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26] 챗GPT와 새로운 표절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 과정(방법), 결과물, 문장 등을 적절한 인용이나 승인 없이 도용하는 행위”이며, 학문의 세계에서 위조, 변조와 함께 중차대한 연구 부정 행위로 분류된다. 대학과 연구 기관은 표절 방지 교육을 하고, 인터넷 문서와 기존 연구 논문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서 표절을 검색하는 턴잇인(Turnitin), 카피킬러 같은 프로그램을 써서 표절을 잡아낸다. 서평이나 에세이 숙제를 내면서 교수는 표절하지 말라는 얘기를 반복해서 강조하고, 이런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학생들의 숙제를 검사해왔다.
요즘 챗GPT라는 생성 AI가 사람이 쓴 것과 거의 비슷한 문서를 쏟아내고 있다. 그중에는 “세종의 맥북 던짐 사건”처럼 엉터리도 있다. 그렇지만 잘하는 일도 많다. “21세기 빅데이터 감시 사회와의 관련을 포함해서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 대한 서평을 써줘”라고 하면 괜찮은 글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명령어를 조금 고쳐서 두어 번 더 엔터를 치면 ‘감시와 처벌’에 대한 서평이나 에세이 하나를 얻을 수 있다. 작년 말에 챗GPT가 공개되자마자 미국의 ‘애틀랜틱’지는 “대학의 에세이 숙제는 끝났다”고 한탄했다.
표절은 타인, 즉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베끼는 것이어서, AI 알고리즘 챗GPT가 생성한 서평이나 에세이는 표절의 정의 밖 ‘치외법권’에 놓여 있다. 난감한 대학은 ‘학생이 챗GPT로 할 수 없는 숙제를 내라’고 하는데, 이는 마치 “계산기로 풀 수 없는 산수 문제를 내라”는 것과 비슷하게 비현실적이다. AI 알고리즘을 아예 사람의 범주에 집어넣어서, 챗GPT 같은 알고리즘이 만든 문서도 타인이 쓴 것이 되게 표절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표절을 새롭게 정의해도 챗GPT가 생성한 문서를 알 수도 없고, 이를 잡아낼 프로그램도 없고,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
최근에 챗GPT와 관련해서 미국의 대표적인 지식인 노엄 촘스키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면 교수에게는 휴대폰을 뺐거나, 혹은 수업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했다. 더 의미 있고 상생적인 선택지는 후자이다. 챗GPT와 관련해서도 후자의 선택지가 있을지, 있다면 그것이 어떤 형태일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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