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거침없는 2000년대생들의 질주…손흥민도 밀릴 수 있다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2024. 10.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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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로 확 젊어지는 국가대표팀···배준호·오현규 이어 이영준·양민혁 등 줄줄이 대기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지난 1년 동안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했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시간이 더 아까웠던 것은 세대교체 시간을 허비했다는 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임인 파울루 벤투 감독의 스쿼드를 그대로 물려받았고, 변화를 거의 가져가지 않았다. 굳이 성과를 찾자면 이강인의 비중이 더 늘어난 것이지만, 이것도 이강인이 소속팀에서의 퍼포먼스가 돋보이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설영우가 대표팀 주전급으로 도약한 것 외에는 새로운 선수의 발굴도, 활용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관찰 등에 대한 업무 불성실 논란이 일었고, 아시안컵 부진과 함께 그의 체제는 침몰하고 말았다.

5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려 부임한 후임 홍명보 감독은 논란 속에 출발했고, 동시에 월드컵 본선행과 세대교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숙제도 받았다. 중요도를 따지면 세대교체는 후순위였다. 지난 수년간 대표팀의 주력 멤버는 손흥민·이재성·김진수·권경원 등 92년생과 김민재·황인범·황희찬·나상호·조유민 등 96년생이다. 소위 92라인과 96라인에 89년생 정우영, 90년생 김영권과 김승규, 91년생 조현우 역시 긴 시간 대표팀의 터줏대감이었다. 이들의 입지를 단번에 뒤집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홍명보 감독도 부임 후 첫 소집인 지난 9월에는 이들 대부분을 선발했다. 하지만 허리와 수비에서의 기동력 문제가 두드러졌다. 월드컵 3차 예선 1·2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오만을 상대로 1승1무를 챙겼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다. 결국 10월에는 칼을 뽑아 들었다. 애제자로 불리던 김영권과 정우영을 과감하게 제외한 것이다. 김민재의 파트너로 그동안 주전 경쟁에서 많이 밀려 있던 조유민을 붙여 후방의 안정성을 잡았다.

(왼쪽부터)오현규, 배준호, 이영준, 양민혁 ⓒ연합뉴스

유럽파 성장세 주목…새로운 옵션 장착

이런 변화의 흐름은 좀 더 젊은 선수 기용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알릴 수 있었다. 선봉에 선 것은 스토크시티 소속의 2003년생 미드필더 배준호였다. 지난 6월 김도훈 임시감독 체제 때 처음 대표팀에 선발돼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터트린 배준호는 10월 소집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요르단·이라크를 상대로 잇달아 도움을 기록하며 성인 대표팀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배준호는 복잡한 상황이 겹치며 본격 등장했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인해 10월 명단에서 빠지며 왼쪽 측면 공격은 황희찬·엄지성이 1·2옵션으로 분류됐다. 배준호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왼쪽 측면 공격 모두에서 3옵션 정도로 간주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르단전에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이 발목 부상으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엄지성 역시 후반에 무릎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배준호가 투입된 것. 팀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배준호는 기회를 확실히 잡았고, 이라크전 선발 출전으로 인정받았다.

잉글랜드 2부 리그(챔피언십) 소속이지만 스토크시티 입단 첫해에 곧바로 팀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2003년생 배준호는 대표팀에서도 빠르게 안착하는 모습이다. 그는 손흥민·이재성·이강인·황희찬 등 기존의 화려한 2선 자원을 더욱 풍족하게 해줬다. 장기적으로는 30대 초반인 손흥민·이재성의 뒤를 책임질 미래 자원으로 입지를 다졌다.

2001년생 공격수 오현규도 배준호와 함께 10월에 가장 돋보인 선수였다. 요르단·이라크를 상대로 모두 교체 출전해 득점을 올리며 '게임체인저'라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굳혔다. 지난 카타르월드컵에 예비 선수로 발탁된 오현규는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훈련은 함께 하는 27번째 선수로 참가해 이미 눈길을 모았다. 2023년 1월 스코틀랜드의 최강팀 셀틱으로 이적한 뒤에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꾸준히 대표팀에 뽑히며 조규성·황의조 다음의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셀틱에서 맞은 두 번째 시즌에는 경기 출전에 애를 먹으며 퍼포먼스가 떨어졌고,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에서 한동안 멀어졌다. 지난여름 셀틱을 떠나 벨기에의 헹크로 이적했는데 새로운 팀에서 후반에 주로 출전하며 꾸준히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소속팀에서 이미 조커 카드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법에 익숙해진 오현규는 10월 대표팀에 복귀해서도 같은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 냈다. 선발들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투입되는 오현규는 야생마 같은 돌파와 확률 높은 슈팅으로 상대를 흔들 수 있는 존재다.

10월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홍명보 감독은 유럽 출장에 나섰다. 유럽행의 주목적은 새로운 젊은 선수 관찰에 있다. 첫 번째 대상은 2003년생 스트라이커 이영준이다. 지난해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이영준은 상무에서 병역을 해결한 올여름 곧바로 유럽에 진출했다. 스위스의 그라스호퍼 클럽 취리히에 입단한 그는 데뷔전이었던 리그 개막전에서 경기 시작 42초 만에 골을 넣은 것을 시작으로 6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유럽 적응을 마쳤다.

10월에 최고의 활약을 펼친 오현규, 그리고 J리그에서 올 시즌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며 9·10월 잇달아 뽑힌 1999년생 공격수 오세훈이 있는 상황에서 이영준까지 가세하면 공격진의 연령대는 확 어려진다. 역대 최고령 국가대표 발탁으로 주목받은 90년생 주민규, 그리고 무릎 수술 후 합병증 여파로 아직 시즌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조규성의 입지가 자칫 이들에게 밀릴 수 있다.

9월에 이미 홍명보호에 승선했던 강원FC의 측면 공격수 양민혁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2006년생으로 고등학교 3학년 신분으로 K리그에 데뷔해 전반기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 양민혁은 일찌감치 토트넘 홋스퍼 입단이 확정됐다. 올 시즌을 마치고 1월부터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비게 된다. 9월에 잠시 주춤했던 양민혁은 최근 다시 팀 공격을 이끌고 있어 11월에 소집될 가능성이 있다. 

홍명보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함께 새로운 선수를 추가로 주목하고 있다. 강원의 2000년생 전천후 수비수 이기혁, 김천 상무의 99년생 수비형 미드필더 김봉수, 북미프로축구 MLS의 미네소타 유나이티드 소속 2002년생 공격수 정상빈 등이 현재 관찰 대상으로 알려졌다. 대구FC의 2002년생 풀백 황재원도 언제든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홍 감독은 월드컵 3차 예선 흐름이 지금처럼 순조롭게 흘러간다면 젊은 선수들을 차례로 대표팀에 발탁해 함께 훈련하고 기량을 점검하는 형태를 반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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