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이 옷 바꾸려다가…” 텍사스 총기 희생 한인 가족 안타까운 사연

옷 교환하러 쇼핑몰 찾았다 참변
총격 당한 엄마 끝까지 아들 보호
홀로 남은 6세 아들 퇴원 후 치료

총기난사로 8명이 숨진 미국 텍사스주 알렌의 쇼핑몰 앞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추모객들이 애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얼마 전 여섯 살이 된 큰아이의 생일선물을 교환하러 찾은 쇼핑몰이 일가족이 함께하는 마지막 나들이 장소가 되고 말았다. 총격을 당한 엄마가 끝까지 품에 안고 보호한 여섯 살 소년은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혼자 살아남은 한인 아이, 엄마가 감싸고 있었다

8일(현지시간) 모금·후원 웹사이트 고펀드미에는 총기난사로 희생된 조규성(38)·강신영(36)씨 부부 가족을 돕기 위한 모금 페이지가 개설됐다. 이들은 지난 6일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쇼핑몰에서 극우주의를 신봉하는 총기난사범에 의해 숨졌다.

모금 페이지 작성자는 “지난주 토요일 규(조씨)와 신디(강씨), 윌리엄(큰아들), 제임스(작은아들)는 앨런 아웃렛 몰을 방문했다”며 “윌리엄은 나흘 전에 6번째 생일을 축하했고 제임스는 3세로, 그들은 윌리엄이 생일선물로 받은 옷을 다른 사이즈로 교환하기 위해 그곳(아울렛)에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빛과 사랑, 축복으로 가득해야 할 그날 오후가, 8명의 희생자를 남긴 총기 난사 학살로 한순간에 끝나버렸다”면서 “신디와 규, 3살 제임스는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에 포함됐고, 가족은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유일한 생존자인 윌리엄은 어깨에 총상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일반병동으로 옮겨졌으나 정신적으로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펀드미 페이지가 개설된 이후 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익명·기명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교민들은 목격자 증언과 정황 등을 토대로 강씨가 숨을 거둘 때까지 6살 난 큰아들을 품에 꼭 안고 감싼 덕분에 아이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날 CNN 등 미국 언론은 사건 직후 현장을 찾은 주민 스티븐 스페인호이어가 바닥에 쓰러져 숨진 한 여성의 품에서 4∼5세 어린 남자아이를 꺼냈다고 전했다. 스페인호이어 씨는 “엄마의 몸을 돌렸을 때 아이가 나왔다”며 “‘괜찮니’하고 묻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로 덮인 아이는 ‘엄마가 다쳤어요, 엄마가 다쳤어요’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변호사인 조씨와 치과의사인 강씨는 어릴 적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2세로 알려졌다. 이들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일군 것은 물론 지역 한인교회에서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주위로부터 좋은 평판을 쌓아왔다.

조씨는 변호사 사무실 사이트에서 “한국에서 태어나 댈러스에서 자란 이민자로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존경심,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총기난사로 사망한 8명 가운데 어린이는 3명으로, 조씨와 강씨 부부의 막내아들 제임스와 인근 초등학생 자매 2명이 포함됐다. 2·4학년 초등학생 자매의 모친은 살아남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위중한 상황이다.

총격범, 가장 붐비는 시간대 검색

댈러스 한인회는 이날 애도 성명을 내고 “아름다운 한인 가족의 사망 소식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슬픔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인 커뮤니티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며 “많은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서는 특별히 안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앞서 총격범 마우리시오 가르시아는 지난 6일 오후 댈러스 외곽의 소도시 앨런에 있는 ‘앨런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총기를 난사해 8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뒤 경찰에 사살됐다. 경찰은 총격범이 신나치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옹호했다는 정황을 확인하고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가르시아가 ‘구글 맵스’를 이용해 해당 아울렛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를 검색한 후 더 많은 사람을 겨냥하기 위해 그 시간을 골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연방 의회가 총기 규제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재차 촉구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은 2023년의 128번째 날이며, 어제 우리는 올해 들어 201번째 총기사건을 목격했다”며 “올해 들어 총기사건·사고로 1만4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위기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회의 공화당은 이 위기에 대응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에서 어린이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원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공화당 의원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