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인이 밤 12시에 야구한 동료들 구했다…최고구속 141km인데 왜 속수무책 당했나
[스포티비뉴스=고척, 윤욱재 기자] 설마했던 '무박 2일' 경기가 현실이 됐다. 롯데는 지난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한화를 만나 14-11로 승리했다. 경기 소요 시간만 무려 4시간 22분에 달했다. 경기 도중에는 우천으로 중단되는 바람에 1시간 8분을 기다려야 했다.
롯데가 마침내 승리를 확정한 순간, 전광판의 시계는 밤 12시 7분을 가리켰다. 29일 오후 6시 37분에 시작한 경기가 30일 오전 12시 7분에야 종료한 것이다. 이른바 '무박 2일' 경기의 탄생이었다. 이는 KBO 리그 역대 8번째에 해당했다.
롯데 신인 정현수(23)는 다음 경기 선발 등판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서울로 올라왔다. 정현수가 서울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 정현수는 롯데의 경기 결과를 확인하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후 9시쯤 서울에 도착해서 중계를 보는데 4회초가 시작했더라"는 정현수는 "다들 새벽에 늦게 도착했다. 진짜 준비 잘 해서 최대한 이닝을 길게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 선수단은 30일 새벽 5시에야 서울에 도착했다.
예기치 않은 '무박 2일' 경기를 치른 롯데로서는 30일 고척 키움전에도 여파가 미치지 않을지 걱정이 컸다. 그러나 기우였다. 선발투수로 나온 정현수가 5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1개만 내주면서 무실점으로 키움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것. 그러면서 탈삼진도 6개를 수확했다.
올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신인 선수인 정현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이날 경기에서도 직구 최고 구속은 141km가 찍힌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키움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유가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제구력에 신경을 쓴 정현수는 직구보다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명품 커브'를 결정구로 사용하면서 효과적인 피칭을 했다. 이날 커브의 최저 구속은 111km까지 나왔다. 직구 최고 구속과 30km 차이가 난 것이다.
결국 롯데는 정현수의 호투에 힘입어 8-2 승리를 거뒀고 정현수는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았다.
경기 후 정현수는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는 것이 꿈이자 목표였다. 그런데 진짜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 첫 승이라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으니까 정말 기분이 좋다"라고 데뷔 첫 승을 따낸 소감을 남겼다.
사실 정현수는 지난 24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선발투수로 나왔으나 3이닝 5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3실점에 그치는 아쉬움이 있었다. 타선이 초반부터 대량 득점을 지원했음에도 스스로 무너지고 만 것.
그러자 김태형 롯데 감독은 "너무 도망가는 피칭을 했다. 공 자체가 괜찮았는데 힘이 들어갔는지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간 적이 없었다. 계속 불리한 카운트로 갔다. 그런 피칭이 나오면 안 된다"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초반에 제구가 잘 되지 않았고 커브도 볼로 많이 빠져서 어려운 투구를 했다"라고 당시 경기를 돌아본 정현수는 "그래서 이번에는 투구수를 줄이고 커브를 스트라이크로 많이 던진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 역시 김태형 감독이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 잘 알고 있었다. "감독님 말씀을 기사를 통해 접하고 어떻게든 제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했다"는 것이 정현수의 말이다.
요즘 야구는 강속구의 시대라고 하지만 투수가 반드시 강속구를 던진다고 해서 타자를 이기는 것은 아니다. 구속이 빠르지 않아도 타자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정현수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정현수는 "나는 자신감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내가 파이어볼러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자신감을 갖고 스트라이크를 꽂아야 결과가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투구를 이어간다면 승리 행진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롯데 동료들은 정현수의 데뷔 첫 승을 한마음으로 축하했다. 정현수가 방송 인터뷰를 마치자 롯데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물벼락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다. 정현수는 "이 정도로 추울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의 손에는 데뷔 첫 승 기념구가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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