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조기교체하자마자 역전 홈런, 강우콜드 공포까지 다 극복···선두 KIA의 천신만고 롯데전 승리[스경x현장]
KIA가 천신만고 끝에 롯데를 이겼다.
KIA는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6-5로 승리했다. 6월6일 광주에서 승리한 이후 롯데 상대 첫승. 산 넘고 물 건너 거둬들인 승리였다.
KIA는 앞서 올시즌 롯데에 3승1무7패로 열세였다. 이상하게도 롯데만 만나면 경기가 꼬이고 투수들이 무너지거나 타선이 대침묵에 빠져들었다. 14-1로 앞서다 15-15로 치욕의 무승부를 한 뒤 2패를 했던 6월25~27일 사직 3연전 이후 약 두 달 만의 재대결이었다.
이날도 승리하기까지 쉽지가 않았다. 통산 최다 탈삼진 신기록에 3개만 남겨두고 있던 에이스 양현종이 1,2,3회에 1개씩 삼진을 잡아 통산 2049개째로 송진우의 대기록을 경신한 경사의 날, 그러나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다.
2회말 무사 1루에서 김선빈의 적시 2루타를 시작으로 한준수와 박찬호도 잇달아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3-0으로 앞섰지만 4회까지 쾌투하던 양현종이 5회초 갑자기 홈런 두 방을 맞았다. 1사후 롯데 8번 노진혁에게 우월 솔로홈런, 이후 2사 1·2루에서 3번 손호영에게 좌중월 3점 홈런을 내주면서 3-4로 역전을 허용했다. KIA 타선이 5회말 2사 3루에서 김선빈의 적시타로 4-4 동점을 만들었고 양현종은 69개를 던진 채 6회초 불펜에 공을 넘기며 승패 없이 5이닝에서 투구를 끝냈다.
양현종의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는 모습에 일찍 교체해 6회초 좌완 곽도규를 투입했으나 오히려 역전을 허용했다. 곽도규가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좌중월 솔로홈런을 허용해 KIA는 4-5로 뒤졌다.
무엇보다 전날 3-1로 앞선 4회 폭우가 쏟아져 노게임이 되는 불운을 겪었던 KIA는 이날도 강우콜드 패배 가능성의 공포에 시달렸다.
4-5로 뒤지던 7회말 선두타자 최원준과 김도영이 실책과 안타로 출루하면서 무사 1·2루 절호의 기회를 만들었다. 계속 내리고 있던 비가 조금 세지기 시작한 가운데 롯데가 투수를 교체한 뒤 KIA 4번 타자 소크라테스가 타석에 들어설 차례, 김태형 롯데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왔다. 비가 많이 내리는데 왜 중단하지 않느냐는 항의에 심판진이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다. 이에 KIA 이범호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가자 다시 경기를 진행하려던 심판진을 향해 김태형 감독이 또 나가 ‘항의’했다. 갈피를 못 잡던 심판진은 잠시 뒤 결국 경기 중단을 선언, 그라운드에 방수포가 덮였다.
중단된 22분 사이 빗줄기는 밀당을 하듯 약해졌다 다시 거세지기를 반복해, 챔피언스필드 구장 관리요원들은 방수포를 걷으려 들어갔다 철수하기를 반복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결국 비가 멎어 경기는 재개됐고 KIA는 1득점 해 5-5 동점을 만들었다. 소크라테스의 플라이 타구를 잡은 롯데 중견수 황성빈이 3루로 송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1·2루 주자가 2·3루를 밟았고 나성범의 우익수 희생플라이에 3루주자 최원준이 홈을 밟았다.
KIA는 8회말 결승점을 냈다. 2사후 9번 변우혁이 좌중월 2루타를 때린 뒤 롯데의 실책이 나왔다. 투수 김상수의 폭투에 대주자 김규성이 3루로 슬라이딩, 세이프 된 뒤 박찬호의 땅볼 타구를 잡으려던 3루수 손호영이 포구 실책을 해 홈을 밟았다.
6-5로 균형을 깬 KIA는 9회초 마무리 정해영을 투입했다. 경기는 그냥 끝나지 않았다. 정해영은 선두타자 대타 정훈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출발했다. 윤동희의 투수 앞 땅볼에 대주자 이호준에게 2루를 허용했고 앞서 2루타-홈런-1루타로 쾌조의 타격감을 보인 손호영 타석에서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 뒤 정해영은 5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손호영을 돌려세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4번 타자 레이예스를 볼카운트 3B-1S에서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올시즌 롯데전 4승째를 확정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상대타선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주면서 값진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지난주부터 마운드가 확실히 안정감을 찾은 모습이다. 지금의 모습을 시즌 끝날때까지 잘 유지해주길 바란다”며 “오늘 경기는 두번의 적극적인 주루플레이가 승리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7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중견수 뜬공 때 3루로 뛰었던 최원준, 8회말 대주자로 들어간 김규성이 폭투 때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3루까지 진루했던 게 안타 없이 동점과 역전에 성공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투수와 타자 모두를 칭찬했다.
더불어 “계속 어려운 승부를 했던 롯데를 상대로 승리를 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남은 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선수들 수고 많았다”고 말했다.
KIA는 이날 승리로 5연승을 거두고 2위 삼성과 격차를 6경기 차로 벌렸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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