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강한 옥수수… 척박한 환경서 뿌리 진화시키며 살아남았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2023. 5. 12. 03:03
식물 유전자 변화 양상 첫 규명
곡물이 건조한 환경에서 버틸 수 있도록 유전자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밝혀졌다. 식물의 세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전자가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동물이 아닌 식물과 관련해 이 같은 유전자의 변화 양상이 규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가 가뭄과 같은 건조한 환경에서 내구성이 높은 농작물을 개량하는 단서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 가뭄 견디는 해법은 ‘뿌리’
케네스 번바움 미국 뉴욕대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10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건조한 환경에서 잘 버티는 옥수수, 수수, 조 등 세 종류의 곡물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옥수수와 수수는 대략 1200만 년 전 두 개의 다른 종으로 진화한 먼 친척이고 기장은 이들 곡물의 더 먼 친척이다. 오랜 기간 진화한 끝에 옥수수는 수수보다 가뭄에 훨씬 더 강한 특성을 가지게 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브루노 길로틴 뉴욕대 생물학과 연구원은 “가뭄에 대한 이 세 작물의 내성은 서로 다르다”며 곡물이 건조한 환경에 버틸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선 세 곡물의 유전자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세 곡물의 차이점 중 뿌리에 주목했다. 연구를 이끈 번바움 교수는 “뿌리는 가뭄과 더위를 막는 첫 번째 방어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뿌리는 많은 부품이 있는 기계와 비슷하게 복잡한 구조”라며 “곡물이 물을 모으고 가뭄과 열에서 버티는 능력을 알기 위해선 뿌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뿌리 중에서도 중요한 요소는 영양분으로 가득 찬 점액이다. 이 점액은 뿌리가 땅속을 뚫는 것을 돕고 식물이 건조한 환경 등으로부터 버틸 수 있도록 유익한 박테리아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뿌리의 자세한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각 곡물의 뿌리를 해부한 뒤 디지털 공간전사체 분석을 통해 뿌리에서 다양한 작용을 하는 100개의 유전자 위치를 한 번에 확인했다. 공간전사체 분석은 특정 시점에 발현하는 유전자 활동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기법이다.
분석 결과 옥수수, 수수, 기장은 점액의 생산을 돕는 유전자가 각기 다른 부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의 경우 점액을 생산하는 유전자가 뿌리 외부의 조직에서 발견됐지만 옥수수는 근관(뿌리의 맨 끝부분)에 점액을 만드는 유전자가 분포돼 있었다. 이는 옥수수가 질소 영양분을 획득하는 것을 돕는 박테리아를 끌어들일 수 있는 진화적 변화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 뿌리 내 유전자 구성도 진화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옥수수가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자 구성이 진화한 정황도 포착됐다. 단일세포에 대해 메신저리보핵산(mRNA) 검사를 한 결과 옥수수는 1200만 년 전 수수로부터 갈라지고 나서 특정한 유전자들이 대량 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건조한 환경에 버티기 위한 뿌리의 작용을 돕는 기능이 강화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옥수수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10∼50개의 유전자가 새롭게 교체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새롭게 자리 잡은 유전자는 옥수수 세포가 척박한 토지 환경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최근 발전한 염기서열결정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이 기술은 DNA를 이루고 있는 염기가 결합된 순서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최근 다양한 염기서열결정 기술이 고안되면서 한 번에 수천∼수백만 개의 DNA 염기서열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번바움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초기 단세포 기술로 수십 개 정도의 세포만 분석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일상적인 실험에서도 수만 개의 세포에 담긴 유전자의 진화적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석법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가뭄에 버티는 유전자가 담긴 세포가 건조한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곡물이 가뭄에 버티는 능력에 관여하는 모든 요인을 종합한다는 구상이다.
동물이 아닌 식물과 관련해 이 같은 유전자의 변화 양상이 규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가 가뭄과 같은 건조한 환경에서 내구성이 높은 농작물을 개량하는 단서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 가뭄 견디는 해법은 ‘뿌리’
케네스 번바움 미국 뉴욕대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10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건조한 환경에서 잘 버티는 옥수수, 수수, 조 등 세 종류의 곡물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옥수수와 수수는 대략 1200만 년 전 두 개의 다른 종으로 진화한 먼 친척이고 기장은 이들 곡물의 더 먼 친척이다. 오랜 기간 진화한 끝에 옥수수는 수수보다 가뭄에 훨씬 더 강한 특성을 가지게 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브루노 길로틴 뉴욕대 생물학과 연구원은 “가뭄에 대한 이 세 작물의 내성은 서로 다르다”며 곡물이 건조한 환경에 버틸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선 세 곡물의 유전자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세 곡물의 차이점 중 뿌리에 주목했다. 연구를 이끈 번바움 교수는 “뿌리는 가뭄과 더위를 막는 첫 번째 방어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뿌리는 많은 부품이 있는 기계와 비슷하게 복잡한 구조”라며 “곡물이 물을 모으고 가뭄과 열에서 버티는 능력을 알기 위해선 뿌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뿌리 중에서도 중요한 요소는 영양분으로 가득 찬 점액이다. 이 점액은 뿌리가 땅속을 뚫는 것을 돕고 식물이 건조한 환경 등으로부터 버틸 수 있도록 유익한 박테리아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뿌리의 자세한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각 곡물의 뿌리를 해부한 뒤 디지털 공간전사체 분석을 통해 뿌리에서 다양한 작용을 하는 100개의 유전자 위치를 한 번에 확인했다. 공간전사체 분석은 특정 시점에 발현하는 유전자 활동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기법이다.
분석 결과 옥수수, 수수, 기장은 점액의 생산을 돕는 유전자가 각기 다른 부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의 경우 점액을 생산하는 유전자가 뿌리 외부의 조직에서 발견됐지만 옥수수는 근관(뿌리의 맨 끝부분)에 점액을 만드는 유전자가 분포돼 있었다. 이는 옥수수가 질소 영양분을 획득하는 것을 돕는 박테리아를 끌어들일 수 있는 진화적 변화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 뿌리 내 유전자 구성도 진화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옥수수가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자 구성이 진화한 정황도 포착됐다. 단일세포에 대해 메신저리보핵산(mRNA) 검사를 한 결과 옥수수는 1200만 년 전 수수로부터 갈라지고 나서 특정한 유전자들이 대량 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건조한 환경에 버티기 위한 뿌리의 작용을 돕는 기능이 강화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옥수수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10∼50개의 유전자가 새롭게 교체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새롭게 자리 잡은 유전자는 옥수수 세포가 척박한 토지 환경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최근 발전한 염기서열결정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이 기술은 DNA를 이루고 있는 염기가 결합된 순서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최근 다양한 염기서열결정 기술이 고안되면서 한 번에 수천∼수백만 개의 DNA 염기서열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번바움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초기 단세포 기술로 수십 개 정도의 세포만 분석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일상적인 실험에서도 수만 개의 세포에 담긴 유전자의 진화적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석법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가뭄에 버티는 유전자가 담긴 세포가 건조한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곡물이 가뭄에 버티는 능력에 관여하는 모든 요인을 종합한다는 구상이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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