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보다 의대” 쏠림 가속…기초·첨단과학 인재 육성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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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로 이공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고3 학생들이 치를 입시부터 의대 정원이 대폭 늘면서 인재가 이공계 대신 의대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늘어난 의대 정원 약 1500명은 상위권 대학 이공계열 합격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수를 위해 중도 이탈하는 재학생들도 상당히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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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이공계 지원 줄어들고
반수 선택하는 대학생 늘어
비수도권 대학에도 악영향
기초과학분야 기반 흔들리고
미래분야 신생학과 미등록 속출
이공계 인재 부족 사태 우려
“인재 불균형 악화 안되게 해야”
“의대 증원에 학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미 학기 초에 최소 3∼4명이 의대 준비로 휴학했다. 지금은 학기가 얼마 남지 않아 반수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나오고 있지만, 2학기 때 돌아오지 않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서울의 한 대학 공대 재학생 임아무개씨)
“재수해서 대학에 입학했지만 의대 증원으로 다시 입시에 뛰어들게 됐다. 공대보다 의대를 졸업하는 게 미래에 대한 안정성이 더 높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서울의 한 대학 공대 휴학생 문아무개씨)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로 이공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고3 학생들이 치를 입시부터 의대 정원이 대폭 늘면서 인재가 이공계 대신 의대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6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이공계 학과로 입학하려는 신입생이 줄고 재학생마저 의대 진학을 위한 반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늘어난 의대 정원 약 1500명은 상위권 대학 이공계열 합격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수를 위해 중도 이탈하는 재학생들도 상당히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전년보다 1540명 늘어난 4695명으로 확정됐다.
이공계 교수들도 의대 쏠림 현상의 가속화를 우려했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식품·동물생명공학)는 “의대 준비로 빠져나가는 학생은 늘 있었지만, 이번 증원으로 의대 집중화 현상이 더 뚜렷해질 게 걱정”이라며 “가뜩이나 열악해지고 있는 기초과학 분야의 기반은 더욱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미래 분야의 인재를 길러내지 못할 것이란 걱정도 나왔다.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는 “인공지능, 반도체 같은 첨단기술 분야도 인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의대 쏠림 현상은 한국 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 육성을 목표로 신설·증원된 주요 대학 신생 학과들에선 미등록 인원이 속출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연세대 인공지능학과는 정시 기준 미등록률이 50%(정원 16명 중 8명)에 이르렀다.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는 46.8%(94명 중 44명), 서울대 첨단융합학부는 16.4%(73명 중 12명)가 최종 등록을 포기했다. 이후 개별 추가모집으로 간신히 정원을 채웠지만, 의대 증원의 영향으로 앞으로 미등록률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비수도권 대학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는 “상위권·수도권 대학 이공계 학생들이 대거 의대로 몰려가면, 비수도권 대학 학생들이 그 빈자리를 찾아 움직이게 된다”며 “비수도권 대학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정구 부산대 교수(정보컴퓨터공학)는 “부산대는 연구중심대학이기도 한데 의대 증원의 영향으로 재학생들이 빠져나가고 지원자 입결(합격자의 입학 성적)이 점차 낮아지면 지금처럼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의대 정원 증원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동 교수는 “ 인재가 부족한 곳은 의료 분야만이 아니다”라며 “ 의료 분야를 비롯해 이공계, 나아가 국가적 인재 육성 정책 방안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분야 간 인재의 불균형 문제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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