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살아난 여고생 신드롬···17살 반효진, 슛오프 0.1점차 ‘금빛 과녁’ 쐈다[파리X현장]
한국 사격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여고생 신드롬’을 다시 일으켰다. 금빛 총성을 쏘아올린 17살 고교생 반효진이 주인공이다.
반효진(대구체고)은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10m 공기소총 여자 결선에서 251.8점을 쏜 뒤 슛오프에서 중국의 황위팅을 따돌리며 역대 최연소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반효진의 극적인 금메달은 대한민국 하계 올림픽 사상 100번째 금메달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 사격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라는 믿기지 않는 호성적을 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의 은메달 1개와 비교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반효진은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에서 가장 어린 선수다. 만 16세 10개월 18일로 메달을 딴 반효진은 2000 시드니 올림픽 이 종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당시 만 17세 11개월 4일)이 보유했던 기록을 경신하며 한국 대표팀의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됐다.
3년 전인 사격에 입문한 반효진은 사격을 시작하자마자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총을 잡아본지 2개월만에 대구광역시장배 대회에 나가 우승했다. 거침없이 성장하며 국가대표에 뽑혔고,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사실 반효진의 첫 메달은 이틀 전 나올 수도 있었다. 그가 10m 공기소총 혼성 경기에서 박하준의 짝으로 낙점됐지만 현지에서 더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금지현과 교체됐기 때문이다. 당시 아쉬움을 털어낸 반효진은 주 종목인 10m 공기소총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전날 본선에서 634.5점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쐈던 반효진은 금메달도 기대할 만 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효진은 첫 10발에서 104.8점을 쏘면서 중국의 황위팅에 0.7점차 부족한 2위로 출발했다. 반효진이 8발째에서 9.7점을 쏜 것이 아쉬웠지만 13발째에서 만점(10.9점)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16발에서 재차 만점으로 황위팅을 0.1점차로 따돌리며 1위로 올라섰다.
반효진은 22발째에서 황위팅이 처음 9점대를 쏘면서 1.3점차로 앞서갔다. 아쉽게도 금메달을 결정지을 수 있었던 마지막 두 발에서 9.9점, 9.6점을 쏘면서 동점을 허용했지만 슛오프에서 10.4점을 쏘면서 0.1점차 금메달을 확정했다.
반효진의 깜짝 활약은 역대 올림픽의 ‘여고생 신드롬’을 떠올리게 만든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선 서울체고 3학년 여갑순(50)이 10m 여자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깜짝 스타가 됐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유성여고 3학년 강초현(42)이 같은 종목 은메달로 인기를 누렸다. “대선배들과 이름이 함께 거론되는 것만으로 기쁘다”던 반효진은 이제 그들의 뒤를 잇는 스타가 됐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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