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철밥통’ 깨는 청년 공무원들

이연섭 논설위원 2024. 8.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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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취업하면 정년까지 해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철밥통'이라 한다.

일반 기업은 실적이나 성과가 미흡하면 일찍 잘릴 수도 있는데 철밥통을 가진 직업은 큰 잘못이 없는 한 누구도 함부로 자르지 못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 공무원들은 철밥통을 상징하는 노란 냄비를 들고 나왔다.

자신의 '철밥통'을 부수는 퍼포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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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한 번 취업하면 정년까지 해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철밥통’이라 한다. 일반 기업은 실적이나 성과가 미흡하면 일찍 잘릴 수도 있는데 철밥통을 가진 직업은 큰 잘못이 없는 한 누구도 함부로 자르지 못한다. 대표적인 직종이 공무원이다.

철밥통을 가진 공무원은 오랫동안 인기가 높았다. 월급은 기업에 비해 많지 않아도 정년까지 안정적이고, 공무원연금이 노후를 보장해준다고 생각했다. 각종 수당과 해외연수, 공로연수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나쁘지 않았다. 공직의 역할과 사명감도 만족도를 높였다.

하지만 요즘 공무원의 인기는 예전같지 않다. 소위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현상이 심각하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조기 퇴직의 이유다. 실제 재직 기간 5년 미만 공무원 퇴사자가 2019년 6천663명에서 지난해 1만3천500명으로 늘어났다.

MZ공무원들은 “공무원도 노동자다”라며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선 ‘청년 공무원 100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 공무원들은 철밥통을 상징하는 노란 냄비를 들고 나왔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밥값을 올려달라’는 등의 글이 새겨진 노란 냄비를 숟가락으로 두드리며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했다.

행진을 마친 공무원들은 냄비를 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밟아 찌그러뜨렸다. 자신의 ‘철밥통’을 부수는 퍼포먼스였다. 이들은 “청년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인에게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고, 주말에 행사가 있으면 동원까지 된다”며 “그럼에도 실질임금은 매년 마이너스다. 철밥통에 밥이 없다”고 호소했다.

국가에 봉사한다는 공무원의 소명의식과 열정, 자부심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철밥통으로 여겨졌던 공직이 젊은이들에겐 더 이상 매력적인 직장이 아니다.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과 업무의 과부하, 위계구도에 따른 경직성 등은 MZ 공무원들 스스로 철밥통을 깨뜨리게 만든다. 적정 수준의 임금 상승, 계급구조 개선, 조직 유연성 등 구조와 시스템 변화를 동반한 혁신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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