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헤어질 결심'...호주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요기다]
최근 중국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하나는 decoupling(디커플링, 완전한 분리), 또 다른 하나는 derisking(디리스킹, 위험 분산)입니다. 두 단어를 관통하는 핵심은 경제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의 차이입니다.
'디커플링'은 중국의 독점 구조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고, '디리스킹'은 공급망을 다변화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대중국 의존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이유, 주요 광물 분야에서 촉발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핵심 부품인 배터리 제조에 필수인 광물 자원을 얼마나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미래 경제 패권 시대의 주도권을 잡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주요 광물 광산 점유율을 살펴보면(자료:뉴욕타임스, 출처:GRU그룹) 코발트 41%, 리튬 28%, 니켈 6%, 그라파이트 78%, 망간 5%입니다. 온통 중국입니다. 채굴 뿐 아니라 정제, 제조, 공급까지 중국의 독점적 지위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과거 오일쇼크부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석유와 천연 가스 등 에너지를 보유한 국가들은 에너지를 지렛대로 활용해 원하는 것을 얻었습니다. 이른바 '에너지의 무기화'입니다. 중국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주요 광물 분야에서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지 않는다면 중국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요 선진국들이 광물 자원 확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광물 자원에 있어 중국의 영향력과 관련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아시아 섹션에서 호주를 주목했습니다.
현지 시각 기준 지난 20일, 호주 정부는 중국의 광물 자원 독점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리튬, 코발트, 희토류 원소의 주요 생산국인 호주가 2030년까지 주요 광물 분야에서 세계적인 생산국이 되겠다는 계획입니다.
호주는 새로운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5억 호주 달러, 우리 돈 4천3백억 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는 초기 단계의 주요 광물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이미 준비된 20억 호주 달러(한화 1조 7천억 원)의 기금 외의 추가 투자입니다. 호주는 주요 광물 생산국이지만, 정제 등 가공 능력에선 환경 문제 등의 이유로 중국에 한참 뒤쳐져있습니다. 지금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포석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우리 정부도 중국에 대한 주요 광물 수입 의존도를 2030년까지 80%에서 50%로 줄이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호주, EU,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가공 광물 수출국과 파트너십도 맺었습니다. 일본 역시 주요 광물을 정부 지원이 필요한 11개의 전략 부문 중 하나로 지정하고, 이 부문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호주, 일본,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개별 노력과 별개로 함께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미국, 호주, 인도, 일본 등이 참여하는 국제 포럼인 Quad(쿼드)가 주요 광물의 공급망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자원이 풍부한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에도 힘 쓰고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이 주요 광물 가공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한 것은 대규모 보조금과 관대한 환경 기준으로 산업 계획을 수립한 수십 년간의 전략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환경, 인권 등 모든 기준이 정부 결정 앞에 무용지물이 되는 중국이기에 가능한 것들입니다.
원유로 무장한 산유국들이 그랬듯 새로운 자원을 기반으로 한 중국 중심의 지정학적인 형태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독점적 지배에 대한 전략적 대응은 중요한 전환점을 나타냅니다. 국가간 협력 또는 기술 혁신을 통해 전 세계 주요 광물 공급망의 재구성해야할 당위성과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 당장 중국과의 완전한 분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공급망 확보와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주요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디커플링(헤어짐)'까지는 아니더라도 '디리스킹(거리두기)'은 해내야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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