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2024 대학리그, 상반기를 빛낸 별들 ③ 성균관대 이건영과 중앙대 서지우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은 서지우
[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2024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대학리그)에서 상반기 각 팀에 꼭 필요했던 12명의 선수를 선정했습니다. 출전 시간, 1차 스탯, 팀내 비중을 기준으로 대학 지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했습니다.
▲ ‘수퍼소닉’ 김선형을 닮고 싶은 이건영
성균관대는 단기전에 강합니다. 왕조를 구축했던 중앙대,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를 제외하면, 최초로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결승에 진출한 팀이 성균관대입니다. 작년에도 6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빅맨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에도 4강까지 올랐습니다.
단기전에서 강한 이유는 ‘수비’입니다. 김상준 성균관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강하게 압박하는 수비가 통하면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은 그 수비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90점, 92점, 11개, 17개
3월 29일 중앙대전 90점, 4월 5일 동국대전 92점 등 실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외곽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중앙대전 11개(성공률 44%, 11/25), 동국대전 17개(성공률 44%, 17/39)의 3점 슛을 허용하며 패배의 쓴맛을 봤습니다.
두 팀과 2차전은 설욕에 성공했습니다. 실점을 69점, 77점으로 줄였고 3점 슛 성공률도 23%, 35%로 낮췄습니다. 김 감독은 “신입생, 부상 등 동계 훈련을 함께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아 (수비는) 아직도 다듬을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고참인 이건영의 역할이 컸다”고 얘기합니다.
이건영(3학년)은 송도고 출신의 가드입니다. 한 대회에서 두 차례나 30득점+ 트리플더블을 기록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선수입니다. 그러나 성균관대에서는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루키 시즌 8경기 평균 5분 33초, 소포모어 시즌 11경기 평균 10분 16초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세 차례의 동계 훈련을 치르며 성균관대 수비 시스템에 익숙해졌고, 저학년 중심의 팀에서 수비의 중심을 잡았습니다. 작년 팀에서 출전 시간 10위였던 선수가 올해 출전 시간 3위로 격상한 이유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계속 주전으로 뛰었는데 1학년, 2학년 때 못 뛰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수비를 못하면 아예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팀이라 이번 동계 훈련은 체력과 수비 두 가지만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했다”고 이건영은 얘기합니다.
체력과 수비, 두 가지만 포커스
김 감독은 공격적인 재능도 주목합니다. “스피드가 워낙 좋다. 일대일 능력도 있다. 그런데 공격 시도가 많지 않다. 득점력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데…. 부담을 내려놓으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선수다. 아직 5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건영의 올 시즌 평균 득점은 9.5점으로 팀 내 4위입니다. 평균 1.2득점을 기록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높지만, 두드러진 기록은 아닙니다. 그러나 6월 이후 세 경기는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특히 6월 3일 연세대전은 12득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의 전방위 활약을 펼쳤습니다.
이건영의 롤모델은 송도고 선배 김선형입니다. “일대일 공격할 때 KBL에서 제일 수비자를 쉽게 제치는 것 같고, 빠르게와 느리게를 자유자재로 하신다. 얼리오펜스 상황에서도 잘 해결하시고, 좋은 타이밍에 잘 빼주시는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과제는 자신감입니다. 김 감독은 “일단 공격 시도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인 템포를 조절하고, 붙여서 어시스트 패스를 주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건영도 “자신감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강성욱, 김윤성, 구민교 등 성균관대는 득점 능력 있는 선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건영은 수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그 후유증으로 인해, 6월 이후로는 봉인했던 공격 본능을 해제하고 있습니다.
봉인했던 공격 본능 해제, 과제는 자신감
연세대전의 상승세는 다음 경기로 이어졌습니다. 6월 11일 단국대전은 1쿼터에만 9득점을 올리며 경기의 흐름을 가져왔습니다. 연세대전 패배, 구민교의 부상 결장으로 어려울 수 있었던 승부에서 팀 내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하며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건영의 이번 시즌 목표는 수비를 잘하는 것입니다. 공격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건영의 목표와 성균관대의 목표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건영이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과감한 돌파로 상대 수비를 흔들면 역대 최고의 성적도 가능하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입니다.
