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면 반역, 승리하면 혁명?’…부산 대학가에 ‘서울의 봄’ 대자보 등장
“그때의 불의한 권력 또 반복된 현실에 답답”
“영화를 보면서 터질듯한 분노와 함께 가슴 한편에 답답함이 느껴진 이유는 그때의 불의한 권력이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서울의 봄>이 개봉 20일 만에 누적 7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12일 부산지역 대학가에 ‘아직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며’라는 등의 대자보가 붙었다.
국립부산대와 국립부경대 교내에는 “독재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등장했다. 이날은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하나회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지 44년이 되는 날이다. 부산대 자연대 쪽에는 ‘행정학과 4학년 오모씨’, 부경대에는 ‘패션디자인학과 4학년 왕모씨’의 명의로 대자보가 달렸다.
오씨는 “서울의 봄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라며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말했다. 그는 신군부의 만행을 열거한 후 그간 40여 년이 흘렀음에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질문을 던졌다.
특히 ‘검찰공화국’ 지적을 받는 윤석열 정부를 전두환 독재 시기와 비교하기도 했다. 오씨는 “강제동원 피해자분들이 아닌 일본 입장에서 판단해 일본이 원하는 것은 다 해주는 대통령의 모습, 자신에게 반대하는 목소리는 탄압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법은 거부하는 모습이 독재가 아니면 뭐냐”고 지적했다.
부경대 왕모씨가 붙인 대자보도 비슷한 내용이다. 그는 직접 적은 글에서 군사반란으로 들어선 신군부가 다시 광주로 총칼을 겨눴다고 말했다. 군사독재 시기의 모습을 2023년 현재로 투영하기도 했다. 자리만 바뀌었을 뿐 ‘검찰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모인 권력이 하나둘 모여 국정원부터 대통령실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왕씨는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를 기억하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자보는 이날 낮 12시 쯤 부경대가 철거했다. 부경대 관계자는 “교내 게시판에 부착되는 게시물은 대학본부의 인가를 받은 뒤 부착되는데 해당 대자보는 승인을 받지 않은 게시물”이라며 “규정을 지키지 않아 제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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