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시정연설은 국민에 대한 의무, 野도 예의 지켜야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2025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직접 안 할 수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국회 상황을 봐야 한다” “확정된 바 없다”며 불참 가능성을 내비쳤다. 시정연설은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의에 앞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예산안 내용을 설명하며 국회 협조를 구하는 자리다. 윤 대통령 대신 총리가 대독할 경우 11년간 이어진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관례가 깨지게 된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언어 폭력, 피켓 시위로 대통령을 모욕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최근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처음 발부해 관저까지 의원들이 직접 찾아가는 등 국정감사 내내 ‘여사 망신 주기’ 논란을 일으켰다. 윤 대통령 탄핵·퇴진도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시정연설 이틀 전엔 ‘김건희 여사 규탄 대회’ 명목으로 대규모 장외 투쟁까지 벌일 계획이다. 작년 10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당시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악수를 청해도 쳐다보지 않거나 면전에서 “그만두라”는 말까지 했다.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도 했었다. 이런 이유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대 국회 개원식에 가지 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불참은 처음이었다.
야당이 도를 넘고 있지만 대통령이 개원식에 이어 시정연설까지 보이콧하는 것도 정도가 아니다. 대통령 국회 연설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677조원이 넘는 내년도 예산을 어떻게 쓸지 국민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국가원수’의 책무를 맡긴 것은 정파를 초월해 국가 통합에 노력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시정연설 불참은 ‘불통’ ‘협량’ 비판도 부르게 된다. 대통령실 우려처럼 야당 의원이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 냉대를 받으면서도 시정연설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 비리 파문 속에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 광풍 가운데 녹색 성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8일 “연금·의료·교육·노동 4대 개혁에서 연내 성과가 나오도록 속도를 내달라”고 했는데, 거대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수출 부진 등 우리에게 닥친 위기가 한둘이 아니다. 야당은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를 약속하고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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