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은커녕… 공모주 왜 시들해졌나 [시크한 분석]
상장 첫날 변동폭 300% 확대
올해 초 따따블 종목 나왔지만…
냉랭해지는 공모주 투자 열기
상장일 주가 변동성 극심해져
과열된 시장 정상화 과정일까
공모주 투기 열풍 부메랑일까
공모주는 언제나 투자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모주 청약에 성공하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공모주의 성적표는 부진하기만 하다. 따따블(공모가 대비 300% 상승)이 사라진 지 오래인 데다 상장일에도 주가가 빠지는 종목이 늘어났다. 왜일까.
최근 나타난 국내 증시 상승세의 온기가 닿지 않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기업공개(IPO) 시장이다. 상장일 따따블(공모가 대비 300% 상승)을 기록하기 일쑤였던 공모주의 주가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공모주를 향한 투자자의 관심은 뜨거웠다. 1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현대힘스(기자재)와 우진엔텍(계측제어설비)의 상장일 주가는 공모가 대비 300 %까지 상승하며 따따블을 달성했다.
2월에 상장한 이닉스(자동차부품), 스튜디오삼익(홈퍼니싱), 케이웨더(날씨 예보), 3월에 IPO에 성공한 케이엔알시스템(로봇 관련주), 아이엠비디엑스(의료기술), 엔젤로보틱스(웨어러블 로봇)는 상장일 공모가 대비 100~200%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4월과 5월엔 상장일 주가가 100% 이상 오른 종목이 각각 1개뿐(4월 아이엠비디엑스 176.9%·5월 노브랜드 287.9%)이었다. 6월엔 15개 종목(스펙 상장 포함)이 증시에 이름을 올렸지만 하이젠알앤엠(로봇 관련주)의 주가만 상장일 공모가 대비 116.6 %(종가 1만5160원) 상승했다.
이마저도 시초가와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이젠알앤엠의 상장일 시초가는 1만8000원이었다. 시초가를 기준으로 하면 상장일 주가등락률은 –15.7%(1만8000원→1만5160원)로 떨어진다. 공모주의 부진은 7월에도 계속되고 있다.
공모주의 상장일 대비 평균 주가등락률은 1월 146.76%(5개 종목)에서 3월 57.52%(8개 종목), 4월 44.44%(5개 종목)로 하락했다. 5월 53.84%(10개 종목)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6월 17.28%(15개 종목)로 꼬꾸라졌고, 7월 15일 기준 –2.02%(5개 종목)를 기록 중이다.
주목할 점은 같은 기간 국내 증시는 상승세를 탔다는 점이다. 지난 1월 17일 2435.90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최근 2890포인트대를 웃돌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4월 이후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왜 공모주 시장만 냉랭한 걸까.
시장의 분석은 분분하다. 한편에선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장일 평균 상승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이는 신규 상장 종목의 공모 가격이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하면서 상장일 큰 폭의 단기 차익을 노리기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정상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한편에선 공모주를 노린 과도한 투기 열풍이 '독毒'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상장 종목의 '상한가 굳히기'를 막기 위해 상장일 주가 변동폭 상한을 260%(공모가의 두배·상장일 주가 상승폭 30%)에서 최대 40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상장일 나타난 가파른 주가 상승세가 며칠째 이어지는 상한가 굳히기는 사라졌지만 상장 당일 변동성은 더 커졌다. 공모주에 '투기 열풍'이 불어온 배경이다.
정우철 블랙펄자산운용 대표는 "공모주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극심한 주가 변동성은 되레 투자자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모주의 성장 가능성보단 상장일 변동성이 부각되면 주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공모주를 향한 투자자의 신뢰도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대어급 기업이 올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와 롯데글로벌로지스(운송업체) 등이다. 필연인지 우연인지 더본코리아가 '연돈볼카츠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모주 시장의 미래는 또 불투명해졌다.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는 공모주 시장은 어디로 향할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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