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韓 수영 탈락 미스터리' 끝내 뜨거운 눈물까지 왈칵→그래도 새 역사 창조 '위업' 칭찬받아 마땅하다 [파리 현장]

[스타뉴스 | 라 데팡스 아레나(파리)=김우종 기자]

(왼쪽부터) 이호준, 황선우, 양재훈, 김우민이 31일(한국 시각) 계영 800m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이호준(오른쪽)이 31일(한국 시각) 믹스트존 인터뷰 도중 눈물을 왈칵 쏟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한국 수영의 에이스들이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단체전 메달에 도전했다. 하지만 하늘은 아직 그들에게 메달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메달권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래도 한국 수영 역대 최초 올림픽 단체전 결선 진출, 그리고 세계 6위라는 성과를 거둔, 칭찬 받아 마땅한 한국 수영 선수들이었다.

양재훈(26·강원도청), 이호준(23·제주시청), 김우민(23), 황선우(21·이상 강원도청)로 구성된 한국 남자 경영 대표팀은 31일(한국 시각) 오전 5시 15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경영 계영 800m 결선에서 7분 07초 26을 기록, 최종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계영 800m 경기는 4명이 각자 자유형으로 200m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한국은 최정예 영자를 앞세워 사상 첫 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섰다. 양재훈과 이호준, 김우민, 황선우가 차례로 물살을 가르며 역영을 펼쳤다.

이날 첫 번째 영자로 나선 양재훈은 50m 구간을 24.90에 돌파했다. 호주와 함께 공동 5위였다. 하지만 100m 구간을 52.66초로 턴하면서 9위까지 내려앉았고, 이후 순위를 좀처럼 끌어 올리지 못했다. 결국 양재훈은 200m 구간을 1분 49초 84라는 성적과 함께 9위로 마쳤다.

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계영 800m 결승 경기에서 황선우가 레이스를 마친 뒤 바닥에 누워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사진=뉴스1

이어 두 번째 영자로 이호준이 출격했다. 이호준은 50m 구간을 23초 96, 100m 구간을 51초 14, 150m 구간을 1분 18초 77, 200m 구간을 1분 46초 45로 각각 통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순위는 9위였다.

다음 영자는 이번 파리 올림픽 자유형 400m 종목 은메달리스트 김우민이었다. 김우민은 50m를 23초 71로 주파한 뒤 마침내 200m 구간에서 이스라엘을 제치고 8위로 점프했다. 김우민은 결과적으로 이날 4명 중 가장 좋은 200m 기록을 냈다. 1분 44초 98이었다.

끝으로 한국 수영의 대들보 황선우가 입수했다. 황선우는 50m 구간을 23초 89로 돌파한 뒤 100m 지점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150m 구간을 1분 18초 39로 통과한 뒤 200m 지점에서 1분 45초 99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한국의 최종 기록은 7분 7초 26이었다.

한국 경영이 올림픽 남자 계영 800m 종목에 출전한 건 이번이 4번째였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 7분 52초 93으로 예선 12위,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예선 14위, 3년 전 펼쳐진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7분 15초 93으로 예선 13위에 랭크됐다.

최근 대한수영연맹은 황선우와 김우민 등 남자 자유형 중거리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이 대거 성장하자 계영 800m 종목에 더욱 전략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 결과적으로 이는 성공적인 기록 단축으로 이어졌다.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2023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계속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2022년 마침내 한국 수영 역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단체전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2023년 대회에서도 결승 진출까지 성공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계영 800m 결승 경기에서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이 경기를 마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미는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당시에도 한국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양재훈, 이호준, 김우민, 황선우가 출전했다. 그리고 7분 01초 73이라는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면서 한국 경영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상승세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 2월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남자 계영 800m에 출장, 7분 01초 94의 좋은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1위 중국과 격차는 불과 0.01초밖에 나지 않았다.

그랬기에 이번에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한 게 더욱 미스터리로 남고 있다. 이날 다소 불리한 1번 레인을 배정받은 한국은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호주, 중국, 일본과 함께 레이스를 펼쳤다.

앞서 황선우는 같은 날 자유형 100m 예선에서 상위 16명 안에 들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황선우는 계영 800m 결승에 집중하기 위해 자유형 100m 준결승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계영 800m 6위에 그치면서 또 한 번 아쉬움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한국이 항저우 게임과 같은 기록을 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날 결과적으로 금메달은 6분 59초 43을 기록한 영국에 돌아갔다. 그 뒤를 이어 미국(7분 00초 78)이 2위, 호주가 3위(7분 1초 78)를 각각 차지했다. 만약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와 같은 성적을 올렸다면, 동메달이 가능했다. 또 4위 중국은 1위와 4.94초나 차이가 날 정도였다. 5위는 프랑스(7분 04초 80)였으며, 6위가 한국, 7위가 일본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0.18초에 불과했다.

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계영 800m 결승 경기에서 김우민, 이호준이 경기를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 이번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기 위한 많은 전략을 준비했다. 특히 예선에서는 황선우를 아끼는 초강수를 띄운 끝에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좀처럼 기량을 완벽하게 끌어 올리지 못했고, 한국 수영 역사상 최초 올림픽 단체전 메달 획득도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날 금메달은 영국이 거머쥐었다. '1위' 영국은 6분 59초 43, '2위' 미국은 7분 00초 78, '3위' 호주는 7분 1초 95의 성적을 각각 냈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만큼의 성적을 냈다면 동메달 경쟁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국 수영은 올림픽 역사상 첫 단체전 메달 획득을 노렸지만, 최초 단체전 결선 진출에 만족한 채 파리 올림픽 남자 계영 800m를 마감하게 됐다.

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은 취재진이 몰려 있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을 지나갔다. 먼저 이호준이 취재진 앞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이어 황선우가 취재진을 향해 아쉬웠던 심경을 전하는 순간, 갑자기 옆쪽에 서 있던 이호준이 왈칵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김우민이 이호준한테 달려가 격려하며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호준은 자신이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해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선수들도 어떻게 보면 큰 목표를 하나 이룬 셈이었다. 그렇지만 또 당장 있을 파리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다. 도하에서도 굉장히 근소한 차이로 우리나라가 은메달을 땄다. 그 부분에 대한 욕심이나 의지가 더 강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호준은 "그런 부분에서 나온 아쉬움이었다. 오늘 우리가 세운 기록은 되게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이나 기록을 보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부분이 좀 더 아쉽게 다가왔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호준을 다독여준 김우민도 이에 대한 질문에 "그래도 진짜 다 열심히 했는데, 아쉬움의 눈물이라 생각한다. 준비한 과정이 전부 생각났을 것이다. 물론 결과가 이렇게 돼 누구보다 아쉬울 텐데, 그래도 준비하는 과정도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이)호준이가 울 때 저 역시 울 뻔했다"며 위로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황선우도 "나 역시 실망감이 크고 당황스럽다. 긴장이 되긴 했어도, 과부하까지 걸린 것은 아니었는데"라면서 "페이스도 괜찮았으며,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었다. 도쿄 올림픽 이후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속으로는 울고 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토록 선수들 역시 원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건 어쨌든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동안 불모지로 여겨졌던 한국 수영에 있어서, 최초로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수영대표팀 황선우, 양재훈, 이호준, 김우민이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800ｍ 계영 결선 경기를 마친 후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민국 수영대표팀 황선우, 양재훈, 이호준이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800ｍ 계영 결선 경기를 최종 6위로 마무리 지은 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라 데팡스 아레나(파리)=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