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한국땅에서 40년 넘게 봉사…하늘로 돌아간 ‘소록도 천사’

이향휘 기자(scent200@mk.co.kr) 2023. 10. 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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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오스트리아서 지병으로 선종
소록도에서 40여년 간 봉사했던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지난 29일 오후 3시 15분(현지 시각) 오스트리아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선종했다. 사진은 2017년 9월 생전 모습. [사진 제공 = 김연준 신부]
소록도에서 40여년 간 사랑과 나눔을 실천했던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선종했다. 향년 88세.

지난 30일 천주교광주대교구 김연준 신부에 따르면 마가렛 간호사는 지난 29일 오후 3시 15분(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폴란드 태생의 오스트리아 국적자인 고인은 인스브루크 간호학교를 졸업한 뒤 구호단체 다미안재단을 통해 1960년 전후로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파견됐다. 40여 년간 국립소록도병원 등지에서 맨손으로 한센병 환자의 재활 치료를 하고 한센병 자녀를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며 보육사업 등을 펼쳤다.

그는 1970년대 공식 파견 기간이 끝난 후에도 아무 연고도 없던 소록도에 남아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한센인들을 돌봤다. 이후 건강이 악화하자 2005년 11월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편지 한 장을 남긴 채 소록도를 조용히 떠났다. 1962년부터 2005년까지 소록도에서 함께 봉사한 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도 이때 조국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소록도에서 ‘수녀’로 불린 두 간호사는 2016년 한국의 명예 국민이 됐고 2017년에는 이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양국에서 상영됐다. 한국 정부는 오랜 세월 보수 한 푼도 받지 않고 한센인들의 간호와 복지 향상에 헌신한 공을 기려 마리안느와 마가렛에게 1972년 국민훈장, 1983년 대통령표창,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여했다. 국립소록도병원은 2016년 개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이들에 대한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과 방한을 추진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마리안느만 소록도에 올 수 있었다.

마가렛 간호사는 요양원에서 지내며 4∼5년 전부터는 단기 치매 증상을 겪기 시작했으나 소록도에서의 삶과 사람들은 또렷하게 기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최근 넘어져서 대퇴부가 골절돼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몸소 보여준 봉사 정신에 각계각층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소록도 한센인들은 10월 한 달 동안 매일 성당에서 추모 기도를 올릴 예정이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4일 광주 임동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열 계획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의 고귀했던 헌신의 삶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방한한 마리안느 수녀님과 함꼐 소록도를 방문한 추억이 있다”며 “투병 중인 수녀님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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