은 KIA, 2년 연속 우승 확률 높아졌다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31)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오퍼가 있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눌러앉히며 통합 우승 2연패에 청신호를 켰다.
KIA는 지난 27일 네일과 총액 18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12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로 보장 금액만 160만 달러에 달하는 큰 계약이다. 2025년 계약이 된 외국인 선수 중 SSG 외야수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함께 최고 대우다. 올해 1월 KIA와 계약할 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전달된 이적료 25만 달러 빼고, 총액 7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35만 달러, 옵션 15만 달러)를 받은 네일의 몸값은 2.5배 이상 껑충 뛰었다.
네일은 올해 KIA의 통합 우승 주역이었다. 26경기에서 149⅓이닝을 소화하며 12승5패 평균자책점 2.58 탈삼진 138개를 기록했다. 투심 패스트볼과 스위퍼 조합으로 위력을 떨치며 평균자책점 1위에 등극했다. 윌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 등 주축 선발들의 부상이 끊이지 않은 KIA에서 네일이 양현종과 원투펀치로 선발진을 이끌었다.
쾌활한 성격으로 선수단에도 잘 어울렸다. 워크에식도 대단했다. 지난 8월24일 창원 NC전에서 네일은 강습 타구에 맞고 턱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턱관절 고정 수술을 받아 그대로 시즌을 접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네일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를 위해 치료와 회복에 전념했고, 가을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한국시리즈 1차전, 4차전 선발로 나서 1승 평균자책점 2.53으로 호투하며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NC 카일 하트와 함께 올해 KBO리그 최고 외국인 투수로 활약한 네일은 미국 메이저리그 관심도 받았다. 오퍼도 있었지만 네일은 110만 달러 인상된 180만 달러를 제시하며 진심을 보인 KIA에 남았다. 내달 9~13일 예정된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 때까지 더 많은 오퍼를 기다리며 ‘줄다리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시간을 끌지 않았다. 예상보다 빠른 11월말에 재계약을 마치면서 네일도 KIA를 향한 진심을 보여줬다.
재계약을 마친 뒤 네일은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긴 시간 재활하는 동안 구단의 지원과 내게 보여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다시 마운드에 올라 투구할 수 있었다.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항상 감사드리고, 내년에도 KIA와 동행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좋은 제안을 해준 구단에 감사하고, 비시즌 동안 몸을 잘 만들어 내년에도 동료들과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프시즌 최대 과제였던 네일과 재계약을 완료한 KIA는 내년에도 우승 전력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불펜 필승조 장현식이 LG로 FA 이적했지만 불펜은 다른 자리에 비해 쉽게 대처할 수 있는 자리다. 최지민, 김기훈, 유승철 등 젊은 투수들이 불펜에 있다. 5선발 경쟁을 앞두고 있는 김도현, 황동하 중 한 명이 불펜에 들어오는 것을 감안하면 대체 자원이 충분하다.
불펜과 달리 선발 한 자리, 특히 1선발은 쉽게 대체할 수 없다. 네일의 잔류로 KIA는 가장 중요한 전력을 지켰다. 올 한 해 풀타임에 가깝게 선발 로테이션 돌면서 체력도 늘린 만큼 내년이 더 기대된다.
KBO리그는 2015~2016년 두산을 끝으로 연속 우승팀이 나오지 않고 있다. 상당수 팀들이 외국인 에이스의 유출로 2연패가 좌절됐다. 2018년 우승팀 SK에선 메릴 켈리, 2019년 우승팀 두산에선 조쉬 린드블럼이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2021년 우승팀 KT는 윌리엄 쿠에바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듬해 시즌 초반 아웃된 게 뼈아팠다. 2022년 우승팀 SSG도 윌머 폰트가 미국으로 떠나 1선발 공백을 실감했다.
네일을 지킨 KIA는 남은 외국인 투수와 타자 자리만 잘 채우면 우승 전력을 내년에도 이어갈 수 있다. 최형우, 양현종, 나성범, 김선빈, 김태군 등 베테랑들이 1살씩 나이를 더 먹었지만 전성기에 들어간 김도영을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이 성장세에 있다. 다른 팀들도 전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당장 KIA를 위협할 만한 팀은 장현식을 영입하고, 메이저리그 통산 20승 투수 요니 치리노스를 데려온 LG 외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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