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업계 1위 바뀌었다…3000원 인상 ‘후폭풍’ 교촌, 벼랑 끝에 몰려
10년 가까이 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이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올해 4월 단행한 가격 인상 후폭풍이 너무도 거세게 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교촌 불매 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여론이 크게 악화된 모습이다. 게다가 나쁜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매출 기준 업계 1위 자리를 bhc에 빼앗겼는가 하면,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악화로 불똥이 가맹점주까지 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와중이다.
‘치킨값 인상’ 주도하는 교촌
배달비 유료화도 교촌이 먼저
교촌치킨이 최근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가격 인상’이다.
무엇보다 ‘올려도 너무 많이 올렸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교촌에프앤비는 4월 3일부터 교촌치킨 메뉴 가격을 500원에서 최대 3000원까지 올리는 내용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대표 메뉴인 ‘교촌오리지날’ 가격은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허니콤보’ 가격은 2만원에서 2만3000원이 됐다. 대표 메뉴 가격을 3000원이나 올린 것은 그동안 치킨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큰 인상폭이다.
올해 들어 정부가 “식품·외식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보란 듯 대폭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원성이 더 자자하다.
소비자들이 최근 교촌치킨 가격 인상에 특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동안 교촌치킨이 치킨업계 가격 인상을 주도해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교촌이 올리면 나머지도 따라 올린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배달비’라는 개념이 없었다. 1만5000원짜리 치킨을 배달 주문하면 말 그대로 1만5000원만 내면 됐다. 교촌치킨은 건당 2000원 비용을 배달비로 책정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에도 점주가 자율적으로 배달비를 매긴 매장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 배달비 유료화를 공식화한 건 교촌치킨이 최초였다.
업계 1위 교촌치킨이 총대를 메고 배달비 유료화에 나서자 다른 업체도 줄줄이 따라 나섰다. 교촌치킨은 2021년 7월에도 역시나 업계에서 가장 먼저 배달비를 1000원 더 올렸다.
2022년 이슈가 됐던 ‘치킨플레이션’의 중심에도 교촌치킨이 자리한다. 교촌치킨은 2021년 치킨업계 중 처음으로 제품 평균 가격을 8.1% 인상했다. 교촌오리지날, 레드오리지날, 허니오리지날 등 주요 메뉴가 기존보다 1000원씩 비싸졌고 교촌윙과 레드윙 등 부분육 제품은 2000원씩 올랐다.
bhc와 BBQ 등 주요 치킨 브랜드는 교촌치킨이 2021년 가격을 올리자 2022년 뒤따라 가격 인상에 나섰다. 교촌치킨이 ‘배달비 포함 치킨 3만원 시대’ 포문을 열어젖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격 인상에 따른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가맹점주 사이에서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서울에서 교촌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4월 가격 인상 이후 교촌치킨 불매 운동이 펼쳐지는 등 논란이 지속되면서 실제 주문량이 크게 줄었다. 매장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우리 매장은 전달 대비 30% 넘게 주문이 빠졌다”고 한숨 쉬었다.
교촌에프앤비 주주도 울상이다. 흔히 유통 식품업계에서 가격 인상은 주가에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3월 24일 가격 인상 발표 이후 교촌치킨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다 다시 8000원대로 주저앉았다. 교촌에프앤비 주가는 2020년 상장 초반 3만8950원을 기록하며 최고가를 찍었지만, 현재 80% 가까이 하락했다.
교촌치킨 “피치 못할 인상”
‘지역 지사’ 구조는 수익성과 무관
교촌치킨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이유는 ‘납품 가격 인상’과 관련이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가맹점에 납품하는 닭고기(원육) 가격을 마리당 600원 올리는 등 주요 원부자재 가격을 인상했다. 소스와 치킨무 등 다른 원부자재 가격도 소폭 올리기로 했다.
납품 가격 인상은 가맹점주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인건비·임차료가 오르는 등 최근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가맹점주들 한숨 소리는 더 커졌다.
이와 관련 교촌에프앤비는 “점주 수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치킨 판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교촌치킨은 원육 납품 가격을 2014년 이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해당 기간 동안 본사 매출원가율은 77.3%에서 86.2%까지 오르는 등 점주 부담을 본사가 나눠 짊어져왔다”며 “하지만 본사 지원도 한계에 다다랐고 결국 납품 가격과 치킨 판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촌에프앤비 영업이익은 가파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전년(279억원) 대비 90% 가까이 떨어졌다. 경쟁사인 bhc(1418억원), BBQ(641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손실 3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영업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납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교촌치킨 영업이익이 유독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교촌치킨 특유의 ‘지역별 본부’, 이른바 ‘지사’ 구조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교촌치킨에는 충남지사, 전남지사, 인천지사 등 전국 총 30개 지역별 지사가 있다. 교촌에프앤비와는 무관한 법인으로, 각 지사장이 운영하는 개인 사업체다.
교촌치킨은 bhc, BBQ 등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원부자재를 가맹점에 직접 납품하지 않는다. 본사가 지사에 먼저 원부자재를 납품하고, 지사가 다시 가맹점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유통 과정을 한 번 더 거치면서 가맹점 납품 가격은 본사 최초 공급 가격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원래대로라면 본사가 가져가야 할 수익을 지사와 나누게 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교촌에프앤비 측에서는 “본사와 지사가 수익을 공유하는 개념은 맞다”면서도 “본사 영업이익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지사는 원부자재 배달 외에도 본사가 일일이 관여하기 힘든 전국 가맹점 관리 역할을 맡는다. 그 과정에서 인건비나 광고비 등 지사가 지출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만약 지사를 없애고 본사로 통합한다고 해도 이익과 비용이 같이 늘어나는 구조인 만큼 영업이익률이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필이면 창업주 복귀하자마자…
권 회장, 거액 배당금 둘러싼 비난도
이유가 어찌 됐든 교촌치킨을 둘러싼 부정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너무 큰 인상폭, 그리고 그동안 가격 인상을 주도해온 ‘전적’ 탓에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모습이다.
창업주인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권 회장은 2019년 친인척 직원 갑질 논란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퇴했다 지난해 말 경영에 전격 복귀했다. 경영 복귀와 가격 인상 시점이 맞물리면서 ‘권 회장이 복귀하자마자 악수를 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권 회장이 거액의 배당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더 거세다. 권 회장은 지난해 34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이익 감소를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여러모로 악화된 여론을 빠르게 다시 수습하는 것이 권 회장과 교촌에프앤비가 맞이한 올 한 해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7호 (2023.05.03~2023.05.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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