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분열…"의대정원 확대 못참아" 이필수 의협 회장 탄핵 발의

박정렬 기자 2023. 7. 1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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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간호법 제정, 보건의료노조 파업 등 의료계가 연일 몸살을 앓는 가운데 이번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내부 분열 조짐이 감지된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결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필수 회장 등 집행부의 '탄핵안'이 상정된 것이다. 필수 의료 확충, 의사 증원 등 향후 산적한 의료 현안 논의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는 전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운영위원회를 열고 오는 23일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해 △이필수 회장 불신임 △이정근 상근부회장, 이상운 부회장 불신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의협 정관 규정상 전체 대의원 242명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임시총회 안건으로 다뤄지는데, 재적 대의원 242명 중 83명이 이에 동의했다.

만약 임시총회에서 재적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자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회장 불신임안이 가결된다. 임원은 출석 요건은 같지만 찬성 비율이 절반 이상이면 불신임안이 통과한다. 비대위 구성안은 이보다 허들이 더 낮아 재적 대의원 절반이 참석하고 이 중 50%가 동의하면 통과된다. 집행부가 탄핵 당하지 않아도 비대위가 출범하면 정부와의 협상에서 손발이 묶이게 된다.


이필수 회장 등 집행부의 불신임 추진 이유는 총 11가지가 거론됐다. △의대 정원 확대 독단적 합의 △수술실 내 CCTV 설치의 일방적 수용 △의사 면허 박탈법 통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일부 동의 △혈액 등 검체 검사 위탁에 관한 고시 파행 △기형적인 비대면 진료 △의학 정보원·면허관리원의 고의적인 무산 △공적전자처방전 무대응으로 성분명 처방 실마리 제공 △한의사 초음파 사용 대법원판결 패소 △한의사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등록 △전문 약사 제도의 안일한 업무처리 등이다. 임시총회 개최를 주도한 김영일 대전시의사회 회장은 "현 집행부는 반성과 개선이 없는 회무로 향후 더 큰 어려움이 자명하다"라며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과 분노가 의사 회원들 사이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 내부적으로 반발이 가장 큰 사안은 의대 정원 확대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 의사회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00년 의약분업, 2020년 '4대 악 저지' 투쟁 때 모든 의사가 부당한 의대 정원 증원을 막았다"며 "정치인들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의협과 복지부의 '밀실 타협'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임시총회와 별개로 의대생, 전공의, 의사 등을 대상으로 탄핵 서명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협 대의원은 "이필수 회장은 초기부터 정부나 정치권과 대화를 통해 의료계 현안을 풀어간다고 했는데 의료인 면허 취소법 통과, 수술실 CCTV 설치법 시행 등 그동안의 협의가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특히 최근 집행부가 복지부와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합의하고, 복지부가 이를 보건 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 '탄핵'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이광래 인천광역시 의사회장 등 참석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11차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해 비공개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복지부와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 등 의사인력 확충에 대해 논의한다. 2023.6.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만 의료계에서는 이필수 회장의 탄핵이 실제 이뤄지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 집행부가 지난 1월부터 복지부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필수 의료 확충, 전공의 지원, 의대 정원 등의 사안을 폭넓게 진행해온 만큼 이를 비대위 차원에서 모두 대응하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탄핵안 상정이 의사 내부 분열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앞서 최대집 전 의협 회장도 2020년 의사 파업 후 정부와 '밀실 협의'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똑같은 불신임안이 올랐지만 부결된 바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불신임안 상정은 사실상 현 집행부보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에 대한 '경고'로 해석해야 한다"며 "임시총회 개최 자체가 의사들의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만큼, 불신임안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향후 의협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이필수 회장은 "(불신임안 상정은) 의협 내부의 일로 현시점에서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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