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맞는데, 기억 안 난다"는 김웅에게 던진 판사의 구체적인 질문들

이병한 2023. 7. 11.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공판 현장] 이례적으로 약 한 시간 직접 증인신문

[이병한 기자]

 
▲ 법정 향하는 김웅 의원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정치권 창구로 지목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20년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과 공모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혐의를 받는다.
ⓒ 연합뉴스
 
7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509호 법정. 일명 '고발사주' 의혹으로 법정에 세워진 손준성 검사(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장)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주요한 내용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 의원은 핵심 증거물 중 하나인 조성은씨와의 2020년 4월 3일 통화 녹음파일에 대해 "내 목소리는 맞는데, 이런 통화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날 텔레그램 전달하기 기능을 이용해 세 차례에 걸쳐 각종 자료와 실명 판결문, 고발장 초안을 조씨에게 전달한 것 자체에 대해서도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조씨와 통화에 나오는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 보내드리겠다'는 발언의 '저희'가 누구를 의미하느냐는 공수처 측의 질문에 김 의원은 "아마 저와 제보자를 합쳐서 '저희'일 텐데, 제보자는 여의도 정치부 기자, 서초동 기자, 민주당 고위 관계자 등 복합적"이라면서 "고발장 초안을 누구에게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손준성 검사에 대해서는 보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고발장 초안을 만든 주체인 '저희'가 손 검사와 본인 아니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결론적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자료가 대검에서 왔다면 이후 행위가 달라졌을 것이다, 관심을 많이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텔레그램에 새겨져있는 '손준성 보냄' 표시에 대해서도 "당시 내가 그걸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공수처는 지난해 5월 손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김 의원이 공모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지만, 사건을 이첩받은 검찰은 지난해 9월 무혐의 처리한 상황이다.

김 의원의 증언은 오전 10시10분부터 오후 6시경까지 꼬박 6시간(점심시간 2시간 제외) 동안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그대로 끝날 것처럼 보였던 이날 공판은 마지막에 변화가 일어났다. 약 10분간 휴정 이후,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김옥곤 부장판사)가 직접 증인신문에 나섰다. 재판장과 주심 판사의 질문은 약 1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공수처와 변호인 측보다 날카로웠다. 다음은 이날 오간 재판부의 직접 신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오후 6시 넘어, 재판장과 주심 판사 차례로 직접 신문 시작

- 오늘 증인의 증언을 들어보면 고발장 초안 등을 전달하는 과정에 대해 대체로 기억 나지 않는다는 것 같은데 맞는가.
"그렇다."

- 녹음 파일도 들었고 녹취록도 읽어봤는데, 증인과 조성은씨 사이 대화들이 실제 있었던 내용으로 봐도 무방한가.
"내 목소리가 맞기 때문에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 녹음 파일이나 녹취록 내용이 인위적으로 고쳐졌다거나 조작됐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

- 사건 당시인 2020년 4월 3일경으로 돌아가서 그때 상황에 대해 묻겠다. 당시 증인이 정치를 시작한 지 한 3개월 정도였고 국회의원 후보자로 선거운동을 막 시작한 그 상황인데, 그 무렵 제보를 많이 받았는가.
"약간 유명세를 타고 있어서 그런지 제보들이 많이 왔다."

- 일반적으로 제보가 들어오면 처리하는 절차는?
"일단 봐서 좀 중요한 사안 같은 경우는 내가 따로 관리를 하고 당으로 넘기고, 그게 아니면 일단 들어오면 계속 당으로 다 보냈다."

- 제보가 들어오면 이게 중요한 제보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제보 내용 자체를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까지는 안 한다. 일단 바로 이야기가 되면 좀 빼놓고, 그게 아니라 내용이 약간 복잡해지면 그냥 전달하는 형식이다."

- 이 사건 정도의 내용에 대해 증인에게 자료를 전달해 준 사람을 기억 못할 수도 있는가.
"이 사건은 누가 보냈느냐 때문에 의미가 달라져서 그렇지, 내용 자체는 사실 그렇게 큰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 채널A 사건 관련 내용도 일부 있는데, 당시 상당히 이슈가 됐던 주제 아닌가?
"이동재 기자와 관련된 부분이 있어서 관심은 있었지만, 당시 내가 특별히 더 관심을 기울일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 검찰총장의 가족과 관련된 부분들도 있지 않은가. 검찰 출신인 증인이 상당히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 아니가?
"글쎄... 이전에 이미 여러 번 나왔던 내용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그렇게 큰 의미는 없는 거다."

