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디스플레이 한국 의존도 낮출 수 있을까

김민성 2023. 1. 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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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디스플레이 자체생산 계획 알려져
기술 난이도 높고 양산 어려워 현실성 낮다는 분석
애플스토어 명동 모습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애플이 내년부터 디스플레이를 자체 생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에 '경고등'이 켜졌다.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 대부분의 애플 제품 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어서다. 다만, 애플의 계획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애플, 디스플레이 자체 생산 계획

13일 외신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말 출시되는 '애플워치 울트라'부터 자체 생산한 마이크로 LED를 탑재할 예정이다. 애플은 이후 출시할 아이폰과 맥북 등에도 자체 개발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 LED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100마이크로미터(㎛, 백만분의 1m) 수준의 작은 LED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다. 백라이트나 컬러 필터가 없어도 선명한 초고화질을 구현한다. 스스로 빛을 낸다는 점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비슷하지만, 번인(Burn-in, 잔상) 현상이 없다는 차이가 있다. 애플은 2014년 스타트업 '럭스뷰' 인수 후 마이크로 LED 개발에 집중해왔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CPU 'M1 울트라' / 사진=애플

애플은 과거에도 주요 부품을 내재화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20년부터 맥(Mac) 시리즈에 인텔 제품을 사용하는 대신 자체 개발한 CPU(중앙처리장치)를 탑재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외부 부품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디스플레이 생산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 위한 계획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애플이 아이폰에 자체 생산한 마이크로 LED를 탑재하면 삼성디스플레이에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 시리즈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를 대부분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폰14 패널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74%로 가장 높았다. 

LG디스플레이도 피해가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애플워치 OLED 패널의 80%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애플이 올해 출시할 아이폰15 시리즈엔 LG디스플레이 패널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화는 어렵다

애플이 계획대로 마이크로 LED 자체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마이크로 LED는 기술 장벽이 높은데다 애플은 디스플레이 대량 양산 경험이 없는 만큼 제조 공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마이크로 LED의 가격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마이크로 LED TV에 1억원이 넘는 가격표를 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높은 아이폰에 마이크로 LED를 탑재할 경우 큰 폭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수율이 낮은 상태로 대량생산을 하면 그만큼 손실이 커서 아이폰 가격 상승폭이 더 커진다는 관측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아 함부로 전망하긴 어렵지만, 향후 몇 년 동안은 아이폰에 마이크로 LED를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마이크로 LED는 기술 개발부터 양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격도 높아 실제 적용까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체 부품 개발에 나선 이유가 부품 공급 단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이 자체적으로 부품을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다면 협력사와 부품 공급단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현재 대만에 중소형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고 기술 R&D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자체 대량 생산은 어렵다"면서 "마이크로 LED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비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마이크로 LED를 IT 기기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은 현실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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