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야구 전설' 추신수, SSG 유니폼 입고 현역 은퇴 "내게는 SSG가 첫 팀, 4년 함께해 자부심 느낀다"
추신수의 소속팀 SSG 랜더스는 7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에서 추신수 은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SSG를 대표하는 최정(37)과 김광현(36)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행사에서는 기존 은퇴식에서 볼 수 있던 기념 영상, 꽃다발 전달 등 외에 커리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5가지를 꼽는 시간이 있었다. 그가 최고로 꼽은 기억은 2022년 SSG와 함께한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당시 SSG는 정규시즌 첫 경기부터 최종전까지 1위를 유지하면서 프로야구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다. 2001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추신수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이었다.
뉴스1, 뉴시스에 따르면 추신수는 2022년을 떠올리면서 "우승이란 두 글자를 위해 나뿐 아니라 많은 프로 선수가 땀을 흘린다. 24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하면서 우승에서 목말랐는데 한국에서 하게 됐다. 모든 것을 보상받는 순간이었다"고 감격의 순간을 돌아봤다.
그 외에는 2020년 텍사스 레인저스 대표로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 후보에 선정됐을 때, 2009년 메이저리그 첫 단일 시즌 20홈런-20도루 순간, 2015년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아시아 선수 최초 힛 포 더 사이클을 기록했을 때, 2018년 52경기 연속 출루를 특별한 순간으로 꼽혔다.
지난해 12월 2024시즌 후 은퇴를 예고했던 추신수는 이날 길었던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부산수영초-부산중-부산고를 졸업한 그는 2000년 국제계약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 시애틀에 입단했다. 2005년 빅리그에 데뷔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를 거치며 통산 1652경기 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 출루율 0.377 장타율 0.447의 기록을 남겼다.
텍사스에 입단할 때는 7년 1억 3000만 달러로 대형 계약을 따내 2000년대 초반 고등학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박찬호 키즈'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성공적인 커리어를 남겼다.
추신수는 "정말 편안한 겨울이다. 선수들은 늘 다음 시즌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시즌이 끝나고 하루 이틀 정도 지나면 무조건 스트레스가 생긴다. 하지만 이제 내년 시즌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잠도 편하게 자고, 살찔 걱정도 하지 않는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스스로 평가하면 특출난 것이 없는 선수였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5툴(콘택트, 파워, 수비, 어깨, 주루) 플레이어였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5가지를 평균 이상으로 할 수 있었다. 정말 듣고 싶은 평가는 '야구에 진심이었던 선수', '야구 하나에 목숨 건 선수'다. 그러면 야구 인생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일 것 같다"고 희망했다.
2021시즌을 앞두고는 한국 복귀를 선택하면서, SK 와이번스를 인수하고 2021년 새로이 프로야구에 뛰어든 SSG의 영입 1호 선수가 됐다. KBO 첫 시즌부터 21홈런 25도루로 메이저리거 클래스를 보여준 추신수는 2022년에는 16홈런 15도루로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함께했다. 이후 부상으로 주춤했으나, KBO 통산 439경기 타율 0.263(1505타수 396안타) 54홈런 205타점 266득점 51도루, 출루율 0.388 장타율 0.424의 기록을 남겼다.
SSG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던 추신수다. 올해 1월 은퇴를 공표하면서 "SSG와 팬분들의 응원, 그리고 무엇보다 후배 선수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고 말했던 그는 17억에 달하던 자신의 연봉을 최저 연봉 수준인 3000만 원으로 낮춰 받았고, 그마저도 전액 기부해 놀라움을 안겼다.
고향 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지 못한 것에 대한 소회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롯데 1차 지명을 받았던 선수고, 부산에서 자라며 롯데를 보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래서 롯데에서 못 뛴 건 아쉽지만, 돌아올 때 롯데에 복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아쉬움을 뒤로 했다.
그러면서 "한국 프로야구에서 첫발을 뗀 곳은 인천이다. 내게는 SSG가 첫 팀이다. 김광현, 최정 등 대스타들과 4년간 함께하면서 같은 야구 선수, 동료로서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힘줘 말했다.
자신이 없는 SSG를 향한 애정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추신수는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우리가 지속적인 강팀이 되기 위해선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 우리 팀이 다른 팀보다 연령이 높은 건 부정할 수 없다"며 "어린 선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구단의 방향성이다. 모든 선수가 자신이 있는 자리가 영원히 자기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고참들은 항상 내 자리를 위협하는 선수가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어린 선수들은 늘 뺏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그게 선수도, 한국 야구가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당분간은 야구가 아닌 가족들과 함께할 뜻을 밝혔다. 추신수는 "지금은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여러 제안이 있었지만, 어떤 자리에 가는 것보다 그 자리에 갔을 때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를 위해 내가 준비됐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야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약간의 휴식기를 갖고 생각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이 야구하는 걸 못 본 지가 5, 6년 됐다. 그러는 사이 큰아들이 대학생, 작은아들이 고등학생이 됐다. 애들이 항상 부모 없이 야구했는데 이제 아빠의 역할을 하고 싶다. 1년 동안 아이들의 야구를 보면서 실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보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끝으로 25년간 응원해준 한국 야구팬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남겼다. 추신수는 "내가 미국에 있을 때도 내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난 분이 많다. 올해 원정 경기를 다니며 사인회를 했는데 마음에 와닿은 말이 '멀리 있어서 못 볼 줄 알았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이었다.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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