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TALK]경기 끝나자 눈물이 쏟아졌다…“金만큼 값졌다” 여자핸드볼 감격
경기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서로를 부둥켜 껴안았다. 그리고는 코트 위에서 원을 그린 채 몇 바퀴를 돌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 장면을 채 보지 못하고 퇴장하려던 심판과 부딪힌 후에야 감격적인 세리머니가 끝났다.
스웨덴 출신의 헨리크 시그넬 감독이 이끄는 여자핸드볼대표팀이 드라마 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한국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6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핸드볼 여자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독일을 23-22로 물리쳤다. 한때 14-18로 밀려 패색이 짙었지만, 골키퍼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필드 플레이어를 투입하는 전술이 계속 주효하면서 다시 추격했고, 21-21로 맞선 경기 막판 우빛나가 7m 스로우 득점을 성공시킨 뒤 종료 22초 전 강경민이 쐐기골을 넣어 승리를 확정했다.
한국으로선 8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였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한국은 세계랭킹 22위, 독일은 6위로 전력상에서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또, 평균신장은 한국이 172.9㎝, 독일이 177.6㎝로 5㎝ 가까이 격차가 났다.
그럼에도 한국은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격으로 독일을 리드했다. 전반 한때 11-8로 앞서는 등 우세를 가져가면서 처음 30분을 11-10으로 마쳤다. 다만 후반 들어 독일의 수비를 뚫지 못하는 상황이 여럿 나오고, 결정적인 슛마저 골대를 빗나가면서 주도권을 내줬다. 그러면서 14-18로 뒤졌지만, 류은희와 강은혜, 강경민 등이 마지막 힘을 짜내며 역전승을 일궜다.
경기장 분위기도 뜨거웠다. 관중석이 꽉 들어찬 가운데 경기 초반부터 “대한민국”이란 응원 구호가 울려퍼졌다. 이어 한국의 승리가 점차 가까워지자 함성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경기 후 코트 뒤편은 울음바다였다. 이날 게임을 뛰지 못한 대기선수들의 눈가는 이미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차례로 믹스트존으로 들어오는 선수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박새영은 “오늘 태극기를 많이 봐서인지 뭉클했다”면서 “포지션별 전력을 봤을 때 모두가 우리는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로 뭉쳐서 강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강경민은 “여자핸드볼 경기가 오늘 있는지 모르는 분들도 되게 많았을 것이다. 이번 대회의 유일한 단체 구기 종목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금메달을 딴 것보다 잊지 못할 순간이 됐다”고 했다. 이어 “유럽에서 ‘코리아’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독일이 아닌 우리를 응원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4점이 벌어졌을 때도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후반 중반 4점차로 벌어졌을 때는 조금 불안했다. 여기에서 더 벌어지면 정말 힘들어지는 만큼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감독님께서 골키퍼를 빼고 7명이 공격하는 작전을 선택한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파리올림픽의 첫 번째 단추를 성공적으로 꿴 한국은 28일 슬로베니아와 2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도 이기면 8강 진출 희망이 커진다.
파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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