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경제'라더니…잇따른 정부 가격 개입 '왜?'[정다운의 뉴스톡]

CBS노컷뉴스 이희진 기자 2023. 6. 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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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시멘트 이어 라면값도 '저격'
물가안정 절실한 정부, 잇따른 개입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이희진 기자

[앵커]
경제부총리가 라면을 콕 집어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가 하면 국토부 장관은 시멘트값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섰습니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시장경제' 기조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요, 이희진 기자와 함께 그 배경 살펴봅니다. 이 기자, 추경호 부총리가 왜 하필 라면값을 겨냥한 건가요?

[기자]
지금 라면값이 새삼 논란인 이유가 지난 일요일 아침 추 부총리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가격을 내렸으면 한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추 부총리가 먼저 꺼낸 얘기는 아니고, 진행자가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인상된 거 아니냐"며 라면을 특정해 질문한 데 답한 겁니다.

그런데 질문을 예상이나 한 듯 국제 밀 가격 추이를 들며 '주재료인 밀가루 제조에 필요한 밀 가격이 떨어졌으니 라면값도 내려야 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추 부총리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2023.6.18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 추경호 경제부총리
"그것을 이유로 올렸으면 사실은 제조업체에서도 밀가루 가격으로 올랐던 부분에 관해서는 사실은 소비자들께 다시 적정하게 가격을 좀 내리든지 해서…"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황진환 기자


[기자]
실제로 라면값이 오르긴 많이 올랐습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가격은 1년 전보다 13.1%나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라면은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품목 중 하나여서 라면값 상승에 따른 소비자 체감 물가 충격은 훨씬 크겠죠.

[앵커]
어쨌든 추 부총리가 직접 가격 인하를 압박한 건데 그럼 라면 가격은 내려가는 겁니까?

[기자]
추 부총리의 느닷없는 라면값 '저격'에 업계는 전전긍긍입니다. 국제 밀 가격이 떨어졌다고 바로 밀가루 가격이 내려가는 것도 아닌데 밀 가격 하락을 빌미로 라면값을 내리라는 건 너무한다는 불만도 나온다고 합니다.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조사를 보면 밀가루값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26%보다는 많이 내려갔지만, 지난달까지 17.8%로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농심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대비 무려 85% 넘게 늘었고, 오뚜기도 1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10%를 넘겼습니다. 삼양식품은 2.6% 줄었습니다만, 업계 전반으로는 소비자 가격을 올려 막대한 이익을 낸 거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번 오른 가공식품 가격이 다시 내려가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13년 전인 2010년에 업체들이 라면 가격을 낮춘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 추 부총리 압박이 또 다른 라면값 인하 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앵커]
추 부총리가 가격 개입에 나선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죠?

[기자]
지난 2월 소주업체가 원재료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소줏값 인상 움직임을 보일 때였습니다. 추 부총리는 "소주는 국민이 정말 가까이 즐기는 품목"이라며 "업계 협조를 부탁한다"고 인상 자제를 압박했습니다.

바로 다음 달인 3월에는 세율 인상에 따른 맥주 가격 인상이 예고되자 또 추 부총리가 나섰습니다. 한마디로 '세금 오른다고 술값 올리냐'는,'밀 가격 내렸으니 라면값 내리라'는 이번 압박과는 사뭇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나 국세청을 동원한 주류업계 실태조사까지 이어지자 결국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은 보류됐습니다.

[앵커]
라면뿐 아니라 시멘트 가격 움직임에도 정부 손길이 뻗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시멘트 가격도 강세를 지속 중입니다. 한은 생산자물가조사에 따르면 '포틀랜드 시멘트'라고 건설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시멘트 가격은 지난달에도 18.1%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습니다. 시멘트 값은 최근 2년 새 네 차례나 올랐고 시멘트가 원료인 레미콘업계가 반발하면서 건설현장에서는 레미콘 공급 차질 사태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시멘트 유통기지 현장 방문한 원희룡 장관. 연합뉴스


이에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지난 16일 "시멘트 가격에 따른 갈등 상황이 공사 지연 등으로 이어져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민 피해'를 언급한 원희룡 장관 발언은 업계 간 갈등 중재를 넘어 가격 개입까지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건 '자유시장경제' 아닌가요?

[기자]
현 정부 '경제운용 4대 기조' 중 으뜸이 바로 '자유',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기반한 경제운용'입니다. '경제 운용을 정부에서 민간과 시장, 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정부는 과도한 시장 개입을 지양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라면 등 특정 상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를 이 정부가 천명한 '과도한 시장 개입 지양'과 어울린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정부가 물가 급등에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되죠. 하지만 그 방안은 정부 비축 물량 방출이나 할당관세 적용을 통한 공급 관리나 유류세 인하를 통한 소비자 부담 완화 등 정책 대응이어야 할 겁니다.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트는 방식은 굳이 '자유'라는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시장경제' 자체를 왜곡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럼에도 잇따르고 있는 정부의 가격 개입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그만큼 이 정부에 물가 안정이 절실하다는 얘깁니다. 지금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경제 지표는 사실상 물가 상승세 둔화밖에는 없는 실정입니다.

이달 들어 개선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수출은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감소하며 경기 반등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국내외 주요 전망 기관들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올리면서도 우리나라는 낮추는 등 우리 경제에 대한 안팎의 시선은 싸늘합니다.

게다가 경기 침체 장기화로 국세수입이 감소하는 등 재정도 악화일로여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 전제 조건 또한 물가 안정입니다.

황진환 기자


[앵커]
정부 만큼이나 국민들도 물가 안정이 절박한 상황이긴 하죠.

[기자]
물가가 민생과 직결되기 때문인데요. 이와 관련해 어제, 내년 최저임금 결정 논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에서 나온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 얘기가 귀에 들어옵니다. 소재가 마침 추경호 부총리 라면값 발언이었는데 들어보시겠습니다.

2023.6.21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
"고작 라면값 하나 내린다고 서민들의 생계 부담이 덜어진다는 생각은 지금의 물가 폭등으로 고통받는 저임금 노동자, 취약계층을 두 번 죽이는 발언입니다"

[기자]
민생을 최우선 고려한 정부의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물가 안정 대책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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