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정선거 증거 너무 많다”더니 이젠 “사실 확인 차원”

조선일보 2025. 1. 22. 00: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명분으로 제시했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계엄 선포 전 여러 선거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것들이 있었다”며 “선거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에 반박하면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2023년 10월 국정원이 선관위 전산 장비의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다”며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불과 얼마 전의 주장과 크게 다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개한 글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 “선관위의 엉터리 시스템도 다 드러났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다”며 “총체적인 부정선거 시스템이 가동됐다”고도 했다. 200자 원고지 44장에 달하는 분량의 글 상당 부분을 부정선거 의혹에 할애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면 심각한 국가적 사태다. 그런데 이 엄청난 주장을 한 대통령이 며칠 뒤에 “선거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이 아니라 사실 확인 차원”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 일각에 퍼져 있던 부정선거론은 윤 대통령이 직접 가세하면서 위험한 수준까지 악화됐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책임감을 갖고 ‘엄청난 가짜 투표지’와 ‘총체적인 부정선거 시스템’ ‘적대적 해외 세력의 선거 개입’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해야 한다. 이날 윤 대통령측 변호인들도 시중에 떠도는 부정선거 루머를 아무 근거 없이 주장했다.

부정선거 주장이 확인과 증거 없이 확산할 경우 사회적 분열은 커지게 된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이유가 정말 ‘부정선거’ 때문이라면 이렇게 무책임하고 종잡을 수 없게 처신해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이 아무 증거 없이 중대한 주장을 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음모론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