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거리 서울역~명동 1시간 ‘감금’…퇴근길 시민들 ‘폭발’

고병찬 기자 2024. 1. 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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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째 광역버스를 타고 마포에서 분당을 통근하는데, 퇴근길이 이렇게 힘든 건 처음입니다."

4일 저녁 6시께 서울역 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최정은(31)씨는 "8100번을 타고 퇴근하는데, 최근엔 명동까지만 40∼50분이 소요된다. 1시간 걸리던 퇴근길이 2시간으로 늘어났다"며 "요즘엔 분당에서 만나는 저녁 약속도 일부러 늦게 잡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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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버스전용차로 무색해진 서울 도심, 왜?
경찰, 명동입구 정류장 승차 방식 변경 원인 꼽아
4일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사거리 명동입구 버스정류장에 광역버스들이 길게 밀려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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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째 광역버스를 타고 마포에서 분당을 통근하는데, 퇴근길이 이렇게 힘든 건 처음입니다.”

직장인 강아무개(29)씨는 지난달 말부터 퇴근길이 ‘지옥길’이 됐다고 했다. 평소 서울역에서 8100번 버스를 타고 1시간30분이면 집이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까지 갈 수 있었지만, 요즘 들어 교통 정체로 버스에서만 3시간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서울역∼숭례문∼명동입구까지 버스와 차들이 꽉 막혀, 평소 15분이면 빠져나가던 구간이 1시간 넘게 걸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연말부터 갑작스레 서울역~숭례문~명동입구(1.8㎞ 구간) 퇴근길 교통 정체가 심각해지면서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4일 저녁 명동입구 정류장에 가보니, 버스들은 해당 정류장부터 숭례문 방면으로 버스들이 127m가량 길이로 줄을 서 있었다.

저녁 7시50분께 명동입구 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유경화(59)씨는 “지난 2일엔 타야 하는 버스가 저 멀리 보이는데, 한 줄로 늘어선 버스 탓에 40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고 했다. 김지은(37)씨는 “어제 여기서 1시간 동안 버스를 기다렸다”며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역에서부터 버스를 타는 시민들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이날 저녁 6시께 서울역 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최정은(31)씨는 “8100번을 타고 퇴근하는데, 최근엔 명동까지만 40∼50분이 소요된다. 1시간 걸리던 퇴근길이 2시간으로 늘어났다”며 “요즘엔 분당에서 만나는 저녁 약속도 일부러 늦게 잡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김아무개(25)씨는 “어제는 야근하고 밤 10시에 서울역에서 9200번을 탔는데, 명동입구까지 1시간 걸렸다”고 했다.

3일 밤 11시께 서울역~명동입구 구간에 정체된 버스 현황 갈무리. 김수진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경기경남여객노조 조합장 제공

고통스러운 건 버스기사들도 마찬가지다. 해당 구간 광역버스를 운영하는 한 회사 관계자는 “기사들이 서울역~명동 일대 정체가 극심하다고 하소연한다. 3일 저녁에는 그 구간에서만 1시간20분 있었다는 기사도 있었다”고 했다. 김수진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경기경남여객노조 조합장은 “퇴근길 해당 구간 정체 탓에 최근 기사들이 휴게시간도 없이 5∼6시간 운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과로로 인한 사고 우려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4일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역 일대 명동입구 버스정류장에 퇴근길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찰은 해당 구간의 유례없는 교통 정체 원인이 ‘명동입구 정류장의 승객 탑승체계 변화’에 있다고 지목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26일부터 명동입구 정류장 29개 노선 버스를 모두 정해진 표지판 앞에 정차해 승객을 탑승시키도록 바꾸면서 극심한 정체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기존엔 일부 노선만 표지판 앞에 줄을 서 탑승하는 방식이었다.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교통정체가 심각하다는 보고가 들어와 상황 파악을 해보니, 서울시가 버스 승차 표지판을 설치한 후로 수많은 버스가 정차 장소에 맞춰 승객을 태워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김수진 조합장은 “안 그래도 협소한 정류장에 서울시가 1m 간격으로 정차 표지판을 세워놔 버스들이 정차 순서를 기다리느라 정체가 생기는 것”이라며 “현장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시행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안전상의 이유로 명동입구 정류장 승차 체계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 승객들이 줄을 서지 않고 버스를 타다 보니 압사 위험에 대한 민원이 쏟아졌다고 한다.

4일 저녁 서울 중구 한국은행 앞 사거리에 명동입구로 향하는 광역버스들이 밀려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의 광역버스 입석금지 정책 시행 이후 경기도가 광역 버스 노선과 차량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해당 구간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며 “이미 지난해 11∼12월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및 용인·수원시 등 기초지차체와 노선 변경을 위해 협의 중이었다. 승객 탑승 체계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안전을 위해 바꿀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우선 현장 계도요원을 투입해 정체를 유발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한편, 이달 중 명동입구 정류장을 지나는 29개 노선 중 수원 방면 5개 노선의 정차 위치를 변경할 예정이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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