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녹인 韓게임 열풍… K팝·드라마도 훈풍 부나 [S스토리-한한령 해제 기대감 ‘솔솔’]
중국 상륙 한 달 만에 매출 3700억
일각 “K콘텐츠 진출, 시기상조”
韓·中·日 정상회의서 “교류 확대” 공감대
韓·中 2차 FTA 협상 재개… 기대감 커져
한국 게임 대한 수입허가 회복세로 전환
인기 K드라마들도 심의 통과?방영 대기
韓 가수 9년 만에 中 공연 무산돼 ‘찬물’
“K팝 등 韓 우위 시장은 쉽게 안 풀릴 것
한한령 해제 여부 예측 어렵다” 관측도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오랫동안 중국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한국 콘텐츠가 살아나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게임뿐 아니라 제한적으로나마 한국 영화 상영이나 연예인들의 중국 방문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지난달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화 교류를 촉진하기로 합의했고,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6년 만에 베이징을 방문하는 등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한한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만큼 별도의 조치 없이 사드 사태 이전처럼 한국 콘텐츠가 중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최근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은 한국 가수의 중국 현지 공연이 돌연 무산되는 등 아직 ‘한한령 해제’를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지난달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은 문화·관광·교육 등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3국은 문화를 비롯해 교육, 관광 등 70개에 달하는 정부 간 협의체를 활성화하기로 했으며 인적 교류도 늘릴 방침이다.
또 한·중 양국의 2차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재개된다. 2015년 발효된 1차 협상 결과에 더해 ‘문화 콘텐츠와 의료, 관광, IT, 연구 개발’ 등의 분야까지 한·중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정상회의에 대해 “3국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3국 협력체제가 재개되는 것은 시의적절하며 아세안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공통된 바람에도 부합한다”고 전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한령 해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3국 정상회의에서) 한·중 간 문화 교류가 확대돼야 한다는 데서 일정 부분 공감대는 있는 걸로 (협의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 역시 지난달 13일 방중해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양국 청년층의 상호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한령 해결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지나치게 밀착하는 것을 경계한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한국에 손을 내민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자 중국 역시 한국과의 교류를 늘리려는 차원에서 문화 분야부터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비즈니스센터(콘진원 북경센터)에 따르면 최근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版號·수입 및 서비스 허가증) 발급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에 판호를 발급받은 한국 게임 3종을 포함해 202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년여간 총 13종의 한국 게임이 판호를 발급받았다. 이는 2016년 한국 게임 35개가 외자판호를 받았지만 한한령 여파로 2018년과 2019년에는 판호 발급이 전무했고,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1종과 2종의 한국 게임만 판호를 발급받은 것과 비교하면 크게 호전된 것이다.
또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해 국내외 게임 총 1075종에 대해 판호를 발급해 2021년(748종), 2022년(512종)보다 대폭 허가 건수를 늘렸다. 콘진원 북경센터는 “게임산업을 육성·진흥하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이 커졌다”며 “정치색 옅은 웰메이드 한국 게임들은 올해도 지속적으로 판호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라마의 경우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선재 업고 튀어’ 등이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 방영된 것이 아닌 중국 한류 팬들이 불법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를 시청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중국 내 공식 상영을 불허하면서 불법 상영에 대한 단속은 하지 않아 한국 드라마와 예능, 영화 등 영상콘텐츠의 판권 피해가 날로 증가하는 실정이다.
합법적인 콘텐츠 유통이 차단된 상황에서 리메이크 제작과 예능 포맷 수출 등 다양한 계약 방식을 추진할 필요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오리지널 완성품이 유통돼 한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9년 만에 열릴 예정이던 한국 가수의 중국 현지 공연이 결국 무산되면서다.
다음달 12일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한국 밴드 세이수미의 공연이 취소됐다. 세이수미는 2019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앨범과 노래 부문을 수상한 인디밴드다. 세이수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연 무산 소식을 전하며 “공연 포스터도 나오고 언제 공지를 하면 좋을지 기다리던 와중에 허가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한한령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나 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밝혔다.
베이징 문화여유국은 지난달 15일 세이수미의 7월 베이징 공연을 허가했다. 중국 당국이 국내 가수의 베이징 공연을 허용한 것은 2015년 빅뱅의 중국 투어 이후 약 9년 만이다. 지난 5월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이 8년 만에 재개되는 등 클래식이나 재즈 등의 공연은 가끔 열렸지만 대중가수의 공연은 2015년 이후 멈춘 상태다.
공연 허가 취소의 정확한 사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문화교류에 적극적인 지방정부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중앙정부의 온도차에 따른 영향으로 공연이 취소됐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분야에서 중국이 너그러워진 것은 중국 게임의 경쟁력이 충분히 올라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K팝 등 한국이 큰 차이로 우위에 있는 시장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듯하다”고 전했다. DB금융투자도 지난 14일 미디어 업종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한한령 해제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미디어 업황 회복과 라인업 확대가 기대되는 내년까지 제작사들의 실적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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