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세차례 독대한다…尹 극찬, 주목받는 김한길 행보
다변가로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 두세시간씩 편안히 대화하는 정치인이 있다. 대화 주제도 정치적 현안부터 정책과 사소한 음식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바로 윤 대통령과 한 달에 두세차례 만난다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통합위) 위원장 얘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독대 횟수로만 따진다면 요즘 김 위원장보다 윤 대통령을 자주 만나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6개월가량 앞두고 여권에서 김한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여당 의원의 티타임 요청도 늘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까 김 위원장이 대부분 정중히 거절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인연은 2013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검찰 국정원 댓글수사팀을 이끌던 윤 대통령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나온 자리였다. 민주당 대표였던 김 위원장은 국회 법사위원이 아님에도, 국감장을 찾아 윤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봤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사팀 신분보호’를 요청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에겐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했다고 알려져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관계를 맺어왔다.
윤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최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8월말 대통령실에서 열린 ‘통합위 1주년 성과보고회’ 때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자살위기 극복 ▶자립준비청년 지원 ▶민생사기 근절 방안 등 지난 1년간의 통합위 성과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대통령실 참모와 장관들에게 “(성과 보고서를) 책상과 승용차에 놔두고 반드시 참고하라”고 지시했다. 나흘 뒤 국무회의에선 “통합위의 제안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라”는 내용의 자필 서한을 배포했다. 김 위원장에겐 이후 “윤 대통령의 신임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장관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관계가 주목받는 건, 지금 야당의 뿌리를 둔 그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수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의 작사가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으로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다선 의원을 역임하며 정당 대표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및 문화관광부 장관 등 당·정·청에서 국정의 주요 분야를 경험했다.
선거를 앞두고 탈당과 창당을 주도해 ‘창당 전문가’ 혹은 ‘정당 브레이커’란 별명도 얻었다. 2014년 민주당 대표 당시,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끌었던 새정치연합과 합당을 주도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킨 것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안 의원과 탈당해 국민의당의 ‘제3지대 돌풍’을 일으킨 것도 김 위원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한길과 정계 개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라며 “그의 뿌리가 야당에 있어, 여당에선 긴장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계 개편’ 가능성을 일축한 상황이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평 변호사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제기하며 “김한길 전 대표가 (탈당 등 정계 개편에서) 역량을 발휘하실 것으로 본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정계 개편과 관련한 어떤 만남도 가진 적이 없고, 어떤 구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도 “정계 개편 주장은 억측”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최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경고등이 켜진 여권에선 김 위원장의 역할을 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윤 대통령도 종종 김 위원장에게 당 지도부와의 만남을 권유한다고 한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지난 8월 연찬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선 김 위원장에게 강연을 요청했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독대하며 직언을 할 수 있는 참모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김 위원장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직 국민의힘 의원은 “김 위원장은 수도권과 중도층 등 우리 당의 취약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며 “선거에 대한 상상력도 풍부하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야당 출신이기에 여당에 ‘김한길의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한계로 꼽힌다. 김 위원장 주변 인사로는 임재훈·최명길 전 의원 정도가 거론된다. 모두 현재의 국민의힘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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