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곤의 재밌는 화약 이야기] 화약·나침반·종이·인쇄술을 발명한 국가는?

강일 2023. 9. 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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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강일 기자] 인류 문명의 발달은 대부분 무기의 발달에 기인합니다. 도구의 사용, 청동기와 철기의 발달, 내연기관에 의한 대량생산, 비행기, 레이더, 로켓 등과 같은 모두 무기를 위해 개발되기 시작한 기술들입니다. 특히 화약의 발명과 화약무기의 등장은 전쟁과 인류 문명의 진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 중 하나입니다. 한 나라가 힘이 있느냐 없느냐, 강대국이냐 약소국이냐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기준 중의 하나가 군사력입니다. 이 세상에 화약이 발명된 이후 화약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위상은 극과 극으로 갈렸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북한 로켓을 노획해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남과 북의 무기와 자원이 충돌하기 시작했음을 암시하는 국면입니다. 신냉전으로 돌입한 격랑의 시대, 본지는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꾼 화약과 화약무기의 발달사인 ‘재미있는 화약 이야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세계사를 바꾼 중국의 4대 발명품으로 화약·나침반·종이·인쇄술을 꼽는다. 화약은 중세 유럽의 기사와 성벽을 붕괴시켰고, 오늘날 우주개발의 길을 열었다. 나침반은 대항해 시대를 이끌어 지리상의 발견을 가능케 했다. 종이와 인쇄술은 계급사회와 국경의 경계를 넘어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중국은 이 4대 발명품을 전 세계에 전파해 인류문화의 발달에 기여한 중심국가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세계에서 가장 앞선 문명인 홍산 문화의 뿌리를 일군 이들은 동이족이다. 바로 고조선의 영역이었다. 중국 중원 문화의 기원인 황하 문명,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문명보다 그 편년이 더 올라간다. 지금과 같은 중국이 형성된 것은 유방이 세운 한나라 때부터다. 순수한 한족(漢族)이 중국을 지배한 기간은 2000여년 중국 역사 중 약 1000년에 불과하다. 한나라 209년, 후한 109년, 송나라 319년(북송 167년, 남송 152년), 명나라 276년, 신해혁명(1911년) 이후 100여 년이다. 수와 당은 실제로는 북방 민족인 선비족이 세운 국가다.

◇ 중국은 55개의 소수민족을 포함한 다민족 국가

고대에는 국경선은 물론 국적의 개념조차 뚜렷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같은 민족이 여러 나라로 갈라진 건 부지기수다. 지금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한족만의 관점으로 과거 중국 역사를 한 줄 세우기 하는 것 자체가 역사 왜곡이다. 국가간 또는 지역간 전쟁과 정복, 문물 교류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4대 발명품의 종주국을 중국으로만 고집하는 게 마뜩잖다.

중국은 한족 외에 55개의 소수민족을 포함한 다민족 국가다. 세계 4대 발명품의 원조가 중국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단지 역사 해석상의 문제일 뿐. 광범한 영역을 가진 중국 자체가 전통적인 단일민족, 단일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화약·나침반·인쇄술은 송나라 때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화약 무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과 이견이 존재한다. 화약이 전투에 처음 사용된 것은 당나라 말이었으나. 그 제작과 사용법이 널리 발달한 것은 송나라 시대였다. 1161년 남경 부근까지 남하한 금나라 군대와의 전투에서 폭발력이 강한 화약이 처음으로 사용됐다.

중국 4대 발명품. [사진=중국 인터넷 포털 바이두]

1104년 고려에서는 윤관 장군이 별무반을 편성했다. 1107년 윤관은 두만강 이북에 9성을 쌓고 여진을 정벌했다. 오늘날 특수전 부대 성격인 별무반에는 화약무기를 다루는 ‘발화부대’가 있었다. 삼별초 진압 과정과 1274년 고려와 몽골 연합군의 일본 정벌 때도 화약무기가 등장했다. 1380년 최무선이 이끈 고려 수군은 금강하구 진포에서 왜구를 상대로 화약무기를 사용해 크게 승전했다. 이 진포대첩 이전에도 고려가 화약을 사용했다는 기록은 역사자료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동로마 비잔틴 해군이 ‘그리스의 불’로 화공을 펼치는 모습을 묘사한 기록화. 현재 그 기술이 전해지지 않는 ‘그리스의 불’은 화약 시대 이전에 등장한 화공 무기의 결정판이다. [사진=방위사업청 공식 블로그]

◇ 발명에 강한 동양, 활용에 강한 서양

전통적으로 동양이 발명에 강했다면, 서양은 활용에 강했다. 우리는 보통 어떤 물건을 누가 가장 먼저 발명했는지에만 관심을 둔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활용하는 것에 달려 있다.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뛰어나고 좋은 기술일지라도, 실용화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정작 ‘누가 발명했는가?’ 보다 ‘어떻게 이용했느냐?’가 관건이다.

화약 또한 마찬가지다. 화약을 처음 발견한 게 중국, 혹은 지금의 중국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기록상으로 화약 무기를 처음 사용한 나라는 중국이지만, 화약을 그냥 ‘폭발하는 물질’ 단계에서 그쳤지 크게 발전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화약은 칭기즈칸과 이슬람을 통해 서양에 전해지면서 강력한 군사 무기이자, 산업 발전의 촉매가 됐다. 나침반도 그랬다. 중국에서는 나침반을 항해에 활용한 게 아니라 풍수지리를 살피는 데 이용했다. 반면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선단은 대양 항해에 나침반을 사용했다.

최초가 모든 것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뭐가 최초이냐를 따지는 원조 논쟁은 결국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것처럼 끝이 없다. 역사는 돌고 돈다. 문제는 해묵은 원조 논쟁보다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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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곤 대표. 22세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유지곤폭죽연구소를 창업해 30대 시절 한국 대표 불꽃연출가로 활동했다. 독도 불꽃축제 추진 본부장을 맡아 활동 하면서 본인과 세 자녀의 본적을 독도로 옮긴 바 있으며 한국인 최초로 미국 괌 불꽃축제, 하와이 불꽃축제 감독을 맡았다. 지금은 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로봇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유지곤 대표
/대전=강일 기자(ki005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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