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어, 정교한 풀이 요구 … 수학, 변별력 높여 N수생 유리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3. 11. 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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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 난이도 분석
국어, 철학관련 지문 까다로워
수학, 단순한 계산문제 지양
22번 문제 '킬러 문항' 논란
영어, 추상적 지문 줄었지만
'매력적 오답' 유도문제 많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성여자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서며 기뻐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정부의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에 따라 16일 전국에서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은 사라졌지만 이에 준하는 중고난도 문항이 출제돼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는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어와 영어는 작년 수능보다 어려웠고, 수학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처음 수능 출제 기조 분석에 나선 EBS 현장교사단은 "국어·수학·영어 영역에서 킬러 문항이 사라졌지만 문항 자체의 난도는 높았다"고 분석했다. 입시 전문기관들도 국어·영어가 작년 수능보다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학 영역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EBS 현장교사단은 국어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이 134점으로 평이했던 작년 수능은 물론, 142점으로 변별력이 강화된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 올해 국어가 더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표준점수 140점대 이상이면 어려운 시험으로 통한다.

EBS 국어 대표 강사인 윤혜정 서울 덕수고 교사는 국어 영역 출제경향 브리핑에서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킬러 문항은 확실히 배제됐다"면서도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과 선지로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학원가도 초고난도인 '킬러 문항'이 없었지만 국어가 어렵게 나왔다고 진단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문제 유형과 선택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변별력을 갖춘 문항을 만들었고 선지에 매력적인 오답이 많았다"고 했다.

변별력 있는 문항으로는 동양 철학을 다룬 15~16번 문항이 꼽혔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15번 문항은 구체적 사례에 적용해 여러 학자들의 관점을 파악하는 유형으로 정확한 지문 독해와 사례에 대한 분석력을 요구하는 문항"이라면서 "수월하게 정답을 맞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BS 연계율이 50% 이상으로 출제됐지만 수험생이 체감하는 연계도는 낮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학에선 6개 작품 중 3개가 EBS와 연계됐고, 독서는 4개 지문 모두가 EBS 연계 문제이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정답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만점자가 2500명 넘게 나오며 수학도 변별력 확보를 위해 일부 까다로운 문제가 출제된 것으로 평가된다. 공통 문제 중 주관식인 22번 문항이 대표적이다.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그래프를 추론해 함수값을 찾아야 하는 22번 문항을 두고 EBS 현장교사단인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예전 킬러 문항은 다양한 조건을 줬겠지만 이 문제의 경우 조건은 한 가지고 삼차함수 그래프를 그리고 나면 짧은 계산으로 정답에 도달할 수 있다. 수학적 사고를 진행시킬 수 있는지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험생 사이에서는 22번을 둘러싸고 킬러 문항 논란이 제기된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교묘하게 실수를 유도하는 고난도 문항으로 이게 킬러가 아니면 뭐가 킬러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만점자 수 관리를 위해 미적분의 난이도를 작년 수준으로 조절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임성호 대표는 "미적분, 기하는 9월 모의평가 대비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됐고, 확률과통계는 쉽게 출제돼 이과 학생의 표준점수가 문과생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절대평가로 이뤄지는 영어는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김병진 소장은 "독해에서 추상적 내용의 지문은 줄었지만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생각을 요하거나 매력적 오답을 포함한 문제가 많아 문제 풀이가 까다로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어·수학·영어 모두 수험생 체감 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재수생 이상인 N수생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체로 N수생의 학력이 고3보다 높다. 이번 수능 지원자 중 N수생, 검정고시생 등 비율은 1996학년도(37.3%) 이후 최고치인 35.3%에 달했다.

정문성 수능 출제위원장(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은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소위 '킬러 문항'을 배제했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고 밝혔다.

[권한울 기자 / 이용익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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