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포기했는데 후회 막심”···신축아파트 가뭄에 1년새 6억 뛴 이곳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4. 3. 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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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파크포레온·마포더클래시 등
계약 포기 속출했던 단지 몸값 급등
고금리·공사비 급등에 정비사업 주춤
신축 아파트 공급 적으니 수요 쏠려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 전경 [매경DB]
“앞으로 분양가가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하니까 사람들이 신축만 찾아요.”

3일 서울 종로 세운정비지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가도 오르고 있어 실거주 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신축을 먼저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2단지 전용면적 49㎡가 9억1715만원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준공 당시 7억원대에 거래됐는데 1년 새 2억원이나 뛰어올랐다.

이곳만이 아니다. 서울 신축 아파트 가격이 연일 신고가다. 준공 1년 내 신축이나 공사 중인 분양권과 입주권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1년 전 청약 당시 미계약이 속출하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엔 수억원대 웃돈이 붙었고 계약자 절반이 계약을 포기한 마포 더 클래시도 가격이 올랐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경 [매경DB]
부동산 시장엔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신축 분양권과 입주권은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고 3년 유예하는 개정안이 확정되자 당분간 상 추가 분양권 공급도 어려워져 이런 분위기는 더욱 굳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올해 1월 전용면적 95㎡가 21억8931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전용면적 84㎡도 최고가 19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전용면적 59㎡ 29층도 신고가(16억4333만원)를 기록했다.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이 단지는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분양가가 너무 높다”며 미계약이 속출했다. 2022년 12월 청약 당시 최초 미계약률이 30%에 달했다. 10~20평대 소형 평수는 대부분 미계약이었고 전용면적 59㎡와 84㎡ 일부 평형 경쟁률은 2대 1수준이었다. 59㎡ 분양가는 10억~10억5000만원, 84㎡는 12억~13억대였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당시는 그러한 가격이 비싸다는 평이 많아서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한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랬던 곳이 1년 새 6억원 이상 뛴 셈이다.

강동구 둔촌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높고 시장 분위기가 싸늘하니 거래가 잘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호가도 잘 안 내려 가끔 거래되는 가격이 신고가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신축이 앞으로 귀해질 것이어서 갈아타려는 사람들은 신축을 찾는다”며 “구축에 살던 사람도 신축에 살고 신축에 살던 사람도 신축을 원하니 신축만 더욱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둔촌주공과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더클래시도 지난1월 전용면적 59㎡가 13억70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분양 당시 당첨자 절반이 계약을 포기한 곳이다. 59㎡ 분양가는 10억원대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시엔 주변 집값이 계속 내려가니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가격이 더 떨어질까 두려운 상황이었다”며 “분양가가 비싸다는 인식이 많아 계약 포기가 속출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반전돼 그 뒤로 나오는 분양가가 더욱 뛰고 있으니 결과적으론 그 때가 가장 저렴했던 셈”이라고 전했다.

6700가구 규모 서울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도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30억1198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최저 25억원대에도 살 수 있던 곳이다. 이곳은 지난해 11월 준공된 최신축으로 아직 분양권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에 이 정도 대규모 신축은 앞으로 없을 것이고 또 나오더라도 가격이 더 뛸 것이라는 생각에 갈아탈 분들이 넘어오고 있다”며 “전세가가 오르고 있어 투자자들 문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가격이 20억원대 후반에서 30억원대인 만큼 자금 여력 탓에 거래량이 많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신축 가격은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의 준공 시기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2021년 6월 100 기준)를 살펴보면 서울의 준공 5년 이내 신축 아파트는 1년 전 93.9에서 현재 94.5로 올랐지만 20년 이상 구축은 94.5에서 93.3으로 하락했다. 전체 시장이 침체했어도 신축은 올랐다는 얘기다.

공사비 급등으로 정비사업 사업성이 낮아지면서 재건축 수요는 감소하고 신축 수요가 커진 영향도 있다. 마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급은 적고 앞으로 나올 아파트 분양가는 더 높아질 텐데 지금은 분양권이 제일 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금리로 정비사업엔 금융 비용이 많이 들고 건축비도 3.3㎡당 900만~1000만원에 달할 만큼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재건축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투자 수요도 현재 신축으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

공급 감소도 예고된다. 주택 공급 주요 지표인 입주·인허가·착공 실적 등이 지난해 모두 감소했다. 2023년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누적 인허가 물량은 2만5567가구로 전년보다 40.2% 줄었다. 이는 정부 목표치 8만가구에 크게 못 미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신축은 앞으로 나오기 쉽지 않고 가격도 뛸 것이기 때문에 현재 가장 신상 주택 재고인 분양권과 입주권이 제일 안전한 투자처 아니겠느냐”며 “정비사업 쪽에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신축 쏠림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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