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못 버는 '척척박사'…파티는 끝났다? AI 버블론 확산 [팩플]
글로벌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버블(거품)론’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생성 AI에 대한 기대와 투자가 명시적이고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 안팎에선 버블에서 오히려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슨 일이야
5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상장 주요 테크 기업인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테슬라‧엔비디아‧메타)의 주가는 줄줄이 하락했다. 특히 엔비디아 주가는 5일 하루 동안 6.36%가 하락했다. 업계에선 이번 하락 사태 배경 중 하나로 ‘AI 버블론’을 지목하고 있다. 매그니피센트7에서 테슬라를 제외한 6개 빅테크가 생성 AI에 집중하는 기업들이어서다. 특히 엔비디아는 생성 AI 개발과 활용에 꼭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 공급자로 생성 AI 붐의 가장 큰 수혜자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엔비디아 주가는 버블 상태이며, AI 붐은 과장되어 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버블론 나온 이유는
시장이 생성 AI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의문을 품기 시작한 이유는 AI 기업들이 수익성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몇년 사이 빅테크의 AI 투자는 크게 늘었다. FT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메타, 구글의 AI 관련 투자(자본지출)는 총 1060억달러(약 145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50% 증가했다. 특히 MS의 경우 오픈AI에만 약 13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의 49%를 보유하고 있다. ‘오픈AI의 대항마’를 찾기 위한 글로벌 투자도 늘었다. 지난해부터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벤처캐피탈(VC)들은 앤스로픽(미국), 미스트랄AI(프랑스), 코히어(캐나다) 등 전 세계 AI 스타트업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그러나 수익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달 오픈AI의 올해 적자가 최대 5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수익은 35억~45억 달러가 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LLM(거대언어모델)의 데이터 학습 비용, 인건비 등으로 발생할 비용 추정치 85억 달러가 문제다. 지난 6월 미국의 대형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은 자사 홈페이지에 ‘AI의 6000억 달러 문제’란 글을 올려 AI 투자비용과 실제 수익 사이의 큰 격차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벤처투자 업계도 ‘AI 버블’이 도래했다는 점에선 대체로 동의했다. 김경민 500글로벌 매니지먼트 코리아 대표파트너는 “이미 실리콘밸리에선 ‘파티는 끝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AI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버블,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다만 국내 VC업계에선 버블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순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버블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기업 간 옥석이 가려지고,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어서다. 임정민 시그나이트파트너스 투자총괄은 “버블이냐 아니냐를 떠나, 버블이 꺼진 잔재 위에서 산업 규모가 더 크게 발전한 사례가 역사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혁명 시기 영국은 전국에 엄청나게 많은 철도를 깔았는데, ‘이렇게 많은 철도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지만 결국 전국에 깔린 철도망 덕분에 산업발전을 통해 국부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AI는 어떤 특정 산업이나 앱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마치 철도, 통신망, 석유처럼 모든 산업에 필요한 인프라”라며 “이미 버블 이후를 위한 새로운 투자를 준비하는 곳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버블이 새로운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경희 소풍벤처스 파트너는 “모든 산업엔 버블 위험이 있다”며 “버블이 자본을 끌고, 인재를 끌고, 혁신을 이끄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강훈모 하나벤처스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IT 버블, 모바일 혁명 때 네이버‧토스가 태어난 것처럼 AI 버블 때도 비슷하게 AI 유니콘이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①묻고 더블로 가: 과잉 투자 우려에도 빅테크들은 향후 AI 추가 투자를 계속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승자독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모회사)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우리에겐 과소 투자 위험이 과잉 투자 위험보다 훨씬 크다”며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AI는) 분명히 우리에게 광범위하게 유용한 인프라가 될것”이라며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팀 쿡 애플 CEO도 지난 2일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자사 AI 모델인 ‘애플 인텔리전스’ 개발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②돈 벌어야 살아남는다: 수익성을 증명하는 AI 기업이 살아남는다. 강훈모 CIO는 “수영장에 물이 빠진 후에야 누가 수영복을 입었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벌써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투자금‧운영비용 대비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기업들이 살아남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③한국의 기회는 적용에: 이미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은 ‘머니게임’이 된 상황. 버블 속에서 한국이 가야할 길은 LLM의 위에 있다.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는 “모바일 OS(운영체제)처럼 LLM이라는 플랫폼은 미국을 제외하고 사실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나라가 그간 잘해왔던 것, 플랫폼 위에 빠르게 앱을 만드는 것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 대혼란기, VC 투자 촉은 어디에
「 진정한 옥석 가리기의 시작? 엔비디아도 힘들고, 인공지능(AI) 버블 우려까지 나오는 지금, 장밋빛 미래는 여전히 AI에 있는가. 5~10년 뒤를 바라보는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 촉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실탄 꽂을 스타트업은 여기…‘유니콘 발굴’ 7대 명가의 픽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8565
팩플 오리지널(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02)이 미래에 투자하는 VC들의 세계에 대해서 알려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
김남영‧정용환‧윤상언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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