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새 3억 뛰었다…"빚내서 살까" 불안한 무주택 30대
30대 김모씨는 최근 서울 은평구 전용 59㎡(25평) 신축 아파트를 9억원대에 샀다. 해당 아파트는 올해 초만해도 8억원 후반대 살 수 있었는데, 6개월새 1억원이 올랐다. 김씨는 “떨어졌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는 걸 보니, 전세에 머무는 것보다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6월 24일 기준)은 일주일 전보다 0.18% 상승했다. 2021년 10월 4일(0.19%)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2021년 최고가 대비 평균 81%까지 떨어졌다가, 올해들어 회복하며 94%까지 올랐다. 특히 강남·용산·종로구(98%), 서초·양천구(97%) 등은 역대 최고가에 근접한 수준에 도달했다.(부동산R114)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2021년 10월 27억원에 거래된 뒤 2022년 11월 19억원까지 하락했지만, 빠르게 반등해 지난달 최고 25억7000만원(15층, 최고가의 95.7%)에 거래됐다. 지난 3월 22억5000만원(11층) 거래됐는데, 3개월 만에 3억원이 뛴 것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최근 19억2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역대 최고가인 19억4500만원(2021년 9월)의 98.7%까지 올라왔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지난 5월 5000건(5182건)을 넘으며 역시 2021년 2월(5435건)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분양 시장의 열기도 뜨겁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688가구가 분양했는데, 7만2790명이 몰리며 1순위 평균 경쟁률 105.8대 1을 기록했다.(부동산인포)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2022년 금리 급등으로 부동산 시장에 'L자형'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빠르게 회복하며 'U자형' 반등이 나타나자 매수 대기자들의 불안심리가 추격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는 ‘무주택 30대’ 유입이 크게 늘었다.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집보러 오는 사람 대다수는 30대”라고 설명했다. 실제 법원의 등기현황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생애 첫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을 매수한 30대는 7333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4316명)보다 비해 69.9% 급증했다.
'무주택 30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2021년 '영끌'(빚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사재기)을 주도했다. 정부가 스무번 넘게 규제 대책을 내놓았는데도 "지금 사지 않으면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이들의 불안심리가 폭발적인 아파트 매수로 이어졌고, 유례없는 집값 급등을 초래했다. ‘패닉바잉’이 극에 달했던 2020년과 2021년 서울 아파트 생애 첫 집합건물을 매수한 30대 비중은 각각 47.0%와 43.5%였다. 이 비중은 2022년 36.7%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43.3%로 당시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다.
주택 시장에 ‘무주택 30대’가 다시 부상한 것은 1년 넘게(58주 연속) 오른 전셋값이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전셋값을 부담할 바에 ‘차라리 집을 사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이다.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자금 대출의 확대와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영향도 있다. 향후 주택 공급이 크게 줄것이란 전망 역시 ‘무주택 30대’의 불안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7~2021년 연간 평균치 54만 가구였던 주택 인허가 물량은 올해 38만 가구로 30%가량 감소할 전망이다.(주택산업연구원)
다만 이런 현상이 2020~2021년 ‘영끌족’이 주도하던 ‘패닉바잉'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주장이 많다. 당시는 서울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비율이 40%에 달할 정도로 절정을 이루던 시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셋값 상승에 부담을 느낀 무주택, 상급지 갈아타기 등 실수요자가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늘고 있지만, 기타 대출은 그대로”라며 “대출을 끌어모아 매수에 나선 3~4년 전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30대 무주택 수요가 몰리는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경우 거래는 늘고 있지만 집값은 정체돼 있다”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위주로 집값 상승세가 나타는데, 이 흐름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택시장 주도세력인 30대의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의 선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올해 안에 이뤄질 경우 대기수요의 매수심리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은 “2025~2026년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폭등세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불안심리를 안정시킬 ‘공급 확대’ 시그널이 필요해졌단 얘기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주택 공급이 꾸준하면서도 일정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내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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