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집 중 한집, 나홀로 가구…42%가 월세로 산다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1인 가구 대부분은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이거나 70대 이상의 노년층이다. 소득·주거형태·만족도 등이 전체가구 평균과 비교했을 때 모두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로 본 1인 가구의 민낯은 미디어에 노출되는 ‘나 혼자 산다’ 속 나홀로 가구의 삶과는 괴리가 컸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716만6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3.4%를 차지했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엔 20%였는데 꾸준히 늘었고,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29세 이하가 1인 가구의 19.8%로 가장 많았다. 70세 이상(18.1%), 30대(17.1%)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2691만원이다. 취업자가 늘면서 전년보다 11.7% 증가했지만 전체 가구 연평균 소득(6414만원)과 비교하면 42% 수준에 불과하다. 또 1인 가구의 3분의 2가 넘는 67.7%는 연간 소득이 3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연소득이 1000만원 미만인 비중이 21%에 달했다. 전체 가구로 보면 연 1000만원 미만 소득 가구의 비중은 6%에 불과하다.
소득과 가구원이 모두 적다 보니 1인 가구는 지난해 월평균 140만9000원을 지출해 전체 가구(249만5000원)의 56.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지출 품목 비중을 따져봤을 때 주거·수도·광열이 18.4%로 가장 높았다. 다시 말해 주거비에 가장 많은 돈을 썼다는 의미다. 주거비보다 식료품·외식 지출 비중이 더 높은 전체 가구와 가계부 내용이 달랐다.
2020년 기준 1인 가구의 42.3%는 월세로 거주 중이다. 혼자 사는 이들에게 월세가 가장 보편적인 거주 수단이다 보니 주거비 지출 비중도 높았다는 풀이가 나온다. 자가(34.3%)와 전세(15.5%)가 뒤를 이었다. 특히 29세 이하 1인 가구의 64.1%는 월세로 살고 있었고, 30대와 40대의 월세 비중도 각각 45.6%, 45.4%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가구로 따지면 51.9%가 아파트에 거주했는데 1인 가구에는 아파트가 가장 흔한 주거 형태가 아니었다. 1인 가구는 다가구·단독주택 등 단독주택 거주 비중이 42.2%로 가장 많았다. 고시원 등 주택 이외 거처에 사는 비율도 11.3%에 달했다.
소득·주거형태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상황이 아니었다. 올해 진행된 사회조사에서 가족관계에 만족한다는 응답 비중은 1인 가구 57.7%로 전체(64.5%)보다 6.8%포인트 낮았다. 친척·친구·이웃 등 인간관계에 만족하는 응답자 역시 1인 가구(46.7%)가 전체(52.8%)보다 6.1%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기준 1인 가구의 혼인 상태를 살펴보면 미혼(50.3%)이 절반을 넘었고, 사별(20.5%), 이혼(16.1%), 배우자 있음(13.2%) 순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 조사에선 1인 가구 중 결혼하지 않은 이유로 ‘결혼자금 부족’을 꼽은 응답자가 30.8%로 가장 많았다.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47.1%로 전체 가구(50.0%)보다 2.9%포인트가 낮았다.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은 결혼을 아예 불필요하거나 안 해도 상관없다고 느낀다는 의미다.
1인 가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중이 2030년엔 35.6%, 2050년엔 39.6%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1인 가구의 모습도 바뀔 예정이다. 노년층 비중이 점차 높아진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1인 가구 구조도 바뀌는 것이다. 2050년엔 1인 가구 중 7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42.9%에 달할 전망이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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