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오르면 성장률 내리막…세계경제 극한기후 리스크
폭염·폭우에 각국 비상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일부 지역은 46.3도까지 치솟았고, 스페인은 카탈루냐 지역을 중심으로 45도를 웃도는 극심한 더위가 나타났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18일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 측정된 기온은 47도에 달했다.
한국의 이번 장마철 폭우도 ‘극한 기후’의 전형적인 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590.8㎜다. 국내에서 전국 단위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장마철 강수량 중 네 번째로 많았다.
극한 기후는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공급 차질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을 키울 수 있다. 결국 국내총생산(GDP) 손실로 이어진다. 스위스리(Swiss Re) 연구소는 산업화 이전 시기부터 2050년까지의 기간 동안 평균기온이 2도 오르면 세계 GDP 손실률이 -1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GDP 손실률이 -7.6%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장마 끝나지도 않았는데…누적 강수량 590㎜, 이미 역대 네 번째
한국 GDP 손실률만 떼어서 보면 ▶2도 미만 증가 시 -2.7% ▶2도 증가 시 -8.5% ▶2.6도 증가 시 -9.7% ▶3.2도 증가 시 -12.8%다.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로 급부상한 베트남은 가뭄에 시달리며 삼성전자와 애플 협력사 폭스콘 공장 등이 지난달까지 생산 차질을 겪었다. 베트남은 수력발전 비중이 약 40%에 이르는데, 가뭄을 동반한 엘니뇨로 극심한 전력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아시아 신흥국의 수력발전 감소는 석탄·천연가스 수요 증가로 이어져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원자재와 곡물 시장도 기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주(소맥·광물), 인도(소맥·원당), 동남아(광물·팜유), 남미(광물·각종 농산물) 등이 최근 산불과 홍수 등 기상 이변을 겪으면서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커피콩 품종 로부스타 원두 선물가격이 올해 들어 50% 가까이 오르고, 카카오콩도 지난달 46년 만에 최고가를 썼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지목한 엘니뇨 취약국 중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은 전 세계 쌀 생산의 약 20%를 차지한다.
전문가는 이상 기후가 산출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WSJ는 “여름철 평균기온이 화씨 1도 상승하면 연간 성장률이 0.15~0.25%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는 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영세업체가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고 있다”고 전했다. 데릭 레모인 애리조나대 경제학자는 “폭염으로 노동생산성이나 학습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 연구팀에 따르면 2060년까지의 강수량 예측치를 토대로 한국의 경제적 피해 비용을 추정한 결과 연간 최대 피해 규모가 26조4000억원(약 209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GDP 전망치의 1.03%에 달한다. 홍 교수는 “한반도에도 극한 기후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는 만큼 기후 변화가 경제를 흔드는 ‘기후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호우 피해가 큰 지역 13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세종, 충북(청주시·괴산군), 충남(논산·공주시, 청양·부여군), 전북(익산시·김제시 죽산면), 경북(예천·봉화군, 영주·문경시)이 그 대상이다.
천권필·오효정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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