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꽉 깨문 빈 살만, 사우디가 K-방산 왕창 사들이는 이유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4. 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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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를 부탁해]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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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사실은 제가 처음에는 굉장히 부정적이었어요. 너무 젊은 혈기에 컨트롤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시간이 지나 경륜이 쌓이면서 사우디가 변화하는 국제 질서에서 대단히 외교적으로 딜을 잘해요. 예를 들면 미국이 제일 원하는 거는 사우디아라비아하고 이스라엘이 손잡는 거예요. 그러면 미국 말 잘 듣는 나라처럼 "오케이 우리가 잡을게"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오케이 우리가 잡는데 그럼 조건을 좀 걸겠다." 그래서 첫 번째 조건이 뭡니까?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아티클입니다>

첫 번째, 방위조약. "만약에 우리가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방위조약에 따라 우리를 지켜야 된다." 두 번째는 핵 농축, 핵시설. 그러니까 우리도 핵시설을 짓고 싶은데 미국은 계속 그 얘기했습니다 "민수용 핵은 개발을 해라 괜찮다" 그런데 사우디는 "민수용 핵 개발을 떠나서 우리는 핵 농축을 하겠다." 핵 농축을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잖아요. 세 번째로는 "우리한테 최첨단 무기를 팔아라". 세 가지를 던진 거예요. 딜을 하는 거죠. 자신들이 필요한 걸 채워가는 거잖아요. 현명하게 줄을 잘 타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사우디가 생각보다 큰 나라예요. 그렇게 좌지우지 쉽게 쉽게 당할 약소국이 아니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그 선은 잘 지키고 있어요. 미국도 그냥 "뭔 소리야?" 뭐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거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이 쉽게 버릴 수 있는 카드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에요.
 

빈 살만이 만들 미국과 사우디의 새로운 관계

Q. 지금 미국은 사우디를 제대로 컨트롤하고 있다고 보고 계신가요?

아니 못하죠. 왜냐면 미국이 컨트롤할 수 있는 나라들이 이제 많지 않아요. 막말로 해서 미국 말을 제일 잘 듣는 나라는 세계에서 두 나라밖에 없다고 얘기하죠. 아시아에 있습니다. 미국의 특징을 파악한 거예요. 사우디가 미국의 본질을 꿰뚫은 거죠. 결정적인 사건은 2019년입니다. 2015년 3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주축이 돼서 후티 반군과 전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상군이 없어요. 지상군이 약해서 전쟁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공습만 계속하는 거예요. 하지만 공습을 제대로 못해서 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폭탄을 막 결혼식장에 떨어뜨리고 막 학교에 떨어뜨리고 그래가지고 후티 반군도 참다 참다가 한 방 보기 좋게 먹인 게 2019년 9월 14일에 사우디의 석유시설 2곳을 공격하죠. 아람코 시설 2개를 폭발시킵니다. 드론과 미사일로... 그게 1천km 정도 떨어진 데에서 드론으로 날린 거거든요. 두 방을 맞았습니다.

그러면요, 미국이 나서야 돼요. 왜냐하면 미국은 1980년 1월에 카터 대통령이 페르시아만은 미국 에너지 안보에 필수적인 곳이고 국익이 걸려 있는 곳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나라가 있다면 무력을 써서라도 막겠다고 카터 독트린*을 발표했어요. 그게 미국의 입장이었어요. 그리고 카터 독트린이 유지되었기 때문에 페르시아만을 미국이 통제했고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많은 나라들이 페르시아만을 통해서 석유를 수입해 오는 데 문제가 없었던 거예요. 근데 페르시아만 핵심적인 곳의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이 하루에 500만 배럴의 생산이 중단돼 버렸습니다. 어마어마한 사건이거든요. 정상적인 상태라면 미국이 카터 독트린에 따라서 공격을 해야 돼요. 근데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고 그러는지 아세요? "그건 우리 미국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근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원하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 돈은 내야지?" 거기서 드러난 거죠. "아, 미국이 우리의 안보를 지켜줄 수 없다."
 
트럼프ㅣ전 미국 대통령 (2019년 10월)
"사우디와 짧은 시간 동안 협상했습니다. 사우디는 배치되는 미군의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것보다 더 많이요."

*카터 독트린 : 페르시아만에서 미국의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

사우디가 지금 하는 모든 행동들을 보시면 국제 정세를 잘 읽고 있는 거예요. 미국에 언제까지 의존하겠냐 이거죠. 그래서 자주국방한다는 겁니다. 좀 늦었어요. 더 빨리 했었어야 돼요. 자주국방을 하는데 가장 협조를 잘하는 나라 어디입니까? 대한민국이거든요.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자주국방에 굉장히 많이 도움을 주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우리 대사가 군인이 갔거든요. 사우디아라비아에 별 4개 장군이 가 있어요, 국방협약 때문에. 그러니까 아예 사우디아라비아 군대의 모든 구제 개혁을 한국식으로 하는 거죠. 그만큼 사우디아라비아가 급박한 거예요. 미국의 본질을 안 거죠. 그래서 지금 중동에서는 미국은 여러 나라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강한 나라죠.

'석유왕국' 사우디의 진짜 속내는 뭘까

Q. 현재 빈 살만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진짜 속내는요. 자주국방 튼튼한 경제 독립국. 석유가 아니라 석유 아닌 걸로 돈을 벌 수 있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가 제일 중요해하는 것은 경제 발전이거든요. 왜냐하면 전 세계가 전기차 타고 다니고, 석유나 가스를 완전히 안 쓰는 세상은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적어도 60%는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최소한 50%는 석유나 가스를 쓸 거란 말입니다. 최소한. 그런데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의 산유국들은 "그래, 그러면 우리가 석유를 좀 덜 팔고 다른 거를 좀 하면 되지" 하면 되잖아요. 근데 문제는 석유밖에 없어요.
모하마드 빈 살만ㅣ사우디 왕자 (2016년 4월)
"사우디가 이슬람 율법과 석유에만 의존하는 건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왕국이 석유에 중독돼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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