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에 10년 넘게 우울증…SNS서 본 가해자 무서워" [나는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 6편]

금창호 기자 2023. 3. 2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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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학교폭력 연속보도입니다. 


정순신 변호사 자녀의 학폭 피해 학생은 극단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힘들어했습니다.


이후 대학 진학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죠. 


그만큼, 학교폭력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데요.


학교폭력을 당하고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금창호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아침 먹은 뒤에 한 번, 잠들기 전에 한 번.


기준 군은 매일 우울증 약을 먹습니다.


인터뷰: 김기준(가명) / 24세

"(약을 먹는 게 힘들어서) 20살 때부터 21살 중반 때까지 약을 좀 쉰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너무 우울하고 너무 예민해지고 불안하고 해가지고 다시 약을 찾아서 먹기 시작한 것이거든요."


약을 먹기 시작한 건 10여 년 전 중학교 1학년 때, 옆자리 학생의 학교폭력이 시작된 뒤부터입니다.


욕설로 시작된 괴롭힘은 폭력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인터뷰: 김기준(가명) / 24세

"때리는 듯한 모션도 취하고 직접 때리기도 했고요. 그리고 발로 이렇게 툭툭 친다든지 머리를 때린다든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다른 학생의 폭력이 시작됐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반 학생이었습니다.


인터뷰: 김기준(가명) / 24세

"성적으로도 수치심을 주는 경우도 있었어요. 뒤로 와가지고 박치기를 한다든가 허리를 흔든다든가…."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내내 괴롭힘이 지속됐지만 학교는 기준군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중학교 담임 교사에게 얘기해도 자리 배치를 바꾸는 것 말곤 별다른 조치가 없었고, 졸업할 때까지 가해 학생을 피해 다녀야 했습니다.


고등학교 땐 학교를 계속 다니지 못하고 결국 학교폭력 피해 전문 치유기관, 해맑음센터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김기준(가명) / 24세

"(해맑음센터에서) 사랑으로 보듬어준다는 느낌 그런 것을 많이 받았어요. 공감해 주시면서 뭔가 제가 또 스스로 답을 찾고 제가 또 뭔가 변화할 수 있게끔 많이 상담을 이끌어주셨던 것 같아요."


해맑음센터를 졸업한 뒤에 반려동물 관련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학창 시절의 상처는 불쑥 떠오릅니다.


한 경연 프로그램 SNS 영상에서 우연히 가해 학생의 얼굴을 마주쳤을 때 특히, 그 상처가 더 컸습니다.


인터뷰: 김기준(가명) / 24세

"얼굴을 보니까 처음에는 또 무서웠지만서도 쟤가 저렇게 잘 살 권리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기도 하고. 무서우면서도 화나고 그런 심정이었어요."


기준군이 이제 바라는 건 가해 학생들의 진심 어린 사과입니다.


인터뷰: 김기준(가명) / 24세

"괴롭혀서 미안했다. 미안하다. 이 정도 사과만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BS 뉴스 금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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