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金 환영식, '폭탄 발언'으로 아수라장[파리올림픽]

모두가 기대했던 금의환향은 아니었다. 셔틀콕 여제의 귀국길은 초라하고 씁쓸했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닥을 획득한 안세영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선수가 대회를 마치고 귀국하면 종목별 협회가 입국장에서 환영식을 여는 게 관례다. 특히 대회에서 성과를 내고 돌아오면 현수막과 함께 꽃다발, 기념품 등을 전달하며 선수들을 맞이한다.

하지만 안세영의 귀국 현장은 다소 초라한 모습이었다. 소속팀에서 꽃다발을 준비했지만, 그를 환영하는 현수막은 없었다.

우승 확정 후 안세영이 남긴 '폭탄 발언'으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중의 관심은 그의 우승 소감이 아닌 해당 발언에 대한 입장에 쏠렸다.

안세영은 공개적으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5일 금메달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대표팀과 더 이상 함께 가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협회를 저격했다.

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내 무릎의 부상 정도는 생각보다 심각했다"며 "쉽게 나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크게 실망했다"고 부상 관리의 소홀함 등을 언급했다.

이후 하루가 지난 6일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었지만 안세영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협회가 자신의 입을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귀국 인터뷰에서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안세영은 "이제 막 도착했고, 아직 협회와 나눈 이야기가 없다"며 "팀과도 상의한 게 없어서 더 자세한 건 상의 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었고, 이해해 달라는 마음으로 드리는 말씀이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입국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갈등이 없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상의 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이제 도착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재차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논란이 많은 것 같더라. 일단은 말을 자제하도록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안세영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팬들의 응원이 곳곳에서 들렸다. 하지만 안세영은 인터뷰 도중 소속팀 관계자에 이끌려 황급히 입국장을 떠나 팬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갑작스레 취재진의 질문 세례를 뿌리치고 밖에 대기 중이던 버스로 향한 안세영은 "최대한 빨리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는 말만 남기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번 대회에서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에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의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안겼다. 또 2004년 아테네 대회 손승모 이후 첫 단식 메달이며, 2008년 베이징 대회 이용대-이효정의 혼합복식 우승 이후 첫 금메달이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으며 세계 랭킹 1위의 위엄을 과시했다. 한국 배드민턴 최초의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달성에 마지막 퍼즐인 아시아선수권만을 남겨 놓게 됐다.

한국 배드민턴의 새 역사를 쓰며 셔틀콕의 여제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축하받아야 할 안세영의 귀국길은 자신의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으로 얼룩졌다.

인천공항=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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