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흐르지오?’… 또 기둥 철근 듬성듬성 빼먹었다
대우건설 측이 시공한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에서도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분양사업을 추진한 시행사는 “전면 재시공하거나 아파트 전체를 사가라”고 요구하며 대우건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대우건설은 19일 국민일보에 “복수의 전문 안전진단기관을 통해 구조 안전진단을 진행한 결과 (서울 은평구) 불광동 민간임대주택 현장의 지하 1층 7개 기둥에서 띠철근 간격이 설계와 다르게 시공됐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간에서는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명 ‘푸르지오’에 보강 부실로 철근이 흘러내린다는 의미를 담은 ‘흐르지오’ 같은 별명이 등장했다. 철근이 드물게 들어갔다고 해서 ‘드물지오’, 철근 누락에 건물이 물러진다는 의미로 ‘무르지오’라는 조어도 회자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전체 지하 3개층 중 2, 3층은 띠철근 시공 간격이 원래 30㎝고 지하 1층은 하중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2배인 15㎝ 간격으로 넣게 돼 있었다”며 “지하 2, 3층에서 30㎝ 간격으로 시공하던 작업자가 도면을 확인하지 않고 지하 1층에서도 똑같이 하면서 일부 기둥에 띠철근이 덜 들어간 걸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이 현장에서 띠철근을 시공해야 하는 기둥과 벽체 등 해당 부재는 모두 1443곳이다. 외부 안전진단 결과 전체의 99.5%인 1436곳은 띠철근이 제대로 시공돼 구조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시공사 설명이다.
띠철근이 절반만 들어간 지하 1층 7개 기둥도 건물 안전성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 수준이었다고 대우건설은 주장했다. 이들은 “띠철근 간격이 설계와 다른 부위의 경우 현재 상태에서도 구조적 안전성은 확보됐다는 게 구조설계사무소의 검토 결과”라며 “다만 추가 안전성 확보를 위한 보강공사 의견이 있어 철판을 덧대 보강했다”고 말했다.
이노글로벌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전성 확보를 인정할 수 없어 전면 재시공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대우건설에 문제를 제기하던 시행사 측이 언론에 제보하면서 처음 대중에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낮아진 사업을 시공사에 떠넘기기 위해 시행사가 시공 품질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근거 없는 시공 품질을 빌미로 이 사업을 시공자가 높은 가격에 인수하게끔 해 본인들의 손실을 회피하거나 만기가 돌아오는 사업비 대출의 상환 의무를 시공사에게 전가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은평 푸르지오 발라드는 120가구를 분양한 올해 8월 중순 전용면적 39~59㎡ 10개 타입 중 9개 타입이 한 자릿수 경쟁에 그치거나 미달을 기록했다. 39타입(10가구)만 유일하게 13대 1로 두 자릿수 경쟁률을 냈다. 여기에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60%에 달하는 71가구가 지난 10월 다시 청약시장에 나왔지만 신청자가 185명에 그쳤다.
그는 “다만 조금 과장하면 기둥 주근 1000개 중 한두 개가 빠져도 안전율 등에 문제가 없는데 수백만개 보조 철근 중 몇 개가 빠진 거라면 구조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정도 사안으로 시행사와 시공사가 크게 다툰다면 이면에 다른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노글로벌은 ‘은평 푸르지오 발라드’ 홍보 웹사이트에 게시한 공지문에서 “시공사와의 문제로 인해 계약자분들께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노글노벌은 문제를 일으킨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피해 배상(보상) 방안에 관하여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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