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여전히 최선 다해 배우고 있어요”

장지영 2024. 9. 21.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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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도 최선을 다해 배우는 걸요. 날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에서 한국 팬들과 만난 80세의 거장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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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서울 등에서 리사이틀 투어
“청중과 고통, 행복 등 나누는 게 연주”
“콩쿠르 강조하면 예술에서 멀어지게 돼”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지난 18일 서울 클래식 음반 매장 풍월당에서 한국 팬들을 만났다. 자신의 연주회를 ‘청중과의 양방향 대화’라고 규정한 그는 8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고 배우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Caroline Doutre 인아츠 프로덕션 제공


“저는 아직도 최선을 다해 배우는 걸요. 날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에서 한국 팬들과 만난 80세의 거장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서울만이 아니라 지역까지 도는 첫 리사이틀 투어를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는 ‘쇼케이스’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팬미팅’에 가까웠다. 80여 석의 자리가 일찌감치 마감되면서 일부는 1시간 넘게 서서 봐야 했다.

이날도 피레스는 그를 상징하는 짧은 머리와 화장기 없는 맨얼굴, 면과 마 소재의 소박한 옷차림으로 등장했다. 그는 “옷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 그저 나의 존재를 표현하는 것을 입을 뿐이다. 나는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출신의 피레스는 다섯 살 때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주하고 일곱 살 때는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협연한 영재 출신이다. 1970년 25세의 나이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베토벤 탄생 200주년 기념 콩쿠르 우승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후 그는 명쾌한 터치에서 오는 투명한 울림, 치밀하고 청아한 감각이 돋보이는 연주로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베르트 ‘스페셜리스트’로 각광받았다. 이번 내한 독주회에서도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13번, 쇼팽의 녹턴(야상곡) 등을 연주한다.


“전 라흐마니노프 같은 작품은 연주 못 해요. 제 손이 작거든요. 하하. 연주자에게는 성품이나 감성 등 여러 이유에서 끌리는 작곡가가 있습니다. 저는 스페셜리스트라는 말보다 그 음악을 사랑하고 배우길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군요.”

피레스는 이날 연주에 대해 “작곡가와 지휘자,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청중과의 양방향 대화”라고 규정하면서 “모든 음악의 이유는 거기에 대화가 있기 때문이다. 연주자 자신의 생각에만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연주회장에 온 사람들과 인생, 고통, 행복 등 모든 것을 나누는 게 연주”라고 강조했다.

피레스는 1970년대 이후 연주 활동 외에 예술이 생활, 지역사회,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그 실천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9년 그가 포르투갈에 설립한 ‘벨가이스 예술 연구 센터’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음악, 농업, 환경에 대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벨가이스 센터에 대해 그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서 많은 것을 교환하며 균형을 찾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주자의 자세와 함께 그가 강조한 것은 아이들에 대한 올바른 음악교육이다. 특히 연주 테크닉 중심의 교육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것은 큰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이다. 경력(커리어)을 강조하며 가르치는 경우가 있는데, 경력과 예술을 혼동해서 생각하는 건 정말 위험하다. 콩쿠르 같은 것만 강조하면 아이들이 예술에서 멀어지게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진짜 교육이 시작된다. 아이에게 소리를 내는 방식을 가르치기 이전에 소리를 발견하게 해야 한다”면서 “나는 마스터 클래스(거장의 공개강좌)를 열지 않는다. 연주자 스스로 마스터라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것을 탐구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피레스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21일 아트센터인천, 26일 대전예술의전당, 2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29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독주회를 연다. 10월 26일 성남아트센터에선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연주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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