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KIA 110번의 번뇌와 오뚝이 정신…김도영·박찬호·홍종표도 그래야 한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땅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KIA 타이거즈 전임 감독은 사령탑 시절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현역 시절 명 2루수였고, 고등학교 때까진 날리던 유격수였다. 그런 그조차 결정적인 실책으로 팀을 수렁에 넣었던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해 자신이 서 있던 2루에서 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욕도 많이 먹었지만, 야구 선수는 또 야구를 해야 한다. 결정적 실책을 범하면 왜 그랬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그 다음에는 그 장면을 잊어야 한다. 8일 광주 KT 위즈전을 0-1로 패배한 KIA 선수들 중에서 가장 잠을 자지 못했을 법 한 선수는 2루수 홍종표다.
홍종표는 이날 7회말에 대주자로 투입돼 9회와 연장 11회에 두 차례 타석에 등장, 모두 삼진을 당했다. 사실 이것보다 12회초 결정적 실책이 더욱 떠오를 것이다. KT는 1사 1루서 대타 문상철을 내세웠다. 문상철의 유격수 땅볼이 나오자 홍종표는 자연스럽게 2루 커버를 들어갔다. 박찬호로부터 공을 받고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그러나 뒤돌아서서 1루에 공을 던진 순간 악송구였다. 공이 높게 뜨면서 1루수가 도저히 잡을 수 없는 코스로 날아갔다. 그립을 잘못 쥐었거나, 흔히 말하는 공이 손에서 빠진 듯했다. 이닝이 끝나야 하지만 2사 2루가 됐다. 타자주자 문상철이 2루까지 갈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여기서 황재균이 좌중간 1타점 적시타를 날려 KT가 극적으로 1-0으로 이겼다. KIA는 황재균의 좌측 타구를 대비해 중견수 박정우와 좌익수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위치를 맞바꿨지만 소용없었다. 12회말 2사 1루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경기 끝.
결과적으로 홍종표의 실책이 경기 향방을 결정하고 말았다. KIA는 7일 광주 KT전서도 실책 3개를 범하며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지원하지 못했다. 그렇게 실책으로 KT에 1승2패,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여전히 2위 LG 트윈스에 5.5경기 앞섰지만, KIA의 올 시즌 고민을 다시 한번 확인한 주중 3연전이었다.
KIA는 이제 110개의 실책을 범했다. 최다 1위를 질주한다. 김도영이 24개, 박찬호가 15개로 최다 1~2위를 달린다. 김도영도 박찬호도 8일 경기서 결정적 실책을 범한 홍종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실책을 점검하고, 또 잊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현 시점에서 수비 훈련을 더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이범호 감독은 제법 걱정이 될 듯하다. KIA는 최근 최형우가 내복사근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격력이 떨어졌다. 이우성이 돌아왔지만, 무게감은 같을 수 없다. 이럴수록 단단한 수비가 필요하지만, 올해 KIA는 안 줘도 될 점수를 너무 많이 내준다. 단기전서 이런 모습이 나오면 대권 도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KIA 선수들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실전서 해결 기미가 안 보이는 게 고민이다. 현 시점에서 KIA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가능성은 크지만, 이 정도의 수비력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장담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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