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형우 빠진 뒤 구멍된 그 자리… 나성범의 완벽한 귀환은 이뤄질까, ‘176㎞ 총알 타구’의 해석

김태우 기자 2024. 8.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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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형우가 빠진 4번 자리를 채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는 나성범은 올 시즌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혼합된 채 시즌이 흘러가고 있다. ⓒ연합뉴스
▲ 햄스트링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한 나성범의 신체적 컨디션은 100%가 아닌 상황이고, 여기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전통적인 타순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현대 야구라고 해도 ‘4번 타자’라는 자리가 주는 상징성과 압박감은 여전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팀 내 최고 타자들이 1~3번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어쩌면 그 최고 타자들의 출루 확률이 높기에 이를 뒤에서 해결해야 하는 4번의 위상 또한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세이버매트릭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도 4번을 아무나에게 주지 않는다.

올해 리그 선두를 달리는 팀이자, 리그 최고의 타격 성적을 거두고 있는 KIA의 4번은 주로 베테랑 최형우(41)가 맡았다. KIA의 시즌 113경기 중 최형우는 92경기나 선발 4번 타자로 들어섰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이렇게 4번 타자가 한 선수로 고정된 팀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4번 경험이 많고, 이 타순이 익숙한 최형우가 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적어도 최형우가 정상적인 컨디션일 때는 4번 걱정을 크게 할 필요가 없었다.

최형우는 시즌 99경기에서 타율은 0.281로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0.333의 득점권 타율을 앞세워 93타점을 쓸어 담았다. 19개의 홈런을 치는 등 고비 때마다 장타를 보태며 팀 해결사 몫을 톡톡히 했다. 기록 이상의 공헌도를 느꼈다면 이런 이유가 크다. 다만 지금은 최형우가 없다. 8월 6일 kt전에서 스윙을 하다 내복사근 손상을 당한 최형우는 현재 1군 전력에서 빠져 있다. 최초 진단일로부터 2주 뒤 재검진 예정이니, 보수적으로 8월에는 없는 전력이라고 봐야 한다.

KIA는 이후 최형우를 대신할 4번 타자를 새로 찾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김도영이 3번으로 고정된 가운데, 김도영의 높은 출루율을 십분 활용할 새 해결사가 필요하다. 일단 이범호 KIA 감독은 나성범(35)과 소크라테스 브리토(32)를 4번 후보로 보고 있다. 주로 나성범이 4번으로 나선 가운데, 15일 고척 키움전처럼 컨디션과 상대 상성에 따라 소크라테스가 4번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아직은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형우 이탈 후, 즉 8월 7일 이후 나성범의 OPS(출루율+장타율)는 0.773, 타율은 0.276이다. 소크라테스는 OPS 0.795, 타율은 0.269이다. 고만고만하다. 특히 최형우 이탈 후 주로 4번 자리에서 뛰었던 나성범의 이 기간 4번 타자 타율은 0.250, 출루율은 0.269로 저조했다. 또 소크라테스도 15일 4번에 들어가니 무안타에 그쳤다. 이상하게 4번 자리에만 들어가면 성적이 더 떨어진다.

이범호 KIA 감독은 더 이상의 대안보다는 두 선수를 믿고 갈 생각이다. 실제 지금 팀 타선의 전체적인 감을 보면 4번을 칠 선수도 그렇게 많지 않다. 파격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두 선수를 믿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감독은 “4번에 있으나 5번에 있으나 두 선수가 쳐줘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두 선수가 못 치면 형우가 빠져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점수내는 데 굉장히 좀 힘든 상황이 된다”고 두 선수의 분전을 바랐다.

사실 나성범이 정상이었다면 별로 고민하지 않았을 문제다. 어쩌면 복귀 후에는 최형우보다 나성범이 더 많이 4번을 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서 올해 내내 머리가 아프다. 나성범은 시즌 81경기에서 타율 0.279, 15홈런, 65타점, OPS 0.830을 기록 중이다. 햄스트링 부상 이후 아무래도 신체적 상태가 100%는 아니다. 공·수 모두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81경기에서 65타점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클러치 상황에서 나성범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적도 많았고, 무엇보다 OPS는 우리가 나성범에게 기대하는 그 수치가 아니다.

▲ 15일 고척 키움전에서 타구 속도 175㎞  이상의 총알 타구를 연거푸 만들며 다시 기대감을 키운 나성범. ⓒ연합뉴스

ABS 존 적응 문제에 더 핑계를 찾기 어려운 가운데 햄스트링 부상이 하체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이 타격 메커니즘을 흔들고, 그 흔들린 메커니즘이 빠른 공 적응에 방해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추론이 나온다. 일단 올 시즌이 끝나면 하체를 더 단련하고 그에 맞게 메커니즘을 정비해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큰 기대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즌이 진행 중이고, 어쩔 수 없이 극적인 변화보다는 지금 상태로 남은 시즌을 치러야 한다. 팬들도 답답하지만, 지금 누구보다 답답한 것은 마음처럼 몸이 안 따라준다는 것을 직접 느끼는 선수 자신이다.

15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나성범이 가지고 있는 힘이 여전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나성범은 이날 7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귀중한 2타점 적시타를 쳤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분석에 따르면 이 적시타의 타구 속도는 시속 176.8㎞에 달했다. 나성범은 9회 팀 승리를 자축하는 장쾌한 홈런포를 터뜨렸는데 이 타구의 속도 또한 175.8㎞에 이르렀다. 아무나 못 만들어내는 속도다. 일단 배트 중심에만 맞아 나가면 최정상급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두 장면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다만 2회 큼지막한 플라이까지 좋은 타구 세 개 모두가 변화구를 공략한 것이었고, 아직 시속 145㎞ 이상의 빠른 공에는 조금 더 타이밍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게 드러났다. 절반은 귀환했는데, 아직 절반이 덜 돌아온 셈이다. 심리적으로 많은 압박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어쨌든 스스로 이겨내야 할 대목이다. 좌완 선발 두 명이 예정되어 있는 LG와 주말 3연전이 나성범의 현재 상태를 명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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