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66조' 중국 1위 부자는…41세 '자수성가 신화' 이 사람[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영국 출신의 회계사 루퍼드 후거월프(중국명 후룬·胡潤)가 부호리스트를 처음 발표한 1999년에는 10억위안(약 1900억원)이면 중국 10대 부호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1650억위안(약 31조3500억원)이 있어야 겨우 낄 수 있다. 진입 기준이 무려 165배 높아진 것으로 25년 동안 중국 경제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 짐작하게 한다.
올해는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창업한 장이밍(41)이 중국 갑부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 10대 부호를 살펴보자.
중국에서는 지난 1999년이후 지금까지 26년 동안 최근인 장이밍을 포함해 16명이 최고 갑부 자리를 바꿔가며 차지해왔는데, 같은 기간 미국 1위 갑부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등 4명만이 자리를 바꿨다. 중국이 미국보다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바이트댄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8500억위안(약 161조원)을 기록했으며 미국 매출은 1100억위안(약 21조원)으로 사상 최고다. 틱톡의 미국 내 사용자는 1억7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의회가 승인한 '틱톡 금지법'에 서명하면서 바이트댄스는 최장 1년 내 틱톡 미국사업 부문을 매각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 미중 관계 등 국제 정치에까지 파장을 일으킬 정도로 틱톡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2위는 종샨샨(70) 농푸산췐 회장으로 지난해 재산이 1100억위안(약 21조원) 쪼그라들며 3년 연속 차지한 중국 갑부 자리를 내놓았지만, 3400억위안(약 64조6000억원)으로 2위를 지켰다. 종 회장은 올해 상반기 실적 악화로 생수업체인 농푸산췐 시총이 2000억위안(약 38조원) 가까이 증발하면서 재산이 줄었다.
3위는 마화텅(53) 텐센트 창업자로 재산이 3150억위안(약 60조원)에 달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이자 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는 지난해 매출이 6036억위안(약 115조원), 영업이익은 1601억위안(약 30조원)을 기록했다. 텐센트가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 사용자수는 무려 13억명에 달하며 해외 게임 매출도 늘고 있다.
4위는 황정(44) 핀둬둬(PDD) 창업자다. 재산은 작년 대비 250억위안(약 4조7500억원) 감소한 2450억위안(약 46조500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핀둬둬 매출은 작년 대비 100% 넘게 늘어난 1839억위안(약 35조원), 영업이익은 약 200% 급증한 585억위안(약 11조원)에 달한다.
핀둬둬 실적을 견인한 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Temu)다. 테무는 전 세계적으로 2억회가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으며 지난 8월 기준 한국 사용자 수도 691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최고 부호를 차지한 장이밍 외에도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 황정 핀둬둬 창업자가 3, 4위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틱톡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텐센트는 세계 게임업계의 큰 손이다. 핀둬둬는 테무로 글로벌 전자상거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밖에 5위는 허샹젠 메이디그룹 설립자, 6위는 쩡위친 CATL 회장, 딩레이 넷이즈 회장, 리자청 창장그룹 설립자가 공동 차지했다. 9위는 리자오지 헝지자오예 설립자, 10위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다.
2014년 마윈은 1500억위안(약 28조5000억원)의 재산으로 중국 최대 부호 자리를 차지했으며 부동산 재벌인 왕지엔린 완다그룹 회장이 간 발의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는 5위를 기록했다.
5년 뒤인 2019년에도 마윈이 2750억위안(약 52조원)으로 중국 최대 부호 자리를 지켰다. 마화텅이 2600억위안(약 49조원)으로 마윈의 뒤를 바짝 쫓았으며 부동산 재벌인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2100억위안(약 40조원)으로 3위, 양후이옌 비구이위안 회장이 1750억위안(약 33조원)으로 5위를 기록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부동산 업종이 상승세를 유지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부동산 재벌이 부호 순위에서 탈락하기 시작했다. 헝다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로 성장했으나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된 이후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으며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이 됐다. 좀 더 버텼지만, 비구이위안 역시 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존립이 위태로운 상태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헝다와 비구이위안은 동전주식으로 폭락한 채 거래가 정지됐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 10대 부호 진입 문턱의 변화를 살펴보면 중국 경제가 성장한 크기가 느껴진다. 1999년에는 10억위안(약 1900억원)만 있으면 중국 10대 부호에 진입할 수 있었지만, 2007년에는 360억위안(약 6조8400억원)이 있어야 10대 부호에 겨우 들어갔다. 불과 8년 만에 10대 부호 진입기준이 36배가 높아진 건데, 이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이 국제분업구조에 편입되면서 고속 성장했기 때문이다.
중국 부호들은 상장 기업이 주요 재산이기 때문에 증시 등락의 영향이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10대 부호 진입 기준이 200억위안(약 3조8000억원)으로 낮아졌으나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재산이 2000억위안(약 38조원)이 넘어야 중국 10대 부호 순위에 간신히 낄 정도로 문턱이 높아졌다.
이는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대형인터넷 기업의 성장이 지속됐을 뿐 아니라 중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1년 중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시작하고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추세가 꺾였으며 올해는 1650억위안(약 31조3500억원)까지 진입 문턱이 낮아졌다. 올해 재산 50억위안(약 9500억원)을 소유한 부호 수도 1094명으로 작년 대비 12% 감소했으며 이들의 재산 합계도 21조위안(약 4000조원)으로 약 10%, 금액으로는 약 2조4000억위안(약 456조원) 줄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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