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행, 또 거짓해명? “잘 모른다”던 기업 이끌며 넥서스투자서 수억원 유치

조해람 기자 2023. 10.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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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이 설립한 의류업체 ‘어노인팅(구 서령창작)’
‘디시 주가조작’ 의혹 넥서스투자서 수억원 유치
청문회에선 “공훈의가 다 해서 잘 모른다” 설명
등기엔 당시 혼자 대표이사…넥서스투자 고문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의류업체 어노인팅의 단독 대표로 재직할 때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받는 회사로부터 수억원의 대여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의류업체는) 실질적으로는 공훈의 전 공동대표가 운영한 회사라 잘 모른다”고 설명했는데 사실과 달랐다. 김 후보자가 대표로 있던 의류회사에 투자한 ‘넥서스투자’는 ‘디시인사이드발 주가조작’에 관여돼 있다는 의혹을 받는 법인으로, 김 후보자가 상임고문으로 재직한 적도 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자료에도 해당 업체와 넥서스투자 재직 경력을 적지 않았다. 대표이사로서 실질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며 넥서스투자의 투자도 끌어냈으면서, 주가조작·먹튀 등 의혹에 얽힌 회사들의 경력을 숨기며 청문회에서 ‘거짓 해명’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의류업체 어노인팅(구 서령창작)과 넥서스투자의 등기·공시내역을 보면, 어노인팅은 2005년 2월 넥서스투자로부터 2억5000만원을 빌렸다. 또 넥서스투자의 2005년 1분기 영업보고서에는 넥서스투자가 어노인팅의 전환사채 1억을 매입(투자)했다고 나와 있다. 총 3억5000만원을 넥서스투자로부터 투자·대여받은 것이다.

어노인팅은 2002년 5월 공 전 대표와 김 후보자가 함께 설립한 의류업체다. ‘까차’와 ‘포이포이나나’ 등 여성복 브랜드를 만들었다. 2004년 서령창작에서 어노인팅으로 사명을 바꿨다. 2003~2004년 김 후보자는 어노인팅(서령창작)의 공동대표 직함으로 여러 언론 홍보기사에 등장한다.

2003년 1월12일 주간지 ‘일요신문’ 556호에 보도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서령창작’ 창업 홍보기사. 서령창작은 2004년 사명을 ‘어노인팅’으로 바꾼다. 일요신문 홈페이지 캡처

김 후보자는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어노인팅 경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아 이 같은 내용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어노인팅이 넥서스투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적 있느냐’는 김 의원의 질의에 “(어노인팅은) 사실상 공 전 공동대표가 운영해서 기억을 못 한다”며 “저는 주로 그때 선교활동을 했고, 실질적으로는 공 전 대표가 다 운영을 했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해명과 달리, 어노인팅이 대여금을 받은 2005년은 김 후보자 혼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어노인팅의 법인등기에는 공 전 공동대표가 2004년12월20일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고 적혀 있다. 김 후보자는 2005년 5월11일 홀로 대표이사직에 중임(연임)된다. 어노인팅은 5년 뒤인 2010년 법인해산으로 문을 닫는다.

지난 4일 확인한 ‘어노인팅’의 법인등기사항전부증명서 내용. 공훈의 전 공동대표가 2004년 사임하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05년 홀로 대표이사직을 중임(연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 후보자는 어노인팅, 넥서스투자, 넥서스투자의 모회사인 글로벌리소스와 모두 얽혀 있다. 어노인팅을 나온 공 전 대표는 2005년 8월 넥서스투자의 사외이사에 취임한다. 2006년 9월 김 후보자와 공 전 대표는 글로벌리소스의 사외이사에 취임한다. 김 후보자는 2006년 넥서스투자에서 고문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2007년 1월 노컷뉴스 기사에는 넥서스투자 상임고문으로 소개된다.

김 후보자가 주가조작 등 의혹이 있는 회사들의 재직 경력을 숨기기 위해 ‘거짓 해명’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넥서스투자와 글로벌리소스는 2006~2007년 디시인사이드발 200억원대 주가조작·우회상장 사건에 깊이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김 후보자는 당시 디시인사이드가 우회상장을 위해 인수한 IC코퍼레이션의 사외이사이기도 했다. IC코퍼레이션은 상장 폐지됐고 이 회사 임원과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는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IC코퍼레이션 전 대표는 지금도 해외 도피 중이다. 넥서스투자는 디시인사이드 주식을 처분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누렸다.

김 후보자는 이 회사들의 재직 경력을 국회 인사청문자료에 올리지 않았다. 청문회에서는 넥서스투자 재직 여부를 묻는 김 의원의 질의에 “그런 자리는 있지도 않았다”고 부인하다가 관련 자료가 나오자 “제 착각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 의원은 “(거짓 해명은) 횡령·배임으로 공범이 징역형을 받고 대표는 해외 도피 중인 IC코퍼레이션과 후보자를 분리시켜야 했기 때문 아닌가”라며 “어노인팅이 드러나면 넥서스투자로부터 돈도 빌리고 투자도 받은 것이 드러날까봐, 글로벌리소스 사외이사 경력과 디시인사이드발 주가조작에 깊게 연루됐다는 의혹이 드러날까봐 숨긴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이런 분이 장관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다른 의혹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졌다. 김 후보자는 당초 소셜뉴스 ‘주식 파킹’ 의혹과 관련해 ‘공동창업자에게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고 했다가 가족에게 주식을 매입한 정황이 드러나자 “주식 수를 착각했다”고 말을 바꿨다.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부인하기 위해 주장한 ‘2013~2019년 동안 위키트리를 떠나 있었다’는 발언도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소셜뉴스로부터 2억1214만원(2018년 7509만원, 2019년 1억3705만원)의 급여소득을 받은 점이 확인되며 반박됐다. 해당 자료는 최근 5년까지만 제출돼 그 이전 지급 내역은 알 수 없다.

김 후보자는 “사업보고서상 전환사채 발행시점은 2005년이 아니라 공 전 대표가 대표로 있던 2004년이며, 이 전환사채는 공 전 대표가 상환했다”며 “전환사채 발행은 기업의 통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전혀 불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넥서스투자는 디시인사이드발 주가조작에 관여돼 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며, 검찰 수사 당시 대표이사나 임직원은 피의자가 아니었고 수사결과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인사청문자료에 어노인팅 재직 경력을 적지 않은 이유를 두고는 “공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날 때쯤 서령창작은 어노인팅으로 사명을 바꾸고 제가 선교활동을 하는 조직으로 회사의 목적을 바꿨다”며 “제 개인적인 종교활동을 경력에 쓸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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