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표팀보다 소속팀 우선? 경솔한 김민재 입

김민기 기자 2023. 3. 3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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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김민재(27·나폴리)는 한국 축구의 자랑이자 희망이다. 2017년 9월 축구 대표팀에 승선한 김민재는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가 2018 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낙마했을 때 사람들은 김민재와 함께 속상해했다.

그런 김민재가 축구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김민재는 콜롬비아,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연이어 실점 빌미를 제공하며 부진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무너졌다”고 말한 뒤 “대표팀보다는 소속팀에만 신경을 쓰고 싶다”고 했다. 태극마크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는 듯한 발언에 경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파장이 커지자 김민재는 29일 오후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 실망하신 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민재는 최근 대표팀에서 점점 커지는 비중에 심적 부담을 겪었다. 그는 작년 카타르 월드컵부터 대표팀에서 뛸 때의 심리적 압박을 토로했다고 한다. 월드컵에서 부상당하고 원하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는데, 이번 평가전 2경기마저 모두 부진하자 그의 감정이 폭발한 셈이다. 이번 해프닝은 그가 대표팀 은퇴를 시사한 것이기보다는 단순 말실수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표팀으로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은 부적절했다. 현실적으로 외부로 드러나는 행동과 결과가 사람들 판단의 잣대가 된다.

김민재는 1996년생으로 대표팀에선 어린 축에 속하지만 조규성(25), 이강인(22) 등 후배도 있다. 김민재의 말 한마디는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유럽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선수기에 그를 보고 배우려는 이들이 앞으로 더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SNS(소셜 미디어) 활동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김민재가 해명 글을 올린 후, 네티즌들이 김민재가 손흥민(토트넘)과의 SNS(소셜 미디어) 친구 관계를 끊은 것을 확인하며 그는 다시 구설수에 휘말렸다. 한솥밥을 먹는 동료의 SNS 구독을 취소하는 건 이례적이다. 단순 실수일 가능성도 있지만 김민재는 다시 비난을 받았다. 과거 앨릭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등 많은 축구계 인사는 과한 SNS 활동을 경계한 바 있다.

김민재는 “태극마크를 달고 뛴 49경기는 없어졌고 대표팀을 가볍게 생각하는 선수가 됐다”고 했다. 일종의 서운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팬은 이번 건을 계기로 김민재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긴 시간 쌓은 신뢰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김민재가 5년 7개월 동안 국가대표를 하며 받은 믿음이 한순간에 사라질까 염려된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실력 못지않게 언행도 중요하다. “리더십이란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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