- 제보를 고발장 초안 형태로 받은 것이 이 사건 외에 있는가.
"그렇다. 많다."

Q "다른 제보보다 더 기억에 남아야 정상 아닌가?"
A "나도 답답… 왜 기억 못하냐 물으면 할 말은 없다"

 
▲ 법정 향하는 손준성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 2022년 11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발사주의혹으로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 이 사건 고발장 초안과 자료들을 누가 보냈는지 기억할 수 없다가 증인의 증언 내용인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다."

- 기억이 나지 않는데, 피고인(손준성)은 아니다, 100%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그것도 추론인데. 만약 피고인이 보냈다면 이 자료에 대해 내가 조금 더 신경을 썼을 것이다. 그리고 조성은씨에게도 그걸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이거는 이런 이런 자료니까 좀 신경 써서 봐달라고. 그런데 그런 것도 전혀 없고, 그냥 기계적으로 보낸 걸로 비춰봤었을 때, 그리고 손준성 피고인하고 개인적으로 무슨 통화를 해 본 기억이 전혀 없다. 그래서 느닷없이 손준성이 나한테 이런 걸 보내서 부탁을 했을 가능성이 진짜 희박하다고 본다."

- 1차 고발장 사건 당일 자료가 세 번에 걸쳐서 증인에게 온다. 최초에 신문 기사하고 페이스북 자료들이 한 번 오고, 그 다음에 실명 판결문이 한 번 오고, 그 다음에 고발장 초안이 왔다. 3회에 걸쳐서 왔기 때문에 다른 제보들보다는 더 기억에 남아야 정상은 아닌가?
"사실 나도 답답한데, 이례적인데도 불구하고 왜 기억을 못하냐라고 이야기를 하면 할 말은 없다."

- 통상적으로는 사무실에 우편으로 제보를 보내거나 할 것 같은데, 이게 또 개인 휴대폰으로 보냈다. 이것도 이례적 아닌가?
"나는 지금 쓰고 있는 명함에도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다. 처음부터 다 공개를 했다. 전화로 (제보) 많이 온다. 카톡이나 텔레그램이나 문자로."

- 앞서 나온 공수처 신문 사항이나 공소장 내용을 보면, '고발장 초안은 저희가 만들어서 일단 보내드릴게요' 이런 표현이 나오고, '남부(지검) 아니면 조금 위험하데요' 이런 표현이 나오고, '고발장은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했다. 증인의 워딩을 보면 고발장 초안이나 관련 자료와 관련해서 뭔가 증인이 제보자 측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데.
"그건 당연히 소통이 되는 거다, 어느 정도는. 예를 들어 어느 날 갑자기 제보를 할 때는, 바로 그냥 나오는 게 아니고, 의원님 열심히 일하시는 거 응원하고 있습니다, 어쩌고저쩌고 하다가, 사실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면 내가 그런 게 있었나요? 자료가 있으십니까? 예, 정리를 해서 드리겠습니다, 그러다가 뭐 안 오는 사람도 있고, 보내왔는데 아무것도 아닌 경우도 있고."

- 고발장 초안에는 피고발인들이 MBC와 다른 언론사 기자, 정치인 등 나름 비중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러면 피고발인이 누구냐에 대해 제보자들이 말 안하고 사건을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러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내가 받는 제보의 대상자들이 그냥 일반인일 경우는 별로 없다."

- 이 사건 공소 내용은 피고인이 증인에게 고발장 초안 등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2020년 4월 3일경에 당시 미래통합당 사람들 중 증인보다 피고인과 더 가까운 사람이 있었을까?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는 연수원 동기 사이다 - 기자 주)
"있다. 전신인 당(새로운보수당 - 기자 주)에 있던 의원들과 피고인은 어느 정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 당에 검사장 출신 의원들도 있고. 그 사람들이 아마 나보다는 (손 검사와) 더 가까울 것이다."

