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상저하고’ 고집…기재부 정책 선회 언제쯤

장정욱 2023. 8. 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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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ADB·OECD, 한국 성장률 낮춰
수출 ‘불황형 흑자’·내수 부진 연속
기업경기전망지수도 하락세 계속
정부 “상저하고 흐름 기대 유지”
서울 중구 명동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시스

하반기 들어서도 좀처럼 경제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출은 수입이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를 두 달 연속 이어가고, 내수 역시 정부의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 성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연초부터 ‘상저하고(上底下高, 경제가 상반기 어렵다가 하반기 좋아진다는 의미)’를 장담해 왔다. 최근까지도 하반기 경제가 전반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판단한다.

반면 민간 전문가들 최소 연말까지 어려운 여건이 계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경제 상황을 읽지 못하고 여전히 상저하고만 외치는 기재부가 한국 경제 리스크(위험)가 되고 있다고 비꼬기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5일 7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낮췄다. 지난 4월 발표 때 내놓은 1.5%보다 0.1%p 낮은 1.4%p를 예상했다.

애초 2%까지 내다봤던 전망치를 1월에 1.7%, 4월 1.5%에 이어 7월에는 1.4%까지 낮춘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3번째,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다섯 차례 연속 하향 조정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비슷한 예측이다. ADB는 지난달 19일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 보충’을 통해 1.3% 성장률을 전망했다. 4월 1.5%보다 0.2%p 낮췄다.

OECD 역시 지난 6월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성장률을 3개월 전보다 0.1% 하향 조정해 1.5%로 예측했다.

이들 기관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한국 성장률은 계속 낮추고 있다. 그만큼 향후 한국 경제 상황을 나쁘게 관측한다는 의미다.

10개월 연속 이어가는 수출 감소

성장률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이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감소세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수출은 503억3000만 달러(64조2966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16.5% 감소한 수치다.

수출은 지난해 10월(-5.8%)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전년동월대비 ▲11월 -14.2% ▲12월 -9.7% ▲1월 -16.4% ▲2월 -7.6% ▲3월 -13.6% ▲4월 -14.2% ▲5월 -15.2% ▲6월 –6.0% ▲7월 –16.5%까지 10개월 연속 감소를 이어가는 중이다.

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가 1.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뉴시스

무역수지도 지난해 3월부터 적자를 시작해 지난 5월까지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6월과 7월엔 흑자를 보였지만 이 역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였다.

내수 상황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과 여가 산업 매출이 늘어나면서 관련 수치가 소폭 상승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는 1분기와 비교해 0.6%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역성장은 멈췄지만, 1분기에 이어 0%대 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지출항목별 성장기여도를 살펴보면 내수가 -0.6%p로 지난해 1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민간과 정부 소비 또한 각각 –0.1%p, -0.4%p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5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2분기에도 회복 모멘텀(전환점)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당시 한은은 “하반기 이후에는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보통신(IT) 경기 부진 완화 등으로 수출이 점차 나아지겠지만, 회복 속도는 애초보다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기관 모두 어렵다는 데 정부만 ‘상저하고’

국내외 경제분석 기관 대부분이 하반기에도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과 달리 기재부는 여전히 상저하고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4일 발표한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중심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수출 부진이 일부 완화됐다”고 총평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28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최근 소비자심리가 반등하고 무역수지 적자 폭이 축소되는 등 개선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금융시장 등 경제 곳곳에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지만 상저하고 흐름에 대한 기대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시장에서는 하반기도 경기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3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전망지수(BSI)에 따르면 3분기 전망치는 91에 머물렀다. 2분기보다 3p 하락한 수치다. 내수는 94에서 90으로, 수출은 97에서 94로 각각 4p, 3p 부정적 전망이 더 많아졌다.

참고로 BSI는 100보다 높으면 경기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정부와 기업의 경기 예측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낙관론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긍정적 상황을 기대하기보다 보수적인 접근으로 위험에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자칫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 경제 전반에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발 고금리 정책 지속, 중국 리오프닝 지연, 내수 악화 등으로 하반기 성장률은 잘해야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정부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 1.4%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고금리와 환율 변동성, 중국 리오프닝 효과 지연 등 하반기 주요 대외 위험 요인을 제시하며 “이는 단기간 해소가 어려우므로 올해 남은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불어 “현재 한국 경제는 긍정적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의 갈림길에서 대내외 경제 리스크 요인 개선이 지연될 경우 침체 장기화 경로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번 주 2분기 제조업 국내 공급 동향과 7월 고용동향을 발표한다. 월간 재정동향 8월호와 2분기 시도 서비스업 생산 및 소매판매 동향, 7월 최근 경제 동향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러한 지표들이 과연 기재부의 ‘상저하고’ 바람을 충족시켜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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