▲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은 서지우
중앙대는 원년 대학리그 우승팀입니다. 오세근과 김선형을 앞세운 호화군단 중앙대를 막을 팀은 없었습니다. 이후에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히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플레이오프 같은 큰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도 있었습니다.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던 2017년, 3위를 차지했던 작년이 대표적입니다. 2017년과 작년 모두 주축 선수의 공백이 생기면서 기대보다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아쉬웠던 지난 시즌이지만, 이경민과 유형우의 백코트 조합은 희망이 됐습니다. 올해는 빅맨 서지우와 서정구가 입학하며 기존의 임동언, 김두진, 임동일과 다양한 빅맨 조합이 가능해졌습니다. 양형석 중앙대 감독은 선수 기용의 폭을 넓혀 특정 선수의 이탈에도 흔들리지 않을 전력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활발한 로테이션으로 플레이오프 대비
현재 성적은 6승 4패로 공동 5위. 대체로 새로운 시도는 시행착오를 수반합니다. 베스트 5가 고정되지 않은, 저학년이 주축으로 뛰는 팀은 위기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난 6월 10일 경희대전이 그랬습니다. 13분 동안 18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6월 21일 건국대전은 경희대전 역전패의 후유증이 있었습니다. 1쿼터를 13-26을 뒤진 중앙대는 2쿼터에 4학년 임동언과 신입생 4명을 코트에 세우는 승부수를 꺼냈습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건국대 공격을 11점으로 봉쇄했습니다. 도현우는 2쿼터에만 7득점으로 추격의 불씨를 당겼습니다.
3쿼터에는 서지우가 힘을 냈습니다. 힘, 탄력, 스피드, 경험 모두 대학 최고 수준인 프레디를 상대로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10득점을 올렸습니다. 서지우는 지금까지 치른 열 경기 중에 아홉 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꾸준함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높이가 좋은 고려대, 동국대를 상대로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서지우는 팀 내 득점 1위입니다. 리바운드 역시 1위입니다. 블록슛도 가장 많습니다. 양형석 중앙대 감독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플레이한다. 대학은 이것(적극성)만으로 힘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대했던 이상”이라고 칭찬했습니다. 서지우는 올해 배재고를 졸업한 새내기입니다.
바보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서지우의 활약은 대학 무대 첫 경기부터 돋보였습니다. 동국대와 경기에서 36분을 소화하며 14득점 17리바운드. 팀 내 가장 많은 득점과 리바운드로 역전승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9개의 공격리바운드로 동국대 선수들을 허탈하게 했습니다.
“동국대전 선발로 나가라는 말씀을 듣고 바보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바보짓은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서지우는 웃었습니다. “감독님이 리바운드를 강조하신다. 그래서 리바운드에 더 집중한다”고 많은 리바운드의 이유도 밝혔습니다.
서지우는 “동국대와 어려운 경기를 다행히 승리했고, 자신감을 얻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학교는 고등학교 때와 다르게 큰 선수가 많고 힘도 좋다”며 “피지컬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낀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서지우는 시즌 첫 세 경기에서 평균 12.7득점 13리바운드를 기록했습니다. 조선대전은 10분만 뛰었습니다. 그래도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했습니다. 열 경기를 치른 지금은 평균 12.1득점 9.8리바운드입니다. 상대 수비가 강해지면서 기록이 하락했습니다. 다만 2점 슛 성공률은 45%에서 50.5%로 올렸습니다.
“고등학교 때와 달리 슛을 던질 때 큰 선수가 앞에 있다. 힘에서도 밀렸다. 그래서 피해서 던졌다. 지금은 몸을 부딪치며 던지려고 한다”고 2점 슛 성공률이 올라간 이유를 설명합니다. 양 감독은 “미드레인지 점퍼도 나쁘지 않은데 시도가 적다”며 “활동 반경을 넓히면 득점도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직 많은 관중 앞에서 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원정경기를 할 때는 홈팬 응원에 위축되어 더 긴장하는 신출내기입니다. 그런데 양 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힘들다고 꾀부리는 것이 없고, 힘들면 자기가 더 열 받아서 치고 나가려는 성향”입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사진-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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