고발장의 수신처 '대검 공공수사부'는 소통의 결과물인가, 우연인가

- 이 사건이 기소된 결정적인 이유가 증인을 통해서 조성은씨에게 전달된 자료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글자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손준성 보냄'이라는 내용이 다른 사람은 그냥 스쳐갈 수 있지만, 증인은 지인이니까 아닐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없는가.
"만약에 내가 그걸 봤다면, 조성은씨한테 안 보냈을 것이다. 안 보내고 확인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여러 정황들을 생각해봤을 때 잘 안 믿기는 거다. 피고인이 나한테 이걸 다이렉트로 보냈다라는 것을. 그렇다고 '손준성 보냄'이라는 그 자체가 조작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 그렇게 보면 피고인이 증인에게 직접 보내지 않았다고 가정을 하면, 결국 중간에 제3자가 보냈을 가능성도 있는 건데, 증인이 추측이라도 해볼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추측은 많이 했다. 어느 날은 진짜 손준성이 보냈나?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게 아니라 모 기자가 보냈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전화로 확인은 안 해봤다. 괜히 또 전화를 하고, 그게 통신 내역이 남게 되면 또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확인을 못했다."

- 증인도 피의자로 의심을 받아서 수사를 받았는데, 수사가 개시된 이후에는 최소한 진실을 밝혀서 피고인이나 증인이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다, 이것을 증명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그렇다면은 이게 내가 어떻게 전달받은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지 않나?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때 기억이 없는 거니까."

- 아까 (녹취록에서) 고발장을 접수시킬 곳이 남부지검에서 대검 공공수사부 바뀐 것은 약간 증인의 주체적인 판단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런데 1차 고발장 초안 말미에 수신처가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기재돼 있다. 그러면 증인이 고발장의 내용 작성에 작성자와 함께 소통하거나 관여한 것 아닐까?
"예를 들어서 아무래도 남부지검은 내가 좀 그렇다고 이야기 했을 수도 있다.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 2020년 4월 3일 10시3분경에 조성은씨하고 통화 할 때는 남부지검을 말하다가, 그로부터 6시간 정도 지난 후에 공공수사부로 제출처가 바뀌는데, 그러면 지금 말은 이 6시간 사이에, 이 고발장을 작성한 주체와 고발장 수신처에 관해서 증인이 소통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가.
"그거는 약간 추측인 것 같다."

- 대검 공공수사부라는 수신처가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수신처가 아닐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이 고발장에 대검 공공수사부가 적혀 있는 것과 증인이 고발장 접수처를 남부지검에서 주체적으로 대검으로 바꾸는 것 사이에는 관련이 없다는 뜻인가? 우연의 일치로 고발장 말미에 적혀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확실히 기억은 없다. 내가 고발장을 작성하는 사람한테 전화를 해서 이렇게 바꿔달라라고 요청을 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받고 보니까 수신처가 그렇게 돼 있었을 수도 있고. 기억이 안 나는데 뭐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 고발장 수신을 어디로 할 것인지까지 증인이 제보자와 의논을 했다면, 그 제보자와 증인이 상당히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내가 만약 그렇게 요청을 했다면 가까운 사이겠지."

- 고발장을 어디에 낼 것인가까지 증인이 고민을 해서 제보자에게 의견을 제시했다면, 고발 내용을 몰랐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운 거 아닐까? 고발 내용을 알아야 어디에 접수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당시에 내가 중앙지검에는 공통적으로 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이 건에 대해서는 사실 관할이 남부지검이다.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를 한 걸로 보이고, 갑자기 대검으로 바뀌었는데,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추정을 한 거다."

변호인의 항의… 재판장 "김웅은 이 사건에 대해 제일 많이 알아야 할 증인"

저녁 7시30분이 훌쩍 넘어 공판이 끝이 났다. 공수처와 변호인 양측에 조서에 남길 의견이 있는지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손 검사 측 변호인이 "조서에 안 남기고 요청을 하나 드리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재판부가 의문을 갖는 건 좋은데, 변호인이 보기에는 너무 가정적인 질문을 많이 한 것 같다"면서 "듣기에 따라서는 혹시 유죄의 심증을 가지고 이렇게 질문하시나, 우려가 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항의 표시였다.

이에 재판장은 "검사도 됐다가 변호인도 됐다가 그런 게 재판장"이라며 "(김웅 증인은) 핵심 관계인이니까, 조성은씨를 제외하면 이 사건에 대해 제일 많이 알아야 될 것 같은 증인이라서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