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컷 사진? 요즘은 이렇게 찍어요"…3시간씩 줄 서는 '핫플' [여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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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컷사진' 열풍에 '하이앵글 사진' 인기
3시간 기다려야할 때도…외국인들도 난리
"사람들 눈길 더 끌고자 새 구도 찾은 것"
사진사의 지시 없이 '셀프'로 자유롭게, 눈치 보지 않고, 개성 있는 포즈로 촬영하는 '네 컷 사진'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자기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가운데 네 컷 사진에 싫증을 느낀 이들을 중심으로 '하이앵글 사진'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대개 정면으로 촬영되던 네 컷 사진과 달리 하이앵글 사진은 카메라가 피사체보다 높은 데 있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도로 촬영되며, '항공 샷'으로도 불린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21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하이앵글 사진' 검색량은 400% 급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네 컷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10~30대 사람들에겐 자연스러운 문화가 된 가운데,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는 '하이앵글 사진' 관련 게시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틱톡에서 올해 들어 '카메라 위에서 찍는 사진관' 해시태그(#)로 공유된 숏폼(짧은 형식) 영상 콘텐츠의 조회수만 약 490만회에 달한다.
21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하이앵글 사진관 곳곳에서는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 중이던 젊은 남녀 여러 명을 마주할 수 있었다. 손님들은 사진 촬영에 앞서 고글과 선글라스 등 '힙한 소품'을 앞다퉈 챙겼다. 하이앵글 사진관의 '원조'로 불리는 한 사진관에는 손님 수십명이 30분~1시간가량 대기 줄을 서 있었다. 이곳 직원에 따르면 한참 손님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3시간 이상 기다려야만 촬영할 수 있을 정도다.
하이앵글 사진관 직원은 "보통 정면을 보고 촬영할 때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까'를 많이 고민하시는데, 하이앵글 구도는 그 자체로 특색있고 일반적으로 연출하기 어려운 구도라서 어떤 포즈를 취해도 실패 확률이 적은 편"이라면서도 "SNS에 수많은 사진이 올라오는데, 그중에서도 남들과 다른 사진을 찍고, 이를 알리고 싶은 욕구가 있으신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진관 앞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 씨(21)는 "8000원에 트렌디한 사진을 건져갈 수 있다면 몇장을 찍어도 아깝지 않다"고 웃어 보였다. 요즘 하이앵글 사진 찍기가 취미라는 프리랜서 작가 유모 씨(28)는 "요즘 힙한 감성에 푹 빠졌는데 인스타그램에서 하이앵글 구도로 찍은 게 개성 있어 보여서 방문했다"며 "한번 찍고 난 뒤 빠져서 친구들 여러 명을 데려와서 매번 다른 컨셉으로 촬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사진관 곳곳에서는 2~3명 무리 지어 방문한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SNS 공유 문화의 발달로 한국의 젊은 세대를 넘어 중국과 동남아 등지의 MZ(밀레니얼+Z) 세대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싱가포르에서 왔다는 사야즈자(Syazza·26)는 "SNS에서 봤는데 한국 여행을 오면 꼭 해야 하는 필수코스 중 하나가 네 컷 사진 찍기라고 들었다"면서도 "다른 네 컷 사진관에서 촬영한 사진은 흔하다고 생각했는데, 하이앵글 구도는 정말 '트랜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앵글 사진의 가격은 2장에 8000원 선으로 인생 네 컷보다는 2배 비싸다. 그러나 일반 사진관에서 촬영하는 것보다는 여전히 저렴하고, 특색 있는 구도 탓에 젊은 층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종현 '무브먼트(movement)' 사진관 대표(29)는 "연예인 화보에서만 보던 구도의 사진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부담스럽지 않게 촬영할 수 있는 접근성을 높인 게 인기 요인이라고 본다"며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1평 정도 되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포즈를 취하고, 전신을 담아낸 촬영을 할 수 있어서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10~30대 사람들의 '색다르게', '특별하게' 일상을 담아내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유행을 끌고 있는 대상에서도 또 다른 신선함을 찾을 수 있는 대상에 아낌없이 소비하는 경향이 반영됐다는 것.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에는 하루에 정말 많은 게시물이 올라오는데, 계속 보던 형식의 사진을 보다 보면 지루해서 새로운 것에 눈길이 간다"며 "남들 다하는 방식의 사진은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람들의 눈길을 더 끌고자 새로운 구도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네 컷 사진 찍기가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하이앵글 사진관이 등장한 것처럼 앞으로도 촬영을 위한 소품이 다양해지는 등 확장성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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