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몽골에 '사람' 심는 한국인들…사막화 막는 '상생의 숲'

최기창 2023. 8. 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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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양항가이 '상생의 숲' 전경. 식재된 조그만 나무 사이로 큰 풀들이 자라고 있다. 사진=바양항가이(몽골)=최기창 기자

'몽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드넓은 초원과 게르, 염소와 말, 칭기즈칸 등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막화(Desertification)'도 빼놓을 수 없다. 몽골은 황사의 주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등이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 잡으면서 관심도 커졌다.

몽골의 사막화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과거 인기리에 방영됐던 'MBC 무한도전' 때문이었다. 당시 무한도전 멤버들은 2008년 내몽골 사막 지역을 찾아 직접 나무를 심었다. 이후 많은 곳의 후원으로 몽골에 나무가 심어졌다. 그러나 당시 식재한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이후에도 황사나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많은 피해를 입힌 탓이다.

결국 해답은 지속가능한 숲이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사단법인 푸른아시아와 함께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로부터 서쪽으로 약 110km 떨어져 있는 투아이막(道) 바양항가이솜(郡)에 '상생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상생의 숲은 5년짜리 프로젝트로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 심기가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숲의 경계선인 울타리 주변에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풍림을 식재한다. 방풍림 안쪽에는 숲을 관리할 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실수를 함께 심는다. 또 비닐하우스 등을 설치해 수박과 방울토마토, 오이 등을 통한 영농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몽골 바양항가이 '상생의 숲' 밖에서 모래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바양항가이(몽골)=최기창 기자

현지인들은 협동조합을 꾸려 유실수의 열매를 따거나 영농활동 등을 통해 수확한 작물을 가공·판매하는 방식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된다. 결국 주민소득 창출에 의한 수익금을 바탕으로 사업장의 운영비를 자체 조달하게 되며 이를 통해 사막화를 영구히 방지하는 독립적인 모델인 셈이다.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숲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상생의 숲 내에 있는 비닐하우스는 조림 사업에 함께 참여하는 주민들의 영농 교육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제대로 이뤄진다면 상생의 숲에서는 수박과 오이, 방울토마토 등 특수 작물들이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한 축이 될 것이다. 일부는 몽골에 진출한 한국 유통기업을 통해, 일부는 현지에 설립한 가공공장 등을 거쳐 몽골인들의 식탁에 오를 예정이다.

바양항가이 상생의 숲 조성사업은 올해로 2년 차다. 숲 울타리 안쪽은 식재한 나무와 각종 잡풀이 자라고 있었다. 반면에 울타리 밖은 가축들도 먹지 않는 풀들만 자라고 있었고 그 안에 듬성듬성 흙이 보였다. 또 땅 자체가 굉장히 딱딱했다. 운동화로 땅을 파도 흙먼지만 살짝 날릴 뿐이었다.

바양항가이 '상생의 숲'의 경계인 울타리 모습. 숲 안쪽인 오른쪽은 푸른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는 반면 울타리 밖인 왼쪽은 사막화로 인해 토지가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사진=바양항가이(몽골)=최기창 기자

바양항가이는 과거 들꽃이 필 정도로 초지 식생이 잘 발달했던 지역이었다고 한다. '바양'은 몽골어로 풍성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곳의 상황은 사막화로 인해 이름의 뜻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상생의 숲' 사업에 참여 중인 다시담브 산치르돌람(45)씨는 “꽃도 많아 알록달록한 곳이었다. 밀가루 농사를 했던 지역이었는데 이제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선생님을 하던 산치르돌람씨는 고향의 사막화를 막고자 숲 조성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좋은 본보기도 있다. 그동안 푸른아시아는 바양척트와 바양노르 등에도 숲을 조성했다. 이들 역시 울타리 주변에 방풍림을 심고 그 안에 유실수와 영농사업을 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바양척트와 바양노르 지역에 조성된 숲에는 풀이 우거져 있고 각종 벌레들과 새들도 다닌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생계를 꾸리며 숲을 관리한다.

그러나 이 지역 역시 울타리만 벗어나도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사막화가 진행된 지역에서 나타나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모래만 있는 곳도 있었다.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인력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상생의 숲'에 나무와 함께 사람을 심는 이유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은 2026년까지 바양항가이 지역에 차차르간(비타민나무), 비술, 포플러, 노랑아카시 등 총 5만 3950그루를 식재할 계획이다.

올해로 조성 5년차를 맞이한 바양척트의 숲에서 주민들이 비타민나무의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바양항가이에 심은 비타민나무가 자라게 되면 바양척트처럼 주민들이 유실수 열매 등을 통해 생계를 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사막화 방지를 위한 숲을 관리하게 될 것이다. 사진=바양척트(몽골)=최기창 기자

우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은 제76회 UN총회 기조연설에서 오는 2030년까지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 10억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그러나 몽골의 경제력을 고려할 때 계획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관심이 필수인 이유다.

수흐바타르 바야르마 바양항가이솜장은 “멀리 한국에서 (몽골의 사막화를) 걱정해주고 정성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황사의 발원지가 몽골이다. 몽골에 나무를 심으면 한국으로 향하는 미세먼지도 줄어들 것이고 세계적으로도 기후 변화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양항가이·바양척트·바양노르(몽골)=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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