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한동훈 효과’…‘대선주자 입지’ 흔들, ‘한동훈 특검법’ 부담

김종일 기자 2024. 4. 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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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톱’으로 선거 진두지휘에 책임론 불가피…“참신함도 카리스마도 사라져”
용산에도 여의도에도 자기 세력 없어…‘韓 특검법’ 발의되면 ‘운신의 폭’ 좁아져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4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권자는 준엄히 심판했다. 유권자들은 4·10 총선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 정치를 이끌고 있는 윤석열·한동훈·이재명 세 남자의 정치적 운명을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당의 총선 참패로 세 가지를 잃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묻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한 위원장은 여권에서 오랫동안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켜왔는데, 미래권력으로서 '한동훈 효과'의 확장성을 증명하지 못함으로써 그 위상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으로 사실상 '정치적 탄핵'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될 가능성이 큰데, '원톱' 선대위원장이었던 한 위원장 역시 함께 심판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박성민 컨설턴트는 "구원투수를 투입했는데도 120석도 거두지 못했다. 결국 정치적 미래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력 구축 실패…당권·대권 가도 모두에 적신호

한 위원장은 세력 구축의 기회도 놓치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그가 당권과 대권 가도를 밟기 위해서는 총선 승리 혹은 최소한 선전으로 국민의힘 내에 '친한(親한동훈)계'를 구축해야 했다. 뒤집어서 보면 그만큼 당권과 대권 도전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오히려 향후 당권 도전 등에 나설 경우 이번 총선 공천 과정 등에서 갈등했던 이철규 의원을 비롯한 친윤(親윤석열)계 의원들의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애매한 관계가 됐다. 이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두 사람은 공천 등을 고리로 초유의 충돌 사태를 빚으며 감정의 골이 많이 패였다. 두 사람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현재권력과의 이른 불화는 미래권력에게는 위협 요소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수직적 관계에서 아예 벗어난 것도 아니다. 한 위원장은 결정적 순간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차기 대선주자로서는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민심은 4월10일 심판을 내렸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주권자는 배를 뒤집음으로써 대한민국의 권력 지도와 정치 지형을 바꾸자 했다. 그렇게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운명도 요동치게 됐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를 명실상부 이끌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이재명 대표의 앞날을 짚어보는 것은 한국 정치의 내일을 살펴보는 일과 같다. 4월10일 주권자가 내린 명령은 앞으로 한국 정치를 어떤 길로 이끌게 될까. 시사저널이 세 남자의 운명과 함께 미리 살펴봤다.

지난 1월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김건희 리스크 등 尹과의 수직적 관계 끝내 못 벗어나"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120~130석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이에 당 안팎이나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원톱'으로 진두지휘한 한 위원장이 선거 이후에도 정치 행보를 이어가려면 그 정도의 의석수는 얻어야 한다는 일종의 기준점이 생겼다. "축구로 비유하면, 여권 기준 110석이면 본선 진출, 120석은 16강, 130석은 8강"(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과 같은 전문가 진단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여당의 의석수가 '16강 진출'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한 위원장의 정치적 입지도 쪼그라들게 됐다. 당장 한 위원장도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총선 패배 책임론에 시달리게 됐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대통령의 책임이 제일 크지만, 원톱 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용산(대통령실)에도 각종 요구를 한 한동훈 위원장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며 "참패한 만큼 한 위원장은 시련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여당 내부에서는 50대 초반의 젊은 엘리트 이미지를 가진 한 위원장이 중도층·수도권·청년층 등에 호소력을 발휘해 '낡고 늙은 영남정당' 이미지를 극복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그는 포지티브 전략 대신 선거 내내 '운동권 심판론'과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프레임을 밀어붙였다. 집권여당이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맞불을 놓는 전략을 구사한 적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한 위원장이 초기 보여줬던 참신함은 사라지고, 이후엔 보수층과 중도층에게 소구력 있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에는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왜 더 일찍, 더 선명하게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지적이 담겨 있을 수 있다. 한 위원장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귀국,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퇴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에 다른 목소리를 내 문제를 일부 해결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정작 김건희 여사 문제나 장예찬 후보 논란 등 여론을 뒤집을 만한 핵심 이슈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검법으로 '역내로남불' 프레임 노출될 수도"

한 위원장 입장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0일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부담이다. 검사 출신인 한 위원장은 그동안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대표를 향해 '범죄자' 등의 거친 표현을 앞세워 왔는데, 그 자신이 의혹의 대상으로서 심판대에 오르는 그 자체가 리스크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정치는 사실의 게임이 아니라 인식의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윤 대통령처럼 '공정과 상식'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내세우고 있는 한 위원장이 '역(逆)내로남불' 프레임에 걸려들 가능성도 있다. 이준한 교수는 "한 위원장은 여당에도 대통령실에도 자기 세력이 없다"며 "야권이 어떻게 해서든 수사 추진에 나설 텐데 자신을 보호할 친한파 세력이 없는 만큼 한동안 특검법 공세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의 대체재가 마땅히 없는 여권이 당의 안정화를 위해 여전히 그를 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차기 대권까지 내다보고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만큼 미래 자원인 한 위원장에게 총선 패배라는 부채와 멍에를 지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나경원 후보와 안철수 후보 등 대권 주자로 평가받는 잠룡들이 원내 진입에 성공한 점은 한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만약 한 위원장이 해외 유학 등의 선택을 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 국민의힘은 곧바로 새 지도부 구성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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