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의 모든 것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20세기 세계 경제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만큼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경제학자도 없을 것이다. 영국 행정부 공무원으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대학 교수가 된 뒤에도 재무부의 경제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고 이듬해인 1919년 평화 조약 체결을 위한 회의가 열렸다. “패전국 독일에 어마어마한 액수의 배상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했다. 1871년 독일과의 전쟁에 패한 프랑스가 대표적이었다. 당시 영국 정부 대표단 일원으로 평화 회의에 참석한 케인스는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독일의 과도한 배상금 지불은 되레 세계 경제 발전의 화근이 될 것”이라며 “전쟁 기간 전비 조달을 위해 국가들 간에 서로 빌린 채무를 모두 상쇄하자”고 주장했다. 승전의 기쁨에 취하고 독일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프랑스 등이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결국 그는 실의에 빠져 영국 대표단을 떠났다.
하이에크는 케인스보다 훨씬 어리지만 활동 시기는 겹친다. 케인스는 경제에서 공공 부문 지출 등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하이에크는 모든 형태의 계획 경제에 반대하고 정부의 경제 개입 최소화를 역설했다. 두 사람은 1930년대 영국 학계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였는데 당시 승자는 분명히 케인스였다. 그에 힘입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케인스의 경제 이론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그런데 1974년 스웨덴 한림원은 뜻밖에도 하이에크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당시 하이에크의 나이가 75세였으니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전형이라고 하겠다. 이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그의 이론에 입각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펴면서 하이에크의 영향력은 하늘을 찔렀다. 케인스가 살아 있었다면 “그는 나와의 논쟁에서 진 패자”라고 뒤끝을 부렸을지 모를